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전통주, 원료의 다양성을 이야기 하자
2020-11-20

 

 

 

 

 

 

 

올해 쌀 수확이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등으로 인해 올해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6% 이상 줄었다 한다. 1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톤으로, 지난해보다 6.4%(23만7000톤), 평년보다 12.6%(50만5000톤) 감소했다. 이로 인해 쌀값은 전년보다 14%, 평년보다 31%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생산량 감소를 고려하면 쌀값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쌀 가격의 상승은 술 제조에 있어 원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벌써부터 전통주의 힘든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쌀 수확의 감소로 전통주 제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출처-픽사베이

 

 

 

술 제조는 기본적으로 농업이 바탕이 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은 포도 생산량이 많아 자연스럽게 와인 제조가 발달했다. 이 지역을 와인 벨트라 부른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 중부 유럽은 맥주의 원료인 보리가 많이 생산된다. 이 지역이 ‘비어 벨트’가 된 이유다. 북유럽은 ‘보드카 벨트’라고 부르는데, 보드카의 원료인 감자 등의 곡물 생산량이 많아서다.

 

 

 

 

유럽은 잉여농산물과 주종간의 상관관계가 있다 출처-위키피디아

 

 

 

 

아시아는 쌀이 주요 농산물이다. 그런 이유로 쌀을 이용한 술이 많다. 쌀로 만든 대표적인 우리 술은 막걸리다. 일본 니고리자케, 중국 미주(米酒), 베트남 껌즈어우넵 (cơm rượu nếp), 네팔 창(Chhyang) 등이 우리 막걸리와 유사한 쌀 술들이다. 이처럼 지역의 대표적인 잉여 농산물은 그 지역의 주종을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식량이 부족했다면 술은 지금처럼 발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쌀을 이용한 아시아의 술 왼쪽부터 중국 미주, 베트남 껌즈어우넵, 네팔 창

 

 

 

 

과거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종류의 곡물을 이용해 술을 만들었다. 지역에 따라 쌀뿐만 아니라 찹쌀, 보리, 조, 수수 등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술의 원료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술의 주원료가 한가지로 단순화되어 버렸다. 지역적인 특성을 지닌 다양한 원료는 사라지고 쌀만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 쌀 품종은 대략 300여 개다. 허나 실제 재배가 되는 품종은 약 20 품종 정도뿐이다. 언뜻 보면 작은 나라에서 많은 품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양조용으로 만들어진 쌀이 아닌 식용으로 만들어진 쌀이기에 품종 간의 특징이 적어 품종 수는 별 의미가 없다. 쌀이 잉여되는 부분이 있어서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방적인 원료의 쏠림으로 양조의 독창성이 사라지고 있다.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쌀 품종 출처: 농업진흥청

 

 

 

 

지금도 밀이나 보리, 좁쌀 등의 원료를 이용해 술을 만드는 곳이 있다. 원료의 특징을 잘 끌어내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다. 잡곡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쌀과는 다른 향과 맛이 나온다. 잡곡을 잘 사용하면 기존 누룩이나 효모를 사용할 때와는 또 다른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이것은 막걸리뿐만 아니라 약주, 소주에 이르기까지 비슷하다. 찹쌀, 보리, 수수, 조 등을 주원료나 부원료로 사용한 전통주가 많이 나오면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현재까지 쌀 이외의 원료에 대한 발효 특성이나 발효 방법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 그러기에 양조장에서의 잡곡에 대한 사용이 어려웠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잡곡 양조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잡곡의 모양만큼이나 다른 술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출처: 픽사베이

 

 

 

원료 외에 술의 다양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주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술의 개성을 부여하는 큰 부분은 부재료이다. 부재료가 다양해진다면 우리는 더 다채로운 술을 즐길 수 있다. 전분과 당이 술의 뼈대인 알코올을 만든다면 향신료와 한약재, 꽃 같은 부재료는 나머지 피와 살의 역할을 할 것이다. 맥주의 맛과 향을 만드는 대표적인 부재료는 홉이다. 홉을 맥주 제조에 첨가하면서부터 쓴맛과 향이 다양해졌다. 밀, 옥수수 같은 곡물을 주원료로 사용해 만드는 진도 비슷하다. 증류할 때 주니퍼베리(노간주열매·두송실), 코리앤더, 레몬 껍질 등의 향신료를 첨가한다. 결국 맥주나 진의 특징을 만드는 것은 향신료들인 셈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향신료들이 있다 출처: 픽사베이

 

 

 

 

우리나라 전통주는 한약재와 꽃을 많이 사용한다. 구기자를 넣은 구기자주, 인삼을 넣은 인삼주, 진달래를 넣어 만든 두견주, 국화를 넣어 만든 국화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약재는 발효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술의 개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양한 한약재들이 술의 부재료가 된다

 

 

 

최근 다양한 부재료와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술들이 많아지고 있다. 현재 전통주 중에 쌀을 이용한 술들이 많기에 똑같이 만들어선 경쟁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술 중에는 기존 한약재가 아닌 주니퍼베리와 건포도 등을 넣은 술이나 당근과 레몬그라스가 첨가된 술도 있다. 석류와 히비스커스로 붉은색을 낸 막걸리가 있는가 하면, 라임이나 레몬, 홍차가 들어간 막걸리도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양조인들 대부분이 젊은 양조인들이라는 것도 신선한 바람이다.

 

 

 

 

 

다양한 부재료가 들어가면서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다 출처: d9 막걸리展

 

 

 

 

그동안 전통주는 산업화 및 대량 생산이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수의 원료만 사용해 왔다. 결국 술의 다양성을 포기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맛들이 획일화 되어가는 전통주 시장에서 새로운 원료의 사용과 다양한 부재료의 첨가는 다양한 전통주를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