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이해림의 한국술 테이스팅 #7] 영천 고도리 복숭아 와인
2019-03-11


보통의 인식에서 와인은 포도로 만든, 오직 포도를 위한 것이지만 한국술에서는 당도가 있는 모든 과일로 발효시킨 과실주도 모두 와인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경북 영천의 최봉학 대표는 30여 년차 농부이지만 시나브로 와인에 푹 빠져 양조까지 손대게 된지 10여 년 되었고, 포도 외에도 복숭아로도 와인을 만들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은영 연구사가 말하길, 영천은 복숭아 재배면적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 주변에 가장 흔한 과일로 와인을 빚었다는 자연스러운 연결. 영천에선 유명, 월미, 오도로키(경봉), 천홍 등 단단한 복숭아 품종을 주로 재배한다.

 

8도 가량으로 꽤 차게 해 셰리용 오목한 잔에 따라 봤다. 복숭아 즙이 그대로 술이 되고 복숭아 잼의 향으로 응축된 듯한 강렬한 복숭아 향이 피어 난다. 지난해 여름 끝에 졸였던 광황 황도 잼이 떠오르는 달달한 향이다. 언뜻 열대과일이 가진 특유의 향도 묻어 난다. 매우 완성도 높은 와인들이 가진 것과 같은 완성도의 복합미를 갖췄다고는 하지 못하나, 명쾌하고 직선적으로 다가오는 이 청량하고 맑은 느낌도 나쁘지 않다.

 

맛은 꽤나 달달한 편. 신선하게 느껴지는 시원한 당의 결정이 혀를 둘러 싸는 느낌이다. 당도를 생각하면 디저트 와인으로 제격이겠다.

애플망고와 맞춤맞게 어울릴 듯 해 나는 망고를 얹은 조그맣고 예쁜 케이크를 떠올렸다. 아예 고도리 복숭아 와인을 얼려 몇 가지 부재료를 더해 그라니타나 셔벗을 만드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낼 듯 하다.

 


높은 당도를 받쳐 주는 싱싱한 산미를 생각하면 꼭 디저트에만 곁들이라는 법도 없다. 새콤달콤한 맛이 어울리는 짭짤한 안주도 잘 어울린다. 도톰하게 구운 돼지 저지방 부위 스테이크에 곁들이기 제격이고, 진한 향을 숨기지 않은 샤퀴트리와도 잘 맞는다.

 

견과류가 들어있는 테린이 가장 멋질 듯하다. 얇게 구운 나폴리식 피자와 함께 한다면 하와이언 피자가 그런 것처럼 묘한 조화를 즐길 수 있을 법. 껍질을 살려 구운 기름진 오리, 오리가 아니라면 닭 통구이와도 멋지게 어울릴 법하다.

 

어느 복숭아 품종을 사용했는지 알아 보니 절반은 털이 없는 천도 복숭아, 나머지 절반은 털 있는 복숭아를 사용한다고 한다. 복숭아도 품종마다 철이 다르니 그때그때 나오는 것을 사용하는 것일테다.

 

용량은 750ml와 375ml 두 가지이다. 코르크를 열자 마자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유쾌하지 않은 이취가 다소 있는 편.

그러나 와인 발효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범위이고, 휘발성이 강한 향들이기 때문에 30분~1시간 이상 열어두면 다 날아가 쾌적한 향만 남는다. 열어둔 후 며칠간은 다시 코르크를 막아 냉장 보관해 마실 수 있다.

 

참, 고도리는 새 다섯 마리를 모으는 화투짝의 그 고도리가 아니라, 양조장이 위치한 리里의 지명이다. “떴다, 고도리” 아니고, 경상북도 영천시 고경면 고도리.

 

 

 

 

 

 

 

 

이해림(푸드 칼럼니스트)

>> 한국술을 이제는 좀 맛으로 이야기해보고자, 오로지 술의 맛을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안주를 망상한다. 알 수 없는 효능이나 지루하게 반복되는 역사 이야기는 배제한다. 한국 음식 문화의 하나로서 현재의 한국술이 가진 본질적이고도 참된 가치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