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백문영의 우리술 이야기 – 미르 40
2018-12-21

구수하고 푸근한 탁주도, 깔끔하고 청아한 청주도 물론 좋다.

하지만 이렇게 몸도 맘도 안팎으로 추운 계절에는 한 잔으로도 몸을 후끈하게 달궈 주는 증류주가 당긴다. 곡류로 담근 발효주에 열을 가한 뒤 물과 분리된 알코올만을 채집해 만드는 증류주는 그 자체로서 순수하고, 들인 정성만큼이나 귀하다.

 

그래서일까? 그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드는 소주는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그 희석식 소주와는 당연히 맛도, 향도 다르다. 코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곡물 특유의 부드러운 향, 혀 끝에서 감지되는 알싸하고 확실한 불의 맛까지. 이 소주가 어떤 인고의 과정을 거쳐 내 입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대로 느껴진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하는 걸까?

 

 

올해 우리술 업계에서 증류주는 꽤나 화젯거리였다. ‘전국 각지의 양조장들에서 증류기를 제작∙구입하는 빈도가 높아졌다’는 꽤나 공신력 있는 소문까지 들려왔다. 앞으로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증류주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굉장히 희망찬 이야기다. “제대로 된 좋은 재료로 빚은 술을 숙성시킨 프리미엄 증류 소주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존 희석식 소주에 비해 맛과 향이 깊은 프리미엄 소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의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르 40’이 올해 거둔 성과와 그 의미는 더욱 특별하다. 무려 <2018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대상, 그리고 최고상인 대통령상까지 받기도 한, ‘올해의 스타’다. 미르 40은 용인 백옥쌀과 암반수, 누룩만을 넣어 만든다.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일품인 프리미엄 증류주’라고 농업회사법인 술샘에서는 설명한다. 알코올 함량이 40%나 되는데, 과연 그럴까? 일반적인 고도주처럼 화끈화끈하고 자극적인 알코올이 튀어오르지는 않을까? 의구심을 가진 채 종로구 통인동의 바 참(Bar Cham)으로 향했다.

 

바 참의 임병진 바텐더는 ‘곡물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정제되고 말쑥한 증류주’라고 미르 40의 첫 인상을 평했다. “호밀을 51%이상 넣어 만드는 라이 위스키(rye whisky)와 비교해 보아도 손색없는, 곡물이 가진 특성을 무척 잘 살린 술이라고 느껴집니다. 화사한 과실 향으로 시작해 발사믹 식초와 같은 새콤한 향까지, 다채로운 향이 놀랍고 새롭습니다.”

 

임 바텐더는 미르 40을 이용한 칵테일로 ‘맨하탄’을 제안했다. “베이스로 쓰이는 라이 위스키의 변주로 곡물 향이 도드라지는 미르 40을 넣었습니다. 쌉싸래한 향이 강한 앙고스투라 비터 대신 아니스와 핵과 향을 내는 페이쇼드(peychaud) 비터를 추가해 상큼하고 깔끔한 맛을 냈지요.” 은은한 오렌지 향과 코를 찌르는 아니스의 이국적인 향, 구수한 미르 40의 곡물 향이 만나니, 생각보다 이국적이고 예상보다 조화로웠다.

 

우리 술을 마시는 방법이 이렇게 다채로울 줄 누가 알았나? 스트레이트로, 온더락으로 마셔도 좋지만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 술을 마셔보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지금 인기가 높은 술을 가장 트렌디한 방법으로 마셔보는 기분도 나름 괜찮다. 클래식은 영원하지만, 가끔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한 눈을 팔 때 또 그 쾌감은 남다르다.

 

 

임병진 바텐더는 한남동 ‘스피크이지 몰타르’, ‘블라인드 피그’를 거쳐 ‘마이너스’를 운영했다.

현재 종로구 통인동 ‘바 참’의 오너 바텐더로 재직하고 있다.

디아지오 코리아가 주최한 <월드클래스 2015>에서 국가대표 바텐더로 선발됐으며 2016년에는 베스트 바텐더로 뽑혔다.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