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2022년 AI 로봇 바텐더 40만대
2018-11-12

 

지친 몸을 이끌고 칵테일을 한 잔 하기 위해 단골 바에 들어갔다.

 

주문을 할 필요 없이. ‘늘 마시던 걸로’ 라고 이야기 하면, 알아서 단골 손님의 취향에 맞춰 칵테일을 내준다. 바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바텐더와 함께 경험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하지만, 이런 단골손님과 바텐더의 관계는 몇 년 뒤에는 사라질 수도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로봇 바텐더가 올해부터 출시되고 있으며, 몇 년 내로 주요 바텐더의 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

 

로봇이 서비스 부문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가운데, 바텐더의 영역에는 쉽게 들어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바텐더의 역할은 단순히 음료를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과 유기적인 관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를 찾는 사람들은 그 독특한 분위기를 찾기도 하지만, 단골 바텐더와 물리적인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만드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 문화가 발달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바텐더의 역할은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왜 바텐더를 대체하는 로봇 개발이 활발해진 것일까?

 

 

그 것은 바텐더 직업 특성상 높은 노동 강도와 임금 때문이다. 미국 구직 서비스 인디드(www.indeed.com)’ 에 따르면 미국내 바텐더 평균 시급은 11달러다. 연봉은 2만2000달러로 서비스직 중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숙련된 바텐더 경우 월급이 아닌 손님들이 주는 팁 비용이 높지만, 경력에 맞춰 임금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바텐더에 따라 단골손님들도 이동하기 때문에 고용주 입장에서는 숙련된 바텐더를 고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바 운영자는 숙련된 바텐더 대신 로봇 바텐더를 선택할 경우 섬세한 손님 대응은 포기해야하지만, 매장 운영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바텐더를 관리할 필요 없이 일정한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지속적으로 활용할 경우 바텐더에 지급하는 비용보다 낮은 비용으로 바를 운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바텐더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www.researchandmarkets.com)’에 따르면 세계 바텐더 로봇 시장은 2018년에서 202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3.2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https://ifr.org/)도 2018년에서 2020년까지 바텐더 로봇 시장이 최대 25% 성장한 230억 유로(약 29조4000억원)에 달하고, 세계적으로 4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가능성을 보고 뛰어든 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 바보틱스(Barbotics), 카를로 라티(CARLO RATTI ASSOCIATI), 파티 로보틱스(Party Robotics), 야누(Yanu), 메이커쉐이크(makrshakr) 등 업체는 바텐더 로봇을 출시 또는 준비 중이다.
이들 업체들의 로봇은 커피메이커처럼 생긴 단순한 제품부터, 2000개의 레시피를 숙지하고 하루에 800잔 이상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는 로봇. 인공지능을 활용해 손님이 주문한 이력을 분석해 칵테일을 추천할 수 있는 로봇까지 다양하다.

 

 

 

메이커쉐이크(makrshakr)는 60종류의 술을 조합해서, 10의 100제곱에 달하는 조합의 칵테일을 한 시간에 120잔 이상 제조할 수 있는 바텐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미 이 바텐더 로봇은 로얄 캐리비안 인터내셔널의 크루즈선에 설치돼 있다.
로봇 팔은 바텐더가 칵테일을 만드는 것과 같이 화려한 쇼를 할 수도 있다. 제조한 칵테일은 시각화해 어떤 술이 어떻게 조합이 됐는지도 알려줄 수 있다.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손님에 맞춰서 적당한 칵테일을 추천할 수도 있다.

 

 

바시스(barsys)는 커피메이커와 같은 방식의 작은 크기의 바텐더 로봇으로 매장이 아닌 홈바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5종류의 음료를 조합해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으며, 칵테일 레시피는 2000여 종 이상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바시스 측은 칵테일을 모르는 사람들도 모바일 앱을 통해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지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꼽고 있다.

 

 

야누(Yanu)는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University of Tartu)과 협력해 인공지능을 결합한 바텐더 로봇을 만들고 있다. 이 로봇은 칵테일 주문부터 결제까지 처리할 수 있으며, 사람 바텐더를 운영할 때보다 80% 이상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야누는 바쁜 시간 벌어질 수 있는 주문 실수나 결제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바와 같은 감성적인 공간에 로봇이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쉽게 정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내고 있다.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바텐더와 유대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로봇의 생산성이 바텐더의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바텐더 로봇이 나온다고 해서 모든 바텐더들의 자리를 바로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측정하고 분석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부분에서 로봇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숙련된 바텐더를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업무는 할 수 있다.

결국, 시점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바 비즈니스에서 단순한 과정은 점차 로봇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인력을 중심으로 업무를 해왔던 주류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주류 업계에서는 시장이 확대되기를 원하지만, 모순적으로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 대기업과 로봇이 그 자리에 들어올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들어 왔던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 경쟁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자신의 자리도 지키고, 시장도 키울 수 있다.

 

 

 

 

 

 

 

 

 

이형근 NK이코노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