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백문영의 우리술 이야기 – 천비향 오양주 약주 & 탁주
2019-02-08

 

우리 술과 가까워질수록 마시고 취하기만 했던 지난 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와 그 윗 부분만 뜬 맑은 청주는 쌀이나 밀과 같은 곡류, 그리고 누룩으로 만든다. 아주 간단하고 단순해 보이는 재료지만 어느 지역에서 나는 쌀인지, 찹쌀을 쓰는지, 맵쌀을 쓰는지, 다른 곡물을 섞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누룩도 마찬가지다. 흔히 ‘입국’이라고 불리는 ‘흩임누룩(쌀 낱알에 발효균을 직접 주입한 형태)’을 사용하는지, 단단하게 뭉쳐 놓은 막누룩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그 풍미가 다르다. 간단명료한 이 재료만으로 술의 맛이 결정되기에 탁주와 약주는 만들기도, 다루기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좋은술에서 생산하는 천비향 탁주와 약주는 평택에서 나는 햅쌀과 우리 전통 누룩, 그리고 정제수만을 넣어 만든다.

수입산 쌀을 원재료로, 합성 감미료를 넣어 만든 저가 탁주와 약주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비옥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평택의 너른 논에서 자란 쌀, 그것도 그 해에 바로 나온 햅쌀로 만든 술을 만나는 경험은 유독 진귀하다.

덧술을 더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향이 살아난다. 덧술을 더하면 더할수록 술이 익는 데 시간이 걸린다. 빠르고 쉽게 쉽게 생산하는 일반적인 우리술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천비향의 오양주는 2번도 힘든 덧술 과정을 무려 5번이나 거쳤다.

 

탁주는 9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쳐, 약주는 무려 12개월의 시간 끝에 세상에 나온다. 아이스와인 보틀을 닮은 정갈하고 단정한 매무새, ‘천년의 비밀을 품은 향기’라는 뜻의 고운 레이블까지. 술의 맛을 더욱 올려 주는 세련된 디자인까지 갖췄다.

 

 

 

천비향의 탁주와 약주를 권나경 전통주 소믈리에와 함께 마셨다. “깔끔한 맛의 약주부터 마신 뒤 탁주를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탁주의 여운이 유난히 긴 오양주의 특성 때문이지요.” 알코올 도수가 16%인 천비향 약주는 잔에 따랐을 때 은은한 레몬 빛이 감돈다. 입 안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가벼운 단맛과 곡물의 고소한 풍미, 부드러운 목넘김까지 마시는 순간 ‘잘 만든 술이다’ 감탄사가 자동으로 튀어 나온다.

 

“너무 찬 온도에서 마시기보다는 레드 와인처럼 상온에 두고 마시기에 좋은 청주입니다. ‘시간을 버텨낸 술’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혀에 오랫동안 남아 있는 은은한 맛, 날카롭지 않은 단맛이 무척 조화로워요. 긴 발효와 숙성 기간을 거치며 얻은 산도가 아주 탁월합니다. 배, 꿀, 사과, 아카시아 꽃 향기가 무척 기분 좋네요.” 권 소믈리에의 평이다.

 

천비향 약주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탁주는 색깔과 농도만 보면 뽀얀 두유를 보는 듯하다. 잔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곡물 그대로의 향, 쌀 그대로를 마시는 부드러운 느낌이 놀랍다.

“청주의 화려한 곡물 향에 비해 탁주의 곡물향은 투박하고 소박한 느낌입니다. 쌉싸래하지만 특유의 단맛이 있어 알코올의 풍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도 천비향 탁주만의 특성입니다.”

 

전통주를 빚는 양조인 사이에서는 흔히 ‘삼양주 이상은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말을 종종 한다는 말을 들었다. 긴 발효와 숙성 기간에 비해 맛에서는 극적인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천비향의 약주와 탁주는 다르다. 프리미엄 약주와 탁주 시장을 이끄는 중심축인 이유다. 천비향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남다르다.

 

 

 

 

 

 

 

 

백문영 라이프스타일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