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이해림의 한국술 테이스팅 #4] 스타베리 오디와인
2018-12-07

 

요즘 레스토랑과 와인바에서는 내추럴 와인이 아주 인기다. 작년부터 슬금슬금 식음업계의 ‘얼리어먹터’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예 일반 대중 중에서도 내추럴 와인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첨단의 시대에, 굳이 와인이 처음 양조되던 인류 문명의 첫 시절과 다를 바 없는 구닥다리 기술로 와인을 제조하는 것이 내추럴 와인에 대한 과장된 정의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 역시 그들의 방식대로 첨단 과학의 힘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지만, 아무튼 본질적으로는 그렇다고 알아두시면 된다. 현대 화학과 물리학의 힘을 빌리는 것이 없다.

“옛 방식으로 만들어도 와인이 되는데 왜 굳이 첨단 기술을 이용해 가냐”는 것이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항변인 듯하다. 와인을 만드는 방법뿐 아니라 포도 농사에서부터 내추럴 와인은 태초인류 같은 순백한 농사를 짓는다. 사람 손을 거치는 것 외엔 뿌리거나 치는 것이 없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맛. 처음 먹으면 일단 시큼하다. 산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 이제까지 마시던 와인에서 나지 않던 향도 특징이다. ‘목가적인’ 향을 가진 것들이 많다.
이 두 가지가 거개로 뭉뚱그린 내추럴 와인의 특징이라면, 내가 꼽는 내추럴 와인의 특징은 딱 하나 다양성이다. 많은 이들이 ‘와인 맛’이라고 기억하는 공통된 맛과 향으로부터 내추럴 와인은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넓게 퍼져 있다.

 

서론이 길었다. 경상북도 영천 ㈜한국와인의 ‘스타베리 오디와인’이 이번 시음 대상이다. 평을 미리 찾아 봤더니 시다는 중론이 있어, 내추럴 와인은 아니지만 내추럴 와인을 즐겨 마시는 업계 관계자들과 있는 자리에서 코르크를 열었다. 신 와인에 대한 선입견은 적어도 없을 것이라 보다 편견 없는 의견을 들을 수 있을 조합이었다. 소믈리에가 둘, 와인 수입사 사장이 하나, 그리고 나 푸드 칼럼니스트까지 총 넷이 맛을 봤다.

 

오디는 생으로 먹어도 맛이 강하지 않다. 안토시아닌은 풍부할 지 몰라도 요즘 과일들처럼 확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산미와 당도의 밸런스가 요즘 스타일로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신 은근한 맛으로 손을 멈출 수 없이 자꾸만 집어 먹게 되고, 알고 보면 산미가 너무 적어 느껴지지 않을 뿐, 당도도 충분하다. 포도와 다를 뿐이고, 포도가 아닐 뿐이다.

 

소믈리에A가 원래는 위스키를 마시도록 고안된 스템이 긴 잔을 골랐다. 실온보다 살짝만 낮은 온도로 오디와인이 돌았다. 흑초, 재래식 식초, 퇴비, 피노누아 등의 단어는 명확히 들렸고, 나머지는 모두 감탄사였다. 너무 시고, 쿰쿰하다! 와인 수입사 사장 B는 곧바로 와인을 주문했다. 똑같이 시큼하고 쿰쿰한 것이었지만 이건 맛이 있었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에 대해 경험과 호감을 겸비한 소믈리에C는 “잔당이 없어서 한국 음식과 맞기 힘든 것만 아쉽고, 괜찮네요” 하는 평가를 툭 꺼내 놨지만 새 와인이 온 이후로는 소믈리에B 역시 다시는 오디와인 잔을 들지 않았다.

 

문제는 균형이다. 시어도 된다. 다른 맛과 균형을 맞추며 그것이 매력적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시어도 상관 없다. 똥 냄새가 나도 된다. 오래 삭힌 젓갈, 과발효된 치즈, 100일 이상 숙성시킨 드라이에이지드 스테이크에서도 그런 냄새는 나지만 다른 향과 어우러질 수 있다면 악취 아닌 향기로 소비된다.
남은 오디와인은 고스란히 집으로 가져와 재도전의 기회를 가졌다. 이미 열었던 것이라 코를 찌르던 시큼한 향은 덜해졌다. 대신 맛으로 느껴지는 신맛은 전날보다 강해졌다. 얼음을 듬뿍 넣은 잔에 따랐다. 두 가지를 노린 것이다. 온도를 빨리 떨어트리고, 농도를 떨어트려 괴로운 신맛을 희석시키는 것이었다.

 

적중이다. 오디와인과 거의 동량의 얼음을 넣고 녹는대로 마시니 흑초음료처럼 편하기도 하고, 단맛도 좀더 올라와 균형이 나아진다. 목가적인 향도 찬 기운에 억제되어 가벼운 치즈 수준의 편한 발효취로 잡혔다.

즈란 양념을 듬뿍 찍은 양꼬치 구이, 그 중에서도 양고기 냄새가 폴폴 나는 옛날식 머튼 양꼬치, 아니면 향신료를 듬뿍 쓴 사천요리와 곁들여 먹기 좋은 술이다. 그 중에서도 발효한 중국 장이 들어간 본토의 마파두부나 삭힌 두부라면 오디와인이 가진 발효취와 서로 섞여 제3의 화합을 이뤄낼 듯하다.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 한국술을 이제는 좀 맛으로 이야기해보고자, 오로지 술의 맛을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안주를 망상한다. 알 수 없는 효능이나 지루하게 반복되는 역사 이야기는 배제한다. 한국 음식 문화의 하나로서 현재의 한국술이 가진 본질적이고도 참된 가치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