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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갤러리 칼럼>술을 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2018-11-08

다양한 해석 속의 술의 어원 

얼마 전 식음료 관련 지인과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관련해서 시장규모를 물어봤는데, 연간 약 4조 원 이하라는 것. 예상보다 작아서 놀랐다. 생활에 밀접한 식음료시장이 주류시장보다 클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주류 시장은 연간 8조 원 내외. 식음료시장의 2배라고 볼 수 있다. 완전 식품이라고 불리는 우유는 연간 2조 원 정도. 술의 1/4 정도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증류주 섭취량은 세계 1위. 우리는 그만큼 많은 술을 마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식음료보다 밀접한 술은 원래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었을까? 

가장 유력한 어원. 탄산의 모습을 형상화한 물속의 불 ‘수불’ 
세상의 어떤 술도 알코올 발효를 할 때 무조건 생성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탄산(CO2)이다. 수분과 당분이 있는 상태에서 효모가 들어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탄산을 배출한다. 마치 막걸리에서 탄산이 오르는 모습 그대로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업계에서는 ‘술이 끓는다’라고 표현했다. 탄산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것이 마치 술이 끓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술이 끓고 있는 모습. 거침없이 탄산이 올라오며, 손을 대면 정말로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출처 전통주 갤러리

 
그런데 이렇게 탄산이 나오는 모습으로 가장 유력한 어원이 있다. 한국어 학회 회장을 역임한 천소영 교수가 언급한 내용으로 물속에 불이 있다는 의미. 바로 수불이다.  이 수불이 수불>수을>수울>술로 변천되었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참고로 물과 불이란 상극의 물질이 만나 술을 이룬다는 소통과 화합의 의미로 이어진다는 것. 동시에 끊임없이 바뀌고 있는 변화 무쌍한 모습에 발효라는 의미로도 이어진다.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발효 음료<술>
술에 대한 또 하나의 어원은 문화인류학적으로 해석한 육당 최남선 선생의 이야기이다. 술의 어원을 고대 인도의 표준 문장어인 범어의 수라(Sura), 헝가리 계열의 웅가르어의 스라(Sra), 투르크족의 언어인 타타르어의 스라(Sra)에서 술이란 단어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단어는 일본어서의 국물을 뜻하는 시루(汁)하고도 유사한 발음을 보이는데, 이 역시 같은 어원이라고 보고 있다.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발효음료의 통합단어라는 인류학적인 해석으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북방지역의 여진어로 술은 누러라고 하는데, 이 단어가 한반도에 들어와 누룩과 비슷하다는 것. 결국 뿌리는 하나였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인도의 술. SURA라고 기입되어 있다. 술(Sool)이란 어원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수작(酬酌)문화에서 온 술, 좋은 맛에서 왔다는 술 
조선말기의 통속어원학자 정교가 쓴 동언고략 (東言考略)을 보면, 순박하고 좋은 술맛 순(醇)에서 비롯되거나 손님을 대접하는 수(酬)에서 ‘술’로 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술술 넘어간다고 해서 술이라는 말도 전혀 주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동언고략 내용 자체가 워낙 신빙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많아 언어학적 가치는 떨어진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술과 유사한 발음은 고려 시대의 기록부터 보여 
술이라는 발음상으로만 본다면 1103년 고려에 왔던 송나라 손목(孫穆)이 편찬한 계림유사(鷄林類事)라는 견문록에서는 한국의 술을  ‘수’(酥 su∂)로 발음했다. 명나라 대의 조선어 교재였던 ‘조선관역어’ 에는 술을 수본(數本, su-pun)으로 표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과 유사한 발음을 썼던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기록으로는 중국 당(唐)나라 두보(杜甫)의 시를 한글로 번역한 시집(詩集). 두시언해(杜詩諺解)와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등에는 ‘수을’로 기록되어 있으며, 중종 대의 한자학습서 훈몽자회(訓蒙字會) 등에서는 술로 기록되어 있다.  

서양에서도 술 관련 어원은 끓는다는 뜻 
개인적으로는 발효할 때의 모습을 그린 수불이 맞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유는 인류가 생각한 술에 대한 어원이 비슷했기 때문. 술을 빚는 효모는 영어로 이스트(Yeast). 이것의 어원은 라틴어로 기스트(gyst)인데 이 역시 ‘끓는다’라는 뜻이다. 발효라는 뜻의 퍼멘테이션(Fermentation) 역시 어원이 피버(Fever)로 ‘끓는다’라는 의미가 있다. 서양과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술은 발효할 때 마치 불로 끓이는 듯, 열이나며 탄산이 올라온다. 술의 어원인 수불인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과음과 폭음의 불명예는 사라질까 
앞서 설명한 데로 한국은 전 세계 소주(증류주) 섭취 1위 국가다. 늘 많이 마시고 빨리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술에 대하는 태도는 늘 단순했다. 상명하복에 끝까지 마셔야 하는 술. 덕분에 과음과 폭음이 끊이지 않던 모습이었다. 이렇게 술의 어원을 생각해보는 문화는 전혀 있지 않았다. 술을 다각도에서 다양하게 즐겨보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술의 어원도 생각해보며, 취하는 술에서 음미하는 술 문화로 말이다. 적어도 이렇게 다각화된다면 산업화 시대의 잔유물인 폭음 문화는 적어지지 않을까?  

물과 불이라는 양극의 물체가 만나 조화롭게 이뤘다는 술의 의미. 이제는 과음과 폭음이 아닌, 술의 가진 어원처럼 화합과 소통의 매개체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