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전통주갤러리 [칼럼] 우리 쌀로 만든 우리 술이 더 맛있지 않을까?
2019-11-15

 

 

‘술을 만드는 건 쉽다. 하지만 맛있는 술을 만드는 건 어렵다.’ 강의 때마다 자주 하는 말이다. 술을 만드는 원료는 쌀, 누룩, 물 3가지이다. 이 원료들을 섞기만 하면 초보자도 술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발효가 끝날 때까지 관리를 잘해야만 맛있는 술이 탄생한다.

술 품질은 원료가 좌우하기도 한다. 우리 술이라 불리는 탁주, 약주, 증류식 소주의 원료는 주로 쌀과 밀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4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술 제조 원료에서 쌀과 밀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5%, 52%다. 하지만 이 쌀의 64.2%가 외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특히 일반 주류로 분류되는 탁주는 67.8%가 수입쌀로 빚는다. ‘무늬만 우리 술’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수입쌀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2018년 한 해 쌀 수입량은 약 40만t이다. 이 수입쌀의 가격은 1㎏ 564원(단립종 기준)이다. 2018년 정부미(나라미) 1㎏이 2274원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햅쌀은 1㎏당 2500~2800원인데, 수입쌀과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더 크다. 지난해처럼 쌀 가격이 올라가면 국산 쌀로 술을 만드는 양조장의 부담은 더 커진다.

이런 이유로 수입쌀을 사용하는 양조장을 비난할 수 없다. 양조장도 이익을 내야 운영할 수 있다. 국산 쌀로 술을 빚는 양조장에게 혜택이 돌아가면 상황은 달라질지 모른다. 어떤 혜택이 있을까?

먼저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 현재 주세(酒稅)는 원료 원산지와 관련 없이 막걸리 5%, 약주 30%, 소주 72%로 동일하다. 물론 법적으로 국산 쌀로만 만들게 돼 있는 전통주(민속주·지역특산주)는 주세를 반으로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주세 감면 대상 용량은 발효주 200㎘(750㎖ 약27만병), 증류주 100㎘(375㎖ 약27만병) 이하로 매우 적은 양이다. 감면량이 증가하면 더 많은 전통주가 절세 혜택을 받을것이다. 더 많은 우리 술이 세상의 빛을 보지 않을까.

한편, 근본 문제인 국산 쌀 가격을 낮추면 그것도 혜택이 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쌀 품종 중에 같은 면적에서 1.5배 많은 양의 쌀이 생산되는 다수확 쌀이 있다. 몇몇 양조장은 농가들과 다수확 쌀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다수확 쌀 계약재배는 농가의 판로개척 부담도 줄여준다. 양조장은 방금 도정한 품질 좋은 쌀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 물론 다수확 쌀 계약재배라도 수입쌀보다는 비싸다. 이런 점 때문에 계약재배 농가에 한해 쌀 보관 및 운반비 등에 대해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의 쌀 소비는 계속 줄고 있다. 술은 쌀로 만드는 가공제품이다. 이런 가공식품의 원료 대부분이 수입쌀이라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국산 쌀 소비 증진 대책에 우리 술 제조만 한 게 없다. 우리 술의 과감한 규제 완화와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술을 우리 쌀로 만드는 게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너무 내 생각만 주장했나 싶기도 하지만, 옛 어른들처럼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재료로 술을 빚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글/사진 :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 전통주갤러리 자문위원)​

 

한겨레 신문 컬럼 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