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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이 견학오는 양조장? 가치를 거듭하는 전통주 문화
2016-08-18

<전통주 갤러리가 간다>초등학생이 견학오는 양조장? 가치를 거듭하는 전통주 문화

초등학생이 견학오는 양조장? 가치를 거듭하는 전통주 문화

 

비 내리는 소리에 막걸리. 그 속에는 다양한 추억이

얼마 전 갑자기 언론과 포탈에서 막걸리 관련 내용들이 많이 보였다. 계속 비가 내린다는 장마, 즉,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비 오는 날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가 생각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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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론으로 들어가 보면 전을 만들 때의 기름 소리가 빗소리와 비슷하다던가, 농번기에 비가 오면 일손이 없어 쉬면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냐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다면, 바로 어릴 적의 추억이나 향수, 옛사랑까지 촉촉한 비 소리를 통해 생각난다는 것이다. 이른바 살짝 감성적인 모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 속에서는 어릴 적에 경험했던 소박한 막걸리 문화도 한 몫 한다.

70년대 생인 필자의 세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우리의 조금 위세대만 해도 모두 양조장 문화를 접하고 살았다.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심부름을 가고, 받고 나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이내 막걸리의 반은 없어지는 것이 예사였다. 양조장 주인은 이내 그 사실을 알고 막걸리를 짜고 남은 지게미를 건 내주며, 다시 물을 넣고 술을 짜라는 정겨운 모습도 있었다.

신평 양조장

일제 강점기 시절의 막걸리 빚기 <사진 출처- 신평 양조장>

이러한 추억 속의 양조장이 최근에 변모하고 있다. 단순한 술을 파는 곳이 아닌,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고 있으며, 동시에 단순히 마시고 취하는 술 문화가 아닌 미생물을 통한 발효와 숙성이란 과정도 알리고 있다. 100년 가까이 된 건축물은 이제 지역의 역사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어가고 있으며, 그것을 지켜가는 사람은 단순히 술 만드는 사람이 아닌, 문화를 지켜가는 사람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천지를 개벽할 이야기다. 오늘은 이렇게 술 만드는 것 외에, 다양한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특별한 양조장 세 곳을 소개한다.

 

문체부가 선정한 막걸리 명사, 충남 당진 신평 양조장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숨은 매력을 즐길 수 있도록 2016년도 ‘지역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 사업의 명사 10명을 선정했다. ‘지역 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은 지역의 고품격 스토리텔러(명사)를 선정, 우수한 문화유산과 연계하여 지역의 여행상품을 고급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내용인데, 2015년에는 조선왕조 마지막 황손 이석(전주) 등을 선정하였으며, 올해는 전통주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100년 막걸리의 명가 신평 양조장 김용세 옹 등을 선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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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 양조장(농식품부 2013년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2대 김용세 대표. 해방직후의 행정학 석사 출신으로 당진의 엘리트였지만, 가업을 잇고자 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양조장을 맡게 된다. 현재 그의 아들인 김동교 씨도 가업을 받들어 3대로 이어 지고 있다.<사진출처 http://blog.naver.com/baddugi2001>

김용세 옹은 신평 양조장의 2대 대표로, 해방 직후에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당시로써는 당진의 엘리트였다. 하지만 가업을 잇고자 술도가에 들어섰고, 그의 아들인 김동교 씨 역시, 대기업을 퇴직하고 양조장에 문화체험관(백련 양조문화원)을 설립하는 등, 막걸리 문화산업의 리딩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기업 대상으로 전통주 연수, 외신기자들 대상 교육, 유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체험교육을 진행한다.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막걸리 수업을 받은 일본 유학생이 논문을 막걸리로 발표, 한국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등 독특한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작년에는 KBS 프로그램 1박 2일에 당진의 유명 막걸리로 소개되었고, 방문하면 1대에서 3대를 살아온 100년의 고택, 1930년대의 철심으로 꿰맨 항아리, 그리고 막걸리 빚기, 짜기, 칵테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한자리를 지켜온 산 역사를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서울에서 간다면 서해안 고속도로 서해대교를 건너 첫 번째로 나오는 송악 IC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초등학생이 체험하러 오는 곳, 충북 단양 대강 양조장

조선 시대 성리학의 대가, 5천 원 지폐의 주인공인 퇴계 이황이 절절히 사랑한 여자가 있다. 바로 매향이라는 인물. 바로 퇴계 이황이 단양의 군수로 재임했을 때의 사랑 이야기로, 너무도 절절하여, 가무극 ‘퇴계연가’로도 재현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퇴계 이황이 아무리 매향을 사랑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단양 8경이다. 이 단양 8경 속의 마을이 있으니, 소백산 자락의 대강면. 그리고 그곳에 있는 양조장이 대강 양조장이다. 1919년 충주에서 시작한 이 양조장은 외증조부까지 포함하면 4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

대강 양조장

단양 대강 양조장(농식품부 2013년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으로 체험하러 온 초등학생 들. 찐 쌀과 누룩 등을 만져보며 체험을 하고 있다

1960년대 만들어진 막걸리 홍보 동영상, 그리고 일제 강점기 시절에 쓰이던 현미경 등, 삶 속에서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대강 양조장에서 직접 재배한 복분자를 활용한 복분자 막걸리도 만들어 볼 수 있으며, 4대로 이어지는 조재구 대표의 재미있는 단양 이야기도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코레일과 제휴하여 단양역을 통해 단체 관광객이 오기도 하며, 평택, 제천 고속도로를 이용한 미군부대 가족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술을 단순히 술로 여기는 것이 아닌 발효와 역사 문화체험의 하나로 인식되어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의 방문도 늘고 있다. 물론 이들에게 막걸리를 시음할 수는 없기에, 직접 빚은 식혜나 수정과 등의 전통 음료를 제공한다. 단양 8경 중 제5경인 사인암과 불과 차로 5분 거리에 있으며, 중앙고속도로 단양 IC 에서는 2분이면 도착한다.

 

양조장이 미술관 전시관으로 변모. 전남 해남 해창 주조장

아름다운 정원의 양조장으로 잘 알려진 해남의 해창 주조장에서는 행촌미술관(관장 이승미)과 제휴하여 2016 풍류남도 아트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테마는 ‘낙원 가까이 해창展’. 이미 6월 10일부터 시작해서 10월 31일까지 진행되는 현재 진행형인 행사이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해남의 모습을 담아낸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과 조성훈 작가의 벽화가 중심이다.

해창 주조장

해창 주조장(농식품부 2014년 찾아가는 양조장 선정) 의 정원 모습. 양옆의 배롱나무가 더욱 운치를 더한다

해창 주조장은 1923년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정미소와 양조장으로 운영하던 곳으로 600년 된 배롱나무 및 사계절 늘 푸른 이끼, 연못과 우물이 어우러진 정원이 아름다워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에서 400km가 넘는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주변에는 1930년대의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미곡 창고 및 방앗간, 그리고 지평선이 보일 정도의 넓은 갈대밭, 그리고 한국 5대 철새도래지인 고척암도 매력을 더한다. 최근에는 해남의 찹쌀과 멥쌀에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발효한 해창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데, 서울의 유명 레스토랑 등에서 1만 원 넘게 팔리는 등, 단편적인 단맛을 싫어하는 미식가 들에게 각광받는 제품이다.

 

도시를 답습하지 않는 지역의 가치, 그것이 진정한 경쟁력이자 창조

양조장이 이렇게 다양한 문화공간이 되어가는 것은, 단순한 추억이 아닌 험난한 자본주의 시대에서 잃어버렸던 소중한 것을 찾으려는 귀소본능에 따른 것일 수 있다. 배고픔의 시대에서 합리의 시대, 그리고 가슴의 시대로 들어오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단순한 돈이 아닌 삶의 가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기 시작한 신호이며, 동시에 자신을 이룬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물어보는 시대다. 그래서 도시가 아닌 각각의 고향이 있는 지역이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 속에서 100년간 자리를 지킨 양조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럴 때, 지역의 가치를 단순한 도시의 답습으로만 가져간다면, 본질로 돌아가려는 시대의 흐름에 어긋나게 된다. 유행이 지난 도심의 레스토랑을 따라가는 느낌이고, 가치를 살리기도, 감동의 포인트도 없다.

도시는 가장 멋진 것도, 가장 맛있는 것도 모여있다. 덕분에 변화에도 지극히 민감하다. 올해 유행한 것이 내년에도 유행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면 지역은 결국 이러한 도시와 ‘다름’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양조장 문화이기도 하며, 이런 것을 통해 도시에게 천천히 가는 지역만의 멋스러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나만이 가지고 있던 양조장과 같은 추억 어린 문화를 찾아보고 싶다. 그것은 30년 전에 지어진 방앗간이거나,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일 수도, 어릴 적 크게 느꼈던, 하지만 지금 보면 작아진 냇가의 징검다리 일 수도 있다. 도심에 살건, 시골에 살건,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면 그 누구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발견한 추억을 가지고 주변과 소통한다면, 험난한 자본주의 시대에 삶의 본질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추억이란 문화 속의 양조장을 통해, 잊고 있던 가치를 찾아보고 싶다고 느낀 그런 날이었다.

 

written by 전통주 갤러리 부관장 명욱

[출처] <전통주 갤러리가 간다>초등학생이 견학오는 양조장? 가치를 거듭하는 전통주 문화|작성자 전통주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