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우리술 이야기 – 여포의 꿈
2018-09-28

 

대전은 명실상부,와인의 도시다.무슨 뜬금없는 조화냐고 묻는 이도 있겠다.  일본도 홍콩도 아닌,한국의 대전광역시에서는 매 가을이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전국제와인페어’가 열린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전세계 각지에서 온 전문가와 한국의 전문 시음단이 와인의 맛과 향을 평가하는 ‘아시아와인트로피’부터 좀체 만나기 쉽지 않은 마스터 오브 와인(MW)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아시아와인컨퍼런스’와 세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국가대표 소믈리에를 가리는 ‘국가대표 소믈리에 대회’까지 그 규모도, 영향력도 상상보다 크고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이 대전국제와인페어의 백미는 전세계에서 온 1만여 종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와인 페어다.  최고급 와인 생산국으로 추앙받는 프랑스도,우아한 풍미와 강건한 구조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도, 합리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칠레와 뉴질랜드도 모두 좋지만 이번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주목했던 부스가 있다.

 

충청북도 영동군은 예로부터 포도로 유명했다.  일조량이 많고 강수량이 풍부해 포도 나무가 자라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진 영동에서는 캠밸종으로 대표되는 달콤하고 즙 많은 한국 포도종이 주로 생산된다.

 

양조용 포도가 아닌, ‘비티스라브루스카’라 불리는 식용 포도를 가지고 처음으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지역이 영동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영동에서는 영동산 포도로만 양조한 약 14종의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와이너리가 있다.충청북도 영동군 양강면에 위치한 여포 와인농장이다. 지난 2월,백악관 보좌관 이방카 트럼프가 방한했을 당시, 만찬주로 제의되기도 해 화제가 된 그 ‘여포의 꿈’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여포 와인농장을 책임지는 양조가인 여인성 대표와 ‘초선’이라는 별명으로 더욱 잘 알려진 김민재 여사를 2018 대전국제와인페어에서 만났다.

 

여포와인농장 여인성 대표가 안주인 김민재 여사와 함께 여포의 꿈을 마시고 밌다

 

“여포는 제 자신을 의미합니다.  <삼국지>에서 가장 용맹했던 장수로 평가 받는 인물이지요.  ‘여포의 꿈’을 대한민국 최고의 와인으로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여인성 대표의 말이다.

 

우리술 품평회 우수상, 광명와인동굴 와인품평회 마루상,  한국와인 베스트셀렉션 골드상 등 여포와인은 그 다양한 수상 경력으로도 명성이 높다. 듣기만 해도 화려한 이력에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잔에 따른 여포의 꿈의 색은 은은한 황금 빛. 레이블의 금빛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색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달콤한 청포도 향,쌉싸래한 레몬 껍질 향이 치고 올라온다.

 

‘캠밸 품종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들 무렵 ‘머스캣오브 알렉산드리아 품종으로 만들어 깔끔한 바디감을 자랑한다’는 김 여사의 설명이 돌아왔다.

알맹이가 크고 무른 청포도 품종인 머스캣오브 알렉산드리아는 청포도 사탕과 같은 새콤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스위트 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단 맛과 적당한 산도 덕에 입맛을 저절로 다지게 된다.

 

“여포의 꿈과 더불어 ‘초선의 꿈’ 역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어요. 껍질이 얇고 알맹이의 크기가 작은 적포도 품종인 델라웨어로 양조해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합니다” 김 여사가 말했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과 향 덕에 와인을 처음 접하는 이도 부담없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입니다.한국 음식과 마셨을 때 그 맛이 가장 뛰어나게 발휘되는 와인입니다.”  여 대표는6~8℃에서 여포의 꿈이 가장 빛을 발한다고 말한다.

 

온도가 낮을수록 머스캣오브 알렉산드리아 품종이 가진 산미가 더욱 잘 살아난다는 것.

 

시음 후,여포의 꿈과 매콤한 메밀 전병을 매칭했다.   ‘매운 음식은 와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통념을 비웃기라도 하듯,달콤한 아카시아 꿀 향과 살구꽃 풍미가 입 안을 가득 채웠다.

 

매운 입맛을 달래기 위해 한 잔, 기분이 좋아 또 한 잔, 계속해서 ‘한잔 더’를 부르게 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호주 등 좋은 와인은 전세계 방방곡곡 어디에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지금 가장 활발하고 왕성하게 와인은 생산되고 있다.

 

여포의 꿈은 한국 와인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그 첫 번째 와인이자 교두보다.  우리 품종으로,  우리의 기술로 만든 한국 와인은 지금 가장 새롭고 지금 가장 역동적이다.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