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전통주’라는 이름에 갇히기는 아까운 우리술 이야기 – 문경바람
2018-08-24

 

단순히 ‘전통주’라는 이름에 갇히기에는 아까운 우리 술. 프랑스의 와인, 일본의 사케처럼 우리 술도 우리 술만이 가진 미덕과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각 분야의 주류 전문가와 함께 우리 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우리 술에 대한 담론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식도, 우리 술이 설 땅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첫 번째 술은 문경의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오미나라에서 생산하는 ‘문경바람’이다. 한남동에 위치한 스피크이지 바, 마이너스의 오너 바텐더 노우현, 게스트 바텐더 이수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문경바람’은 사과로 유명한 문경에서 만드는 사과 증류주다. ‘한국의 위스키 박사’라 불리는 이종기 명인이 생산하고 있어 ‘한국형 사과 브랜디’라는 별명으로도 통한다.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원액을 2회 증류해 만드는 방식으로, 프랑스의 사과 증류주인 칼바도스와도 그 맥이 비슷하다. 그 색깔이 희고 투명한 것부터, 위스키처럼 오크 통에 숙성시킨 ‘문경바람 오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아무 것도 없이 한 입에 털어넣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노우현 바텐더가 문경바람40%를 시음한 뒤 첫 마디였다.
문경바람 40%에서 느껴지는 첫 향은 이국적이면서도 새롭다. 은은한 크림 향과 ‘뽑기’라고 불리는 달고나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향이 동시에 느껴진다. 달콤한 향에 비해 맛은 오히려 쌉싸래하다. 노우현 바텐더는 ‘벨루가’, ‘케틀원’ 같은 스파이시 보드카와 비슷하다는 평을 남겼다. “다른 전통 증류주에 비해 콤콤한 누룩 향이나 발효 향이 적고 입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촘촘하네요. 단순하고 깔끔한 목넘김도 인상적이고요.” 삼겹살 구이처럼 별도의 소스 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 구이, 슴슴한 도토리 묵 무침, 새콤한 파인애플과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 칵테일계의 트렌드 중 하나가 ‘발효’입니다. 베이스가 되는 스피릿 이외의 부재료를 발효시킨 뒤 섞어 만드는 방식이죠. 문경바람 40%를 이용해 ‘모스코 뮬’의 트위스트 버전을 만들어 봤습니다.”
마이너스에서 직접 숙상한 진저비어와 시나몬 허니 시럽,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라임주스, 문경바람 40%를 넣고 얼그레이 티를 넣었다. 문경바람 특유의 맵고 콤콤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시나몬 허니 시럽을 넣었고, 목넘김을 더욱 부드럽게 하는 얼그레이 티를 섞은 것이 특징이다. 오렌지 마멀레이드의 향과 은은한 누룩향이 조화를 이뤄 문경바람만의 향과 맛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국적인 칵테일이다.

 

 

위스키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나무색이 인상적인 문경바람 오크의 첫 인상은 프랑스의 전통 사과주, 칼바도스였다. 문경 바람과 칼바도스를 함께 놓고 비교 시음을 해 보니 그 공통점은 더욱 도드라졌고 그만큼의 차이도 깊게 느껴졌다. “첫 번째 문경바람 40%에 비해 매콤한 향은 덜하고 당도도 더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문경바람 오크는 깔끔하고 목넘김이 좋은 반면에 여운이 짧고 바디감이 떨어지는 듯 합니다. 칼바도스는 코 끝에서 느껴지는 사과 향의 여운이 길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구조감이 탄탄하거든요.” 게스트 바텐더 이수원의 평이다. 폭 립과 같은 소스가 있는 고기 요리와 참치 같은 붉은 살 생선, 고등어 초회나 매콤한 물회 같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릴 듯하다.

 

 

이수원 바텐더는 ‘정공법’을 택했다. 사과를 빻아 즙을 내고 문경바람 오크와 허브 리큐르를 함께 섞은 뒤 시나몬 스틱을 꽂아 냈다. “사과와 시나몬은 참 잘 어울리는 궁합입니다. 문경바람 오크의 누룩향을 살리되 마시는 데 너무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나몬을 섞었습니다.”
노우현 바텐더는 문경바람 오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살리는 데 주력했다. “문경바람 오크의 누룩 향을 조금 더 살리기 위해 셰리 와인을 첨가했고, 대추 시럽과 스위트 버무스를 넣어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식상한 말이지만 우리 술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 입에 털어 마시는 것도, 물론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 술을 활용해 만드는 칵테일의 세계도 이렇게나 넓다. 그저 그런 우리 술이라고 여기는 대신 조금만 시간을 들여 다르게 생각하면 우리 술도 이렇게 다채롭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뿌듯한 마음으로 한 잔 축인다.

 

 

노우현 바텐더/ 현재 한남동 ‘Miners’ 오너 바텐더. 포시즌스호텔 서울 ‘찰스 H’, 글래드 호텔 ‘마크티’ 근무.

이수원 바텐더/ 과거 한남동 ‘Ox’, 광화문 ‘텐더 바’ 등 근무.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