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심현희 기자의 우리술 시음기] 신맛의 매력, 제주 오메기맑은술
2019-12-05

 

 

사람들은 왜 신맛을 좋아할까.

주류전문기자로 술을 탐닉하는 삶을 살면서 자연스레 ‘신맛’(Sour)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어렸을때는 음식이나 술을 먹을때 신맛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잘 익지 않아 달콤한 맛이 덜한 과일에서나 나는 불쾌한 맛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떠올려보자. 우리는 왜 매 끼니 밥상에 잘 익은 김치를 빼놓으면 안될까. 서양에선 왜 식전에 새콤한 화이트와인과 샐러드를 즐기는 걸까. 왜 요리사들은 신맛이 두드러지는 ‘내추럴와인’을 선호할까.

 

 

신맛은 식욕을 자극해 특정 음식이나 술의 맛이 질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신맛은 그러나 단독으로 존재할때보다는 다른 맛과 어우러질때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달콤한 맛과 조화를 이루면 금상첨화다.

새콤달콤한 맛은 인간에게 굉장한 행복감을 준다. 신맛 없이 달콤하기만 하거나 신맛이 지나치게 튀는 술을 시음할때 전문가들은 “발란스(맛의 균형)가 무너졌다”고 표현한다. 신맛이 자연스레 배어 든 술은 “산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니까 좋은 술의 핵심을 “신맛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놓는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제주 오메기맑은술은 이 ‘신맛’이 무척 매력적인 술이다. 가끔 술자리에서 “난 약주는 안먹어”라며 한국의 약주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술을 마실때 산미를 느끼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들은 약주가 곡물 뉘앙스와 누룩향이 지배한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오메기맑은술을 와인잔에 따라 첫 모금을 들이키는 순간 약주는 싫다는 주변의 술꾼들이 생각났다. 이들에게 가장 먼저 이 술을 소개해주고 싶다. 새콤한 모과 껍질향이 폭발하고 목넘김은 매우 가볍고 경쾌하다. 마시고 나면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여 삶의 의욕이 샘솟는다. “이렇게 산미가 뛰어난 약주가 있다니.” ‘유레카’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셰프라면 업장에 1순위로 제주오메기맑은술을 배치하겠다.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릴만한 조건(뛰어난 산미)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제주 특산품인 좁쌀을 사용해 만든, 제주도를 대표하는 술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술을 ‘맛의 도시’로 불리는 전남 목포에 가져가 시음을 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출장지에서 음식 페어링 테스트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싱싱한 낙지초무침, 흑초무침과 이 술을 맛볼때는 폭발하는 산미 덕분에 그 다음 음식이 더욱 기다려졌고, 달콤한 양념의 LA갈비를 뜯을 때 이 술을 한 모금 넘기면 단맛과 신맛이 조화를 이루며 페어링의 즐거움이 극대화됐다. 이밖에 찰진 방어회와 소금을 친 메로 구이와도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신맛이 술의 즐거움을 느낄때 왜 중요한지 궁금하다면, 아니면 이미 신맛 없이는 술이나 음식을 넘기지 못하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주저하지 말고 제주오메기맑은술을 선택해보자. 인생의 즐거움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신문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