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생선회와 술
2020-12-07

 

 

 

 

20세기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회는 꽤나 귀한 음식이었다. 지금은 어느 시장이나 마트든 가면 1~2만원에 광어나 우럭 같은 횟감을 두 사람 정도가 섭섭지 않게 먹을 정도로 살 수 있지만 그때만해도 회는 수산시장 같은 전문시장이나 일식집, 바닷가 횟집 같은 곳에 가야 먹을 수 있었고 가격도 지금보다 비쌌다.

 

한국에서 회에 곁들이는 술은 예나 지금이나 압도적으로 소주다. 하지만 회문화로는 우리보다 반 수쯤은 앞서는 것으로 인정해야 할 일본에서는 회에는 주로 청주를 마신다. 일본식 소주인 쇼츄를 곁들이는 경우는 오키나와나 큐슈 같은 특정지역을 벗어나면 별로 없고 가볍게 맥주 한 잔 정도를 곁들이는 것은 음식 궁합의 고려라기 보다는 그저 반주 정도의 의미다. 그러니까 회와 기본 궁합을 맞추는 술은 청주인 셈이다.

 

회의 맛은 미묘하다. 광어, 우럭 같은 흰살 생선은 물론이고 방어나 참치 같은 붉은살 생선의 지방 풍미 가득한 맛도 육류에 비해 강렬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자연히 술도 너무 강하지 않은 것이 좋다.

 

일본에서라면 맑은술이, 그 중에서도 청주가 선호되는 이유다. 일본의 사케가 탄레이(淡麗) 스타일로 발전한 이유 중 하나다. 탄레이의 반대는 노코(濃厚)다. 탄레이는 담담하고 부드럽고 노코는 깊이가 있고 풍미가 강한 편의 술을 말한다. 탄레이 스타일은 쌀을 많이 깎아서 단백질, 지방 등의 성분에서 생기는 ‘잡미’를 잡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필자가 보기엔 공정을 편하게 다루기 위한 의도가 크다. 다른 성분 제하고 탄수화물만 취급하면 맛을 컨트롤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의도야 어쨌든 섬세한 회의 맛을 맏쳐주는 반주로는 탄레이 스타일이 맞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술을 주인공을 한다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사시미 산텐모리(三點盛)>

 

 

 

회는 느끼하다. 붉은살 생선은 물론이고 흰살생선도 의외로 느끼하다. 느끼하다보니 지루해지기도 쉽다. 간장과 고추냉이, 혹은 초고추장과 쌈장 등이 동원되는 이유기도 하다. 일식에 산뗀모리(三點盛)라는 서빙 방식이 발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생선 한 마리를 다 잡아서 먹자니 느끼하고 지루한 탓에 여러가지 생선을 딱 세 점씩만 주는 것이다. 광어, 도미, 연어, 참치 등으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 좋은 방식이다. 일본 특유의 선어문화의 또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같이 수조에서 활어를 즉살해서 먹는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힘든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술에 대해서 좀 더 궁리를 할 필요가 있다. 감미료로 맛을 낸 소주만 말고 말이다.

 

 

 

<삼양춘 약주와 청주>

 

 

 

회와 일반적으로 범용성 좋은 맑은술로는 단 맛이 적고 산미도 너무 강하지 않은 담담한 술이 좋다. 그러면서도 생주 특유의 힘과 곡물의 감칠맛이 받침대가 되어주는 술을 추천한다면 인천의 송도 삼양춘 청주, 혹은 약주를 추천하겠다. 청주가 좀 더 탄레이 사케스타일에 가깝지만 생주의 특성상 사케와는 또 다르다. 좀 더 한국적인 취향을 즐기고 싶다면 약주를 마셔보는 것이 좋겠다. 지면 관계로 너무 많은 것을 설명 없이 가는데, 그러니까 둘 다 드셔보시고 직접 비교해 보시라.

 

음식궁합이란 천변만화하는 것이라서 공식이 없다.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으면 되고, 그것이 미식을 사치스런 도락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즐거운 체험(deep play)으로 만드는 것이다.

 


 

 

글: 백웅재 작가/한주 전문점 얼터렉티브 마켓(Alteractive Market)’ 대표

백웅재 작가는 주문진에서 한주(韓酒) 전문점 ‘얼터렉티브 마켓을 운영하며 사라져 가는 우리술과 먹거리를 찾아, 다양한 한주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허수자’라는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전국의 맛집과 한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저서로는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 따비(2016), 『우리 술 한주 기행』창비(2020)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