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뚝집
2018-03-30

우리술 주점
팔뚝집

 

지난 13일부터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 내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에서의 음주가 금지되었다. 적발 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안전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다. 산 정상에 땀을 식히며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은 이제 안녕. 하지만 슬퍼할 필요가 없다. 잠깐만 꾹 참았다가 막걸리 주점으로 달려가면 된다. 맛있는 음식이 있어 더욱 신바람이 난다.

 

 

오늘 소개할 곳은 서울의 끝자락 도봉구의 도봉산 근처에 위치해있다. 도봉산은 북한산 국립공원의 일부로 최고봉인 자운봉을 비롯해 만장봉, 선인봉, 주봉, 오봉, 우이암 등 암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산이다. 명품 등산코스로 각광받고 있는 이 곳은 근처에 맛집들도 많다. 그 중에서도 막걸리 주점으로 이름난 곳이 있다. 바로 ‘팔뚝집’이다.

 

팔뚝집이란 옥호는 조선시대의 ‘내외주가(內外酒家)에서 비롯됐다. 몰락한 양반가의 여인네들이 생계를 위해 문간방 한 칸을 내서 가양주를 팔았던 공간을 일컫는다. 당시에는 내외법이 있었다. 반가의 여인들은 외간 남자에게 얼굴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관습법이다. 손님을 맞은 안주인은 얼굴을 보이지 않고 팔뚝을 내밀어 술과 안주를 냈다. 도봉산 팔뚝집은 이 옛 스토리를 담은 곳이다. 산행의 허기와 갈증을 달래기 위해 찾아오는 등산객들을 위한 맛있는 안주와 술을 내놓는 것이 컨셉트. 단 예전과 다르게 언제든 주모의 얼굴을 만나 볼 수 있다.

 

 

음식을 맡고 있는 김미숙 사장님은 손맛 좋기로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이북 출신의 부모님을 도와 손님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며 집안의 음식을 그대로 전수받았다. 잔치 때마다 어머니가 직접 빚은 과하주를 접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우리술에 대한 관심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교육 기관에서 전통주를 공부하며 술 빚기를 배웠고, 2015년 개최된 ’우리술 주안상 대회‘에서는 과하주와 어울리는 한상 차림으로 금상을 받기도 했다. 수상을 계기로 이듬해 오픈한 곳이 바로 팔뚝집이다.

 

애주가인 사장님의 철학은 ’술꾼이 가져야할 자세는 모름지기 좋은 술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술 메뉴판도 목민심서를 모티브로 ‘주민(酒民)심서’라 이름 지었다. 팔뚝집에서는 전국 8도에서 엄선해 공수해오고 있는 막걸리를 5~9천원 선에 선보이고 있다. 손님들은 가게에 큼지막하게 걸려있는 전국 8도 지도를 재미있어 한다. 시계방향 또는 반대방향으로 지도를 따라 막걸리를 하나씩 클리어하는 재미로 매주 찾는 단골 손님도 많다.

 

 

꼭 맛보아야할 음식은 사장님의 특기인 ‘이북식 음식’이다. 대표 메뉴는 김치적과 북어전. 김치적은 북한에서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다. 황석어 젓갈을 써서 만든 이북식 김장 김치를 밀가루와 계란으로 부쳐냈다. 짜거나 맵지 않고, 슴슴하면서도 씹을수록 감칠맛이 돈다. 처음에 낯설어 하던 손님들도 금새 이 맛에 젖어든다. 북어전은 황태포를 불려 가시를 빼고 밑간해서 부쳐낸다. 입안에서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두 메뉴 모두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 막걸리 안주로 그만이다.

 

간장새우장과 만두전골도 인기 메뉴로 손꼽힌다. 간장새우는 냉동 새우 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좋은 새우를 엄선해서 쓴다. 양조간장에 청주, 유자, 생강을 넣고 직접 만드는데, 양념이 잘 베어들었고,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밥과 술을 부르는 메뉴다. 만두전골은 간이 세지 않은 평양식이다. 직접 빚은 만두에 느타리와 배추가 들어간다. 개운하면서도 시원한 맛! 술안주로도 좋고, 해장용으로도 좋다.

 

 

각각의 음식에 어떤 막걸리를 곁들여도 좋겠지만 찰떡궁합 막걸리를 추천받았다. 먼저 김치적에는 해남 산이막걸리. 김치의 맛을 부드럽게 코팅하며, 새콤한 맛을 더해주어 묘한 궁합을 선사해준다. 북어전에는 포항의 영일만 친구가 적격이다. 포항쌀과 우뭇가사리가 재료로 들어간 막걸리로, 경쾌하고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경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잔 마시는 기분이 든다.

 

간장새우장과는 선호막걸리. 김포 금쌀로 만든 드라이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막걸리로 특색 있는 간장 새우장의 맛에 지긋이 스며든다. 만두전골에는 칠곡막걸 리가 잘 어울린다. 부드러운 목 넘김, 바나나나향이 은은하게 나는 막걸리로 튀지 않고 만두에 부드럽게 어우러져 반주용으로 즐기기 좋다.

 

팔뚝집

막걸리 주점

서울 도봉구 도봉로 181길 70, 070-8899-1711

영업시간 평일 오후 4시~밤 12시, 주말/공휴일 낮 1시~밤 12시, 매주 월요일 휴무

김치적 1만2천원, 북어전 1만3천원, 간장새우장(12마리) 1만8천원, 만두전골 2만5천원

산이막걸리 5천원, 영일만친구막걸리 5천원, 선호막걸리 5천원, 칠곡막걸리 5천원

 

 

 

 

 

글. 대동여주도 컨텐츠 제작자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