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박종혁 셰프
2017-12-22

문선희가 만난 술과 사람 1.
박종혁 셰프

 

 

 

이 칼럼의 첫 번째 주인공은 리츠칼튼, 메리어트, 하얏트, 힐튼 호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호텔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19년차 요리사 박종혁이다. 그는 누구보다 음식과 술의 궁합에 관심이 많다. 미국 나파밸리의 요리학교에서 공부하던 당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사이드웨이(Sideways)’를 본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설후야연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인터뷰도 할 겸 그에게 만남을 청했다. 장소를 추천 달라고 했더니 그는 ‘설후야연(雪後野宴)’을 선택했다. 한국식 술상을 기본 콘셉트로 전국 팔도 향토음식을 기본으로 제철 요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2스타를 받은 ‘권숙수’의 권우중 오너 셰프가 운영하고 있으며, 엄선한 전통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 셰프와 권 셰프는 6년 전 이탈리아 출장 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두 사람은 ICIF(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요리학교 주관으로 열린, 이탈리아 와인과 어울리는 한국 술 페어링 행사에 함께 참여하며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 주안상이 차려나왔다. 그가 식전주로 고른 술은 스페인 맥주인 에스텔라 담 이네딧(Estrella Damn Inedit)’. 에스텔라 담 이네딧은 4년 동안 세계 1위 레스토랑으로 꼽혔던 ‘엘 불리(EL BULLI)’의 오너 쉐프이자 분자요리의 창시자인 페란 아드리아가 공동으로 참여해 개발한 프리미엄 맥주다. 맥주 특유의 포만감을 최소화하고, 음식의 풍미를 돋구어주는 최고급 정찬용 술이다. 맥아, 밀, 고수풀, 오렌지껍질, 감초 등의 재료가 독특하게 조합됐다. 황금빛을 띠며 과일, 꽃, 신선한 효모, 달콤한 아로마 향이 입 안 가득 풍부하게 퍼지면서 긴 여운을 남긴다.

 

에스텔라 담 이네딧을 첫 술로 고른데는 이유가 있다. 박 셰프는 한국도 양조 전문가와 셰프가 콜라보레이션해 술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양조인의 취향에 맞춘 술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 친화적인 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도자기 회사 ‘광주요’는 셰프가 제안하는 그릇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 술도 이처럼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선택한 술은 ‘2017년 햅쌀로 빚은 첫 술. 국순당에서 지난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 ‘막걸리의 날’을 맞아 한정품으로 내놓은 제품이다. 이 술은 올해 수확한 경북 안동 햅쌀로 빚은 프리미엄 생막걸리이자 1년에 단 한 번 빚는 햅쌀 막걸리다. 가벼운 탄산감과 과일 향이 부드럽게 올라오며 산뜻하고 깔끔한 맛으로 설후야연의 주안상과 잘 어울렸다. 해산물 요리에는 부드러움을 튀김 요리에는 상큼함을 더했다. 음식과 술이 잘 어우러지니 술자리의 흥도 높아진다.

 

박 셰프는 직접 만드는 요리에 어울리는 술을 계속 찾고 있다. 특히 전통주에 애정이 크다. 최근 그가 즐겨 마시는 술은 면천 두견주와 김포금쌀 선호 생막걸리. 술 맛이 너무 좋아서 양조장에도 다녀왔을 정도라고. 양조장에 가서 술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고, 직접 마셔보면 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박 셰프는 현재 대덕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경기도 용인의 한옥체험 숙박시설인 ‘효종당(孝悰堂)’을 가족들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전통 한식을 연구하고 선보이는 ‘온지음’ 맛공방과 같은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음식 코스별로 한국 술 페어링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글. 막걸리학교 사무국장 문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