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정양욱(주혁) 아무튼 같이 큐레이터 / 운영대표
2018-05-12

 

그는 방송국에서 기술 감독으로 일했고, 그 후 문화컨설팅 업체에서 경영기획실장으로 했다. 지금은 충남 부여에서 술과 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문화 커뮤니티 플랫폼 ‘아무튼 같이’의 큐레이터이자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정양욱 대표다. 

 

이쪽 일이 그렇지만 밤낮없이 일할 때가 많다. 40살이 되었을 때 그는 ‘마흔앓이’에 시달렸다. 잠깐 휴직을 하고 쉬면서 우연히 막걸리학교를 접했다. ‘막걸리’와 ‘학교’라는 두 단어의 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게다가 10주 동안 전국 각지의 다양한 막걸리를 비교 시음할 수 있다는 점도 그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막걸리학교 1기에 지원했지만 첫 시도는 지원자들이 몰려 실패. 재수해서 2기에 입학했다.    

 

 

다양한 술을 접하다보니 그의 인생은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우리술에 푹 빠지게 된 것. 

”모든 술이 그렇지만 직접 만들어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요.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치를 적용하는 공장식 술빚기가 아니라 직접 손으로 주무르고 빚는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일정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도 신기해요. 같은 레시피인데도 사람에 따라 다른 술맛을 낸다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일이죠. 전 세계적으로 성장가도에 있는 크래프트 맥주처럼 직접 술을 빚는 재미와 독특함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몰라요. 지금은 사라져가는 가양주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 다시금 깨닫게 하는 매개체가 우리술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술에 대한 이런 열정으로 그는 막걸리 전문주점에서 4년간 소믈리에로 근무하기도 했다. 

 

현재 정 대표는 지역 문화 커뮤니티 플랫폼인 ‘아무튼 같이’에서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달고 있다. 자신을 ‘큐레이터’라고 소개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큐레이터로서 각 지역의 좋은 술을 선별해서 소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주민들에게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매개’가 되겠다는 의미도 담겨 있고요. 큐레이터로 일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지역 주민들이 전통주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어요.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지역의 전통주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더라고요.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이 일을 하며 알게 된 큰 소득이죠.”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추천하는 술은 뭘까? 정 대표는 먼저 문경주조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막걸리 ‘오희’를 추천했다. “오희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좋은 술입니다. 가볍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요. 전통이라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걸 보면 즐거워요. 전통은 이렇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옛것에 얽매여 고립되지 않고, 세대의 변화를 가미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만 전통이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희에 대한 그의 맛 표현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입 안 가득 넘치는 천연 탄산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고 할까요? 열기구 비행 체험을 한 뒤에 맛보면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맑은 술이 막걸리라는 이름으로 생산됩니다. 그 비밀을 알고 싶다면 일단 한 잔 마셔보세요. 말로 설명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이어서 그가 추천한 술은 ‘백제명주 세트’. ”충남을 대표하는 멋진 삼총사에요. 예산사과브랜디, 계룡백일주 그리고 한산소곡주로 구성된 세트이죠. 소서노의 꿈, 웅진의 별, 사비의 꽃으로 스토리텔링하여 새롭게 탄생한 기획 세트인데, 서로 다른 맛과 특색을 갖고 있지만, 우리술이 어떤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봐요.” 

전통주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우리술이 꼭 주점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서울 강남에 전통주 갤러리가 있듯이 부여에서도 충남의 술들과 전국의 명주들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과 문화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꼭 취하지 않더라도 즐거울 수 있는 음주 문화, 일상에서 편하게 다양한 우리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커뮤니티 매개체로써 전통주 문화를 전파하는 게 그 시작이라는 정 대표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가 ‘막걸리 붐’이 일어나던 2009년이었으니 올해로 10년째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자못 궁금하다. 
 
 
 
 
 
 
 
 
글. 문선희 막걸리 학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