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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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기자의 마시는 여행 (3) – 울릉도 물레방아 주가 호박막걸리
2019-11-15

 

 가평 잣막걸리, 고흥 유자막걸리, 제주 감귤막걸리, 공주 알밤막걸리, 정선 옥수수막걸리… 지역마다 하나씩 있는 특산물 막걸리를 챙겨 마시는 것도 국내 여행을 다니는 재미다. 제철 맞은 그 동네 음식을 곁들인다면 금상청화다. 음식과 술에는 식재료를 만든 기후와 환경이 녹아 있고 거기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와 생활이 스며 있으니, 먹고 마시다 보면 그 지역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몸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멀고 험한 뱃길 헤치고 울릉도까지 갔다면, 당연히 호박막걸리 한 잔 쯤은 마셔줘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특산물을 자랑스레 내세운 막걸리 치고 제대로 만든 술이 드물다는 것이다. 분말이나 과즙을 눈곱 만큼 넣고 값싼 수입쌀과 합성감미료를 범벅해 만든 싸구려 막걸리를 마시고 되레 여행 기분을 망치는 경우도 적잖다. 울릉도 호박막걸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섬 곳곳의 유명 관광지마다 잔술로 혹은 병으로 파는 호박막걸리는 흉내만 낸 가짜 술이 대부분이다.

 

울릉도에 호박막걸리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딱 한 곳 있긴 하다. 저동항 근처에 자리 잡은 ‘물레방아 주가(酒家)’다. 여기서 만든 호박막걸리는 아무리 마셔도 입에 남는 텁텁한 느낌이 없다. 이에 달라붙지 않는 울릉도 호박엿처럼, 이 호박막걸리도 깔끔한 단맛이 일품이다. 아스파탐 같은 인공감미료는 일절 넣지 않고 찹쌀을 많이 넣어 단맛을 끌어낸다. 호박 풍미는 말린 호박을 듬뿍 넣어 낸다. 세 번 빚는 삼양주로 다섯달이나 발효와 숙성을 거치니 막걸리 중에서도 손이 많이 가는 고급술이다. 알코올 도수도 막걸리치고는 높은 편인 10도다. 구수하고 달달하면서도 묵직한 매력이 있다.

 

 

물레방아 주가에서는 인근 저동리에 흔한 마가목 열매의 즙을 내 마가목막걸리도 만드는데 이 술이 또 물건이다. 한 잔 머금는 순간 경쾌한 신맛에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열대과일을 연상시키는 풍미는 눈을 감고 마시면 막걸리라 믿기 힘들 정도다. 주연 격인 호박막걸리보다 판매량이 높다는 게 쉽게 수긍이 간다. 호박막걸리와 마가목막걸리 모두 병당 1만원으로 막걸리치고 비싼 것 같지만, 마셔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진짜배기 호박막걸리와 마가목막걸리를 육지에서 배달시켜 마시려면 최소 10병 이상 주문해야 한다. 교통 오지라 배송비가 비싸 1~2병씩은 택배가 힘들다. 그러니 울릉도에 갔다면 꼭 마셔보는 게 좋다. 양조장(경북 울릉읍 저동4길 27)을 직접 찾아가도 되고 울릉도 내 농협 하나로마트와 특산품 판매점 등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물레방아 주가는 올해 3월 개통한 울릉도 일주도로의 마지막 공사구간인 내수전터널 바로 근처에 있다. 빨간 3층 벽돌 건물 앞에 서면 쪽빛 파도와 앞바다의 작은 섬 죽도가 어울린 풍경이 시원하다. 관음도까지는 연도교를 통해 걸어서 들어가 섬을 둘러볼 수 있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에 오르면 저동항과 함께 관음도와 죽도가 어울린 앞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맑은 날에는 90㎞ 가까이 떨어진 독도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울릉도는 따개비로 육수를 내고 감자, 양파, 호박 등을 넣고 끓인 따개비칼국수가 유명하다. 참기름과 간장을 넣고 지은 따개비밥도 막걸리와 함께 하면 별미다. 최근 인기를 끄는 독도새우는 저동 천금회센타가 잘한다고 입소문이 났다.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