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김형규 기자의 마시는 여행 (6) – 강원 홍천 샤또 나드리
2020-02-05

 

 

 

 

 

 한국에도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가 100곳 넘게 있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놀란다. 고성(古城)이나 수도원에 딸린 유럽의 근사한 와이너리와는 물론 그림이 좀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우후죽순 늘어난 한국 와이너리는 대부분 농가형이다. 직접 농사짓는 농부들이 술을 만들다 보니 규모가 작고 영세하다. 과일 판매 외에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술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포도 품종도 양조용이 아니라 식용 포도를 그대로 쓴다. 그러다 보니 역사가 긴 수입와인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

 

 최근 한국 와인의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등 정부기관들도 양조용 포도 품종과 효모를 개발하는 등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산머루 등 재래 포도에 외국 품종을 교배해 만든 10여가지 신품종을 꾸준히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홍천에 자리 잡은 와이너리 ‘샤또 나드리’는 이런 신품종 포도로 가장 활발하게 양조 실험을 하는 곳이다.

 

 

 

 

 

 

 샤또 나드리의 와인 브랜드는 ‘너브내’다. 넓은 내를 뜻하는 지명 홍천(洪川)의 순우리말에서 따왔다. 대표 제품인 너브내 화이트와인은 국산 청포도 품종 청향을 주재료로 쓴다. 청향은 씨가 없고 포도알이 작은 포도다. 한 알만 깨물어도 새콤달콤한 즙이 입안에 꽉 찬다. 와인에서도 포도의 캐릭터가 그대로 녹아있다. 진한 단맛과 깔끔한 산미가 돋보인다.

 너브내 화이트에는 역시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신품종 적포도 레드드림과 강원2호도 30% 들어간다. 청향은 머스캣 향이 강렬한 대신 보디감이나 깊은 맛이 떨어지는데, 적포도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너브내 레드와인엔 무려 네 가지 포도가 들어간다. 한국 와인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식용 포도 MBA와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블랙선·블랙아이, 그리고 개량머루다. 블랙선은 토종머루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달고 시고 쓴 맛이 골고루 섞여있어 술을 담그면 복합적 맛을 낸다. 블랙아이는 붉은색을 내기 좋고 씨에서 고추냉이 향이 분명히 느껴진다. 두 포도는 병충해에 강하고 내한성도 뛰어나다. 강원도의 자연 환경에 적합한 포도로 ‘강원도 테루아’를 보여주는 와인을 만드는 셈이다.

 

 

 

 

 

 

 축산유통업을 하다 2004년 홍천으로 귀농한 샤또 나드리 임광수 대표는 직접 농사지은 포도로 술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 만에 그럴 듯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모두를 만족시키기보다 개성이 분명한 나만의 와인을 만들고 싶다. 한번 마셔보면 누구나 ‘아 이건 그 집 와인이구나’ 할 수 있는 존재감 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고 한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수입와인과 비슷한 맛에 다가가면 생산자 입장에선 안전한 선택이지만 소비자에겐 매력이 떨어진다. 국산 과일로 우리땅의 기후와 특징이 녹아든 술을 만드는 게 개성도 있고 술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 아닐까.

 

 샤또 나드리는 잘 꾸며놓은 시음장에서 와인 시음(1만원)과 뱅쇼·상그리아 만들기(3만원)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033-434-5420)로 예약하면 포도밭 옆 잔디마당에서 와인 5종을 곁들여 7가지 코스 요리를 맛보는 저녁식사(7만원)도 할 수 있다. 식사 후엔 와이너리 바로 옆에 딸린 펜션에서 숙박도 할 수 있어 가족여행에도 알맞다.

 

 

 

 

 

 

경향신문 김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