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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상을 나타내는 술의 역사. 완주 술테마박물관
2016-08-16

<전통주 갤러리가 간다>시대의 상을 나타내는 술의 역사. 완주 술테마박물관

전주를 품은 완주이야기

서울에서 경부, 논산천안, 그리고 호남고속도로로 달리기를 약 2시간 30분, 충남의 마지막 논산을 지나면 전북의 초입 중 하나인 완주와 전주를 만나게 된다. 완주와 전주를 하나로 설명한 이유는 두 지역의 문화적, 지리적 교집합이 특별하기 때문. 마치 경기도가 서울을 감싸고 있듯, 완주 역시 전주를 동서남북으로 감싸고 있다.

이러한 지리적 환경으로 완주는 전주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전주는 후백제 견훤의 도읍지였으며, 태조 이성계의 시조를 배출한 걸출한 지역이다. 실례로 조선 태종 7년에 세워진 완주의 위봉산성은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동학농민혁명 때 전주성이 점령되자 영정과 위패는 산성 안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깊은 역사를 가졌는지, 전주와 완주는 한국을 대표할 정도의 유명 음식과 지역 술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술에는 조선 3대 명주라 불리는 전주 이강주, 대한민국 유일, 승려가 빚는 송화백일주, 그리고 한국의 대표해장술, 콩나물국밥과 같이 마시는 전주 모주 등은 전통주 마니아가 아니라도 잘 알려진 지역 문화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지역이니, 당연히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을 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5만점의 술 유물이 기다리는 곳, 전주를 품은 완주의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이하 술 테마박물관)’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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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도립공원 모악산의 전경. 정상에서는 멀리 김제평야, 전주, 완주 시내까지 다 볼 수 있다. 출처 완주군청>

 

 

전주를 지나 완주 끝자락에 있는 테마 박물관. 고즈넉한 시골 풍경 속에 있어

‘술 테마 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완주군 구이면. 완주의 가장 남쪽에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으로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며, 치즈로 유명한 임실군과는 30분 거리에 있다. 정상에서 전주 시내와 김제평야가 다 보이는 모악산(795m),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이는 ‘구이 저수지’가 ‘술 테마 박물관’에 가까이 있다. 이렇게 환경에 접해있다 보니, 가는 길은 산과 논, 그것을 품은 자연밖에 눈에 안 들어온다.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IC로 빠져나오는 흔한 도심의 길이 아니다. 오히려 완주의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솔솔 들어오는 길에 있다. 술빚는 곳만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술 박물관조차도 자연 속에 있는 것이다. 덕분에 교통편은 좀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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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술 테마박물관의 전경. 하늘에서 보면 물 방울이 퍼지는 모습으로 건축되었다>

 

물 방울 같은 모양의 건축 디자인, 널리 퍼지는 모습은 술 방울

‘술 테마박물관’의 모습은 물이 떨어져 확산되는 모습. 마니아에게는 술이 떨어지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입구를 향해 걸어가면 고즈넉한 항아리와 잔디를 지나 큰 계단을 만난다. 5만 점의 술 유물이 있는 만큼, 여기도, 저기도 술 빚는 도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엘리베이터를 통해 3층의 수장형 유물 전시관에는 술 빚는 모습과 더불어 1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술병과 라벨 디자인, 관련 고서적, 그리고 다양한 유물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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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및 해방전후기 시절의 청주 레이블. 모두 일본 사케의 디자인을 답습했다. 해방 전후의 소주 레이블. 안동소주의 레이블도 보인다>

 

일제강점기 시절, 청주 레이블을 통한 슬픈 역사의 모습

이곳에서 볼 수 있었던 특별한 콘텐츠는 1930년대 전 후반의 청주 레이블. 언뜻 보면 모두 일본의 사케 레이블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한글이 살짝 보이거나, 또는 지역 명이 한국이다. 한국에서도 청주라는 단어를 썼지만, 실질적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을 거친 청주의 모습은 사케를 답습하기만 했다. 그 자본 역시 일본에서 들어오다 보니 디자인은 일본의 사케와 다를 바 없었다. 이렇다 보니 지금도 전통의 밀 누룩 방식으로 청주를 만들면 청주란 이름을 쓰지 못한다. 청주는 누룩조차도 쌀이 중심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의 청주에 대한 주세법과도 유사하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문화와 제약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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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막걸리 포스터. 모델들의 패션을 통해서도 당시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막걸리의 도수제한에 대한 포스터. 이때는 알코올 함유량 8%로 다시 변경되었다는 내용. 지금은 최소 알코올 함유량 1.5%에서 최대 19%까지 출시되고 있다>

 

애잔한 시절의 막걸리 포스터, 당시 시대상을 그대로 보여줘

시대가 바꿔가며 뭐든지 혁신을 통한 대변혁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만들어온 문화를 뒤돌아보는 시대로 바꿔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애잔한 전시작품을 통해 근대의 우리 역사를 뒤돌아 볼 수 있는 전시물도 많다. 전주에 있던 옛 양조장 모습의 재현이라든지, 대폿집, 한약방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의 막걸리 포스터는 당시의 세련된 남성의 패션과 한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진다. 또 다른 막걸리 포스터는 막걸리의 도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려준다. 지금은 쌀로 막걸리를 빚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시만 해도 쌀로 막걸리를 빚으면 불법이었다. 그래서, 막걸리는 순곡이라 표현하면서 괄호에 밀가루란 것을 꼭 강조한다. 지금이야 쌀이 많이 있지만, 당시만 해도 쌀로 자급자족을 못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준다. 막걸리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로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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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시음주인 면천두견주, 경주교동법주, 문배술. 술 테마박물관 시음장에서 촬영. 모두 고가의전통주이다. 출처 완주군청>

매달 바뀌는 고급 전통주의 시음행사, 매달 찾아가는 매력 있어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한번 방문하면, 한참 후에나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매월 한번은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다. 이유는 매달 시음주가 달라지기 때문. 특히 8월에는 중요무형문화재 경주 최씨 가문 전통주인 경주교동법주, 진달래 빛이 그대로 살아있는 면천두견주, 그리고 남성미 넘치는 드라이한 맛을 뽐내는 문배주 등을 시음할 수 있다. 모두 직접 구매해서 마셔보려면 가볍게 10만 원 가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단돈 2,000원이면 입장까지 무료로 시음이 진행된다. 게다가 9월 말까지는 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면 이것조차도 무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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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시내에 있던 용진 주조장의 재현모습. 자전거로 막걸리를 배달하는 모습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술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

술은 한편으로는 역사의 뒤편에 있는 존재였다. 정치, 경제가 우선이고, 그리고 외교와 안보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의 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위 세대에 어떻게 전달이 되었고, 그를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꿨는지, 술 역사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 쌀의 자급자족을 못 해서 수입밀가루로밖에 못 만들던 힘들었던 아버지 시대, 청주 역시 우리 전통주라 부르지 못하는 시절,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지 못하는 이 아픈 현실을 보면, 결코 술의 역사가 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삶, 나아가서는 우리의 정체성과도 연결이 된다. 그런 면에서는 전주를 품고 있는 완주 ‘술 테마박물관’을 방문해보면 어떨까?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처럼 너무 화려하지도, 엄청나지도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의 삶을 이뤄왔던 구석구석의 요소는 발견할 수 있다. 소박한 삶 속에서 맛있는 막걸리를 발견한 것처럼.

 

written by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명욱

[출처] <전통주 갤러리가 간다>시대의 상을 나타내는 술의 역사. 완주 술테마박물관|작성자 전통주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