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한국와인과 한국인의 식탁
2020-12-02

 

 

 

 

와인 소믈리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들이 모를 만한 와인을 추천해서 만족하게 드셨을 때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손님들이 주문하는 와인은 한정적이라, 새로운 와인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해 드리는 것이 직업적인 기쁨과 보람입니다. 특히,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하여 손님들이 감사의 인사를 건넬 때가 그 보람을 가장 크게 느끼는 순간입니다.

 

소믈리에는 소속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과 와인, 음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고, 주방스탭들과 자주 소통합니다. 새로운 메뉴 출시 준비를 할 때, 요리의 주 재료가 되는 농축수산물의 산지, 품종, 조리되는 부위, 조리 방법, 소스의 사용 등에 대해 폭넓게 상의하면서 와인매칭에 대해서 함께 고민합니다. 소믈리에가 가장 직업적으로 공을 많이 들이는 부분이면서 끝없이 공부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음식과 와인의 매칭입니다.

 

 

 

출처: 픽사베이

 

 

 

손님이 즐겁게 식사하는 듯 보여도 식사를 마쳤을 때 주문한 음식이나 와인이 많이 남아 있는 경우는 음식과 와인이 맞지 않아 맛있게 먹지 못한 경우입니다. 경험이 짧은 소믈리에는 종종 이런 실수를 합니다. 분명 좋은 와인과 좋은 음식을 추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경험이 많은 소믈리에는 음식과 와인이 서로 어울려서 좋은 상승이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를 반드시 고려하면서 와인을 추천합니다.

 

서양의 음식은 오븐이나 팬에 구운 고기를 중심으로 짜여진 코스요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인요리와 어울리는 와인으로 산도와 탄닌이 강하고, 바디감이 무거운 와인을 주로 추천합니다. 요리와 와인의 특성이 잘 맞기 때문에, 서양의 식탁에서는 이런 조건을 가진 와인을 좋은 와인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한국와인을 소개할 때, 한국와인도 스테이크나 치즈와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는 와인이란 스테이크를 먹을 때나, 치즈 등의 음식과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강해서 그런 듯 합니다. 이런 인식은 와인이라는 음료를 먼나라에서 온 격식을 갖춰 마셔야 하는 음료로 생각하게 해 가까이 즐기게 못하게 하는 편견을 만듭니다.

 

외국의 양조전문 품종은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시라 syrah, 멜롯 merlot 등입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 와인은 캠벨얼리, 머루, 청수 등의 포도로 만듭니다. 우리만의 양조용 품종으로 만든 한국와인은 산도가 강하지 않고, 탄닌이 적으며, 미디엄 바디 정도의 바디감을 지녀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입니다. 음식과의 매칭에서 서양의 와인과는 다른 양상으로 접근 해야 합니다. 종종 외국의 와인만 다루던 소믈리에들이 외국의 식탁과 와인 개념을 한국와인에 강요하려고 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잘 맞을 리가 없으니 와인과 음식이 모두 맛없게 느껴지는 좋지 않은 매칭이 반복됩니다.

 

한국와인은 와인이면서, 한국술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가진 한국의 음식입니다. 대체로 가벼우면서 향이 좋고, 우리 양념인 간장과 고추장이 베이스가 된 음식들과 잘 어울립니다. 힘이 강한 서양의 와인과 달리, 약간 여리여리한 매력이 있습니다. 향이 강하고 센 양념 위주의 한식을 잘 살려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한식과의 매칭이 훨씬 잘 맞게 됩니다.

 

이렇게 잘 맞는 음식과 드셔보시고 ‘한국와인은 서양의 와인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술이고, 한국와인은 맛있다!’라는 경험을 많은 분들이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한국와인생산협회가 주최한 ‘한국와인 고메위크’라는 행사를 진행합니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한국의 식재료를 사용해 한국의 셰프들이 만든 음식과 한국의 와인을 맛있게 즐겨보자는 행사입니다.

 

이 취지에 동참한 전국의 15개 레스토랑에서 한국와인 30종과 매칭한 음식들이 특별판매됩니다. 코로나로 다소 위축된 우리 식당들과 와인생산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아가 한국와인을 맛있게 드신 경험을 많은 분들이 가지셨으면 하는 소망도 함께 가져봅니다. 연말연시, 좋은 분들과 한국와인 한잔 어떠세요?

 

 

 

 

 

 


 

 

글: 최정욱 소믈리에최정욱와인연구소장, 청담 2×2 소믈리에, 오산대학교 겸임교수

최정욱 소믈리에는 최정욱와인연구소 소장으로, 서울 청담에 위치한 투바이투 레스토랑 소믈리에로 활동 중입니다. 와인에 대한 연구를 하며 오산대학교 외식사업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한국와인의 우수성과 대중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광명동굴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고,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