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Talk
전통주의 미래를 위해 지금 숙성 증류주들을 준비하자!
2020-10-16

 

 

 

 

 

세계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술 중 상당수는 증류주이다. 증류주는 다양한 원료를 이용해 전 세계에서 두루 제조되고 있다. 영국은 보리로 만든 위스키, 중국은 수수로 만든 고량주, 멕시코는 선인장으로 만든 테킬라, 일본은 쌀로 만든 소주 등이 있다.

 

 

 

 

 

       출처: Premier Wine & Spirits / 세계의 다양한 증류주

 

 

 

그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증류주는 무엇일까? 영국 주류시장 분석기관인 IWSR의 2017년 세계 증류주 판매 순위에서 진로가 1위를 차지했다. 9L 통을 기준으로 7,591만개가 판매돼 2위(태국, 타이베버리지)의 3,175만개 보다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물론 회식자리에서 마시는 희석식 소주의 양을 보면 우리에게는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도 있다.

 

 

 

 출처: 쿼츠 / 진로는 세계 증류주 판매 순위 1위

 

 

세계에는 다양한 증류주가 있고 각 나라별 그 문화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음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희석식 소주라는 값싸고 빨리 취할 수 있는 술이 주류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주류시장 추세 중 하나로 다양화, 양극화와 함께 고급화를 이야기 한다. 국내도 소득 증가에 따라 외국 고급 주류의 수입이 증가되고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숙성 증류주가 차지하고 있다.

 

 

 

가격이 낮고 빨리 취할 수 있는 소주

 

 

 

국내 주류 트렌드는 저도수의 술이 주도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증류주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빅데이터 자료에 의하면 젊은 층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전통주는 증류식 소주와 일반증류주로 조사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20~30대에 여성이 남성보다 증류주의 구매에 앞서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희석식 소주에 익숙했던 소비자층이 전통주의 다양성을 접하면서 증류식 소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 증류주에 대한 관심 증가

 

 

 

물론 많은 소비자가 구입의 어려움과 종류의 생소함으로 전통주 형태의 증류식 소주를 마시지 못한다. 그러기에 기존 희석식 소주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술들을 대중주에서 찾기 시작했다. 고급 증류식 소주의 대표주자인 ‘화요’는 18년 매출액이 176억 원으로 2015년 매출액 100억 원을 기록한 뒤 연평균 20%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증류식소주 ‘일품진로’도 2014년~2015년에는 전년 대비 세 자릿수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 2016년 10년 숙성 원액 부족으로 판매량이 제한됐음에도 2016년과 2017년 각각 전년 대비 37%, 39.2%의 신장률을 보였다. 아직 희석식 소주 시장 대비 1%에 불과하긴 하지만, 고급 증류식 소주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을 하며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출처: 화요, 하이트진로 홈페이지 / 고급 증류식 소주로 이야기되는 화요와 일품진로

 

 

 

증류주는 부가가치가 높다. 특히 숙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제품들이 많다. 증류주의 숙성개념 도입은 영국 위스키로부터 시작되었다. 초기 세금회피를 목적으로 생산된 밀주를 은닉하기 위해 오크통에 담아 산속, 지하, 동굴 등에 숨겨두었다. 시간이 지나자 원형의 증류주보다 더 부드럽고 향미가 뛰어나 목통 숙성이 정립되기 시작했다. 증류주의 목통 숙성은 이후 브랜디, 다크럼, 숙성데킬라 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대에 와서 프리미엄 증류주로 일컬어지는 증류주는 숙성 증류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숙성증류주는 원료의 부가가치 향상 측면에서 발효주보다 10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하여 알코올 휘발로 소실되어지는 양을 보존하고도 남을 만큼 가치의 상승폭이 크다.

 

 

 

출처: 픽사베이 / 밀주에서부터 시작된 오크숙성

 

 

 

 

이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증류주의 숙성 연구나 제품이 우리에게는 부족하다.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생산연도(빈티지) 또는 숙성기간을 인정하는 제도가 없다. 물론 양조장 자체적으로 숙성기간을 표시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업체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도 증류주의 생산연도나 숙성기간을 표기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업계의 합의를 통해 숙성 증류주 표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출처: 다양한 증류주들이 있지만 숙성기간을 표기하지 않음

 

 

지금 당장 숙성된 술이 없기에 숙성 기간을 가진 술을 만들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또한, 자본도 많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숙성 증류주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제도적으로도 숙성 증류주와 같은 프리미엄 증류주의 종량세 문제들도 같이 논의되어야 한다. 전통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숙성 증류주들이 많아져야 한다. 저가 주류 시장은 우리의 대중주인 희석식 소주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로 인해 주류시장도 양적인 소비보다 질적인 소비로 변하고 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해외 프리미엄 주류에 대한 국내 시장 방어와 동시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프리미엄 주류로 숙성 증류주에 대한 준비가 지금부터 필요하다.

 

 

 

출처: 맥켈란 홈페이지 / 숙성기간에 따라 다양한 제품 생산이 가능함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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