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전통주전문점의 시작과 현재
2020-12-17

 

 

 

 

 

전통주전문점의 시작과 현재

 

 

‘전통주전문점’이라는 용어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낯설 수 있는 단어다. 대신 그대로 풀어서 이해할 수는 있다. ‘전통주를 전문으로 파는 주점’. 통상 막걸리를 중심으로 그 외 약주, 증류식소주 등 다양한 전통주 라인업을 갖추고 설혹 일부는 다른 주류를 갖추더라도 전통주를 메인으로 파는 가게면 ‘전통주전문점’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슷한 단어로 ‘한식주점’이 있는데, 전통주전문점과 다소 차이가 있다. 한식주점에는 안주는 한식이어도 술은 전통주가 아닌 와인이나 일반주류만 판매하는 곳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통주전문점’들은 어떻게 생겨나기 시작했고, 또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있을까?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경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했던 막걸리 열풍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전까지 올드한 이미지로 일반 대중에게 외면 받으며 끝없는 침체일로를 걷던 막걸리가 어느 순간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올해의 히트상품, 키워드로 선정되는 등 호시절이 있었다. 당시 전국의 다양한 막걸리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한 장소에 모아 소개하고 지역, 재료, 양조, 역사, 스토리텔링 등을 설명하는 주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당시 ‘팔도막걸리전문점’이라고 칭했는데 이 것이 현재의 ‘전통주전문점’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사진 : 팔도막걸리전문점에서 있었던 시음회에서의 막걸리 리스트)

 

 

 

당시만해도 아직 막걸리를 제외한 약주, 증류식 소주 등 다른 전통주들은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2020년 현재에도 전통주에 있어 막걸리의 비중은 매우 큰 편이고, 아직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전통주’로 인식하고 있는데, 2009년에는 오죽했을까? 그렇다 보니 ‘팔도막걸리전문점’들은 대부분은 막걸리만 판매하거나 이강주, 문배술 등 기존에 이미 지명도가 있던 일부 명인주 위주로 파는데 그쳤다. 지금은 모두 역사 속에 사라졌지만 <친친>, <세발자전거> 등이 당시 대표적인 ‘팔도막걸리전문점’들이다. 그래도 이 ‘팔도막걸리전문점’들로 인해 각 지역의 많은 막걸리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새롭게 발굴되고, 고정적인 판매처를 만들어가며 각자 성장의 발판을 닦게 된다. 이 시기에 팔도막걸리 전문도매상들도  여럿 생겨나기 시작한다.

 

세월이 흘러 2011년 이후로는 막걸리의 열풍이 수그러들기 시작했고, 전통주 업계는 다시 침체기에 들어가게 된다. 아울러 시간적 편차는 있으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어렵게 생겨났던 많은 ‘팔도막걸리전문점’들도 여럿 운을 다하게 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거시지표상에서 전통주는 전반적으로 계속적인 하향세임에도 불구하고 가양주를 기반으로 한 전통주 매니아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 일례로 막걸리 열풍 당시 생겨나기 시작한 전통주교육기관들은 오히려 대부분 그 규모가 더 커지기 시작했으며 심지어 새로운 곳들이 계속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교육기관 출신들 중 많은 이들이 새로운 양조장 그리고 막걸리만이 아닌 다양한 전통주를 다루는 초기 전통주전문점 형태의 주점들을 열기 시작한다. 물론 교육기관을 거치지 않은 창업자들도 많지만 말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거시지표는 하향세이나 전통주 업계는 다양성이 증가하고, 품질이 상승하는 등 실제적 지표간에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막걸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합동주조들이 과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약주는 주류전문기업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막걸리의 유행이 지나면서 합동주조에서 생산한 유통 중심 막걸리들은 큰 매출감소가 있었다.  또한 주류전문기업 중심의 약주시장에서도 국순당 백세주 열풍 이후로는 긴 시간동안 꾸준한 감소세가 이어져왔다. 그 결과 실제적으로는 전통주 매니아들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새로운 양조장과 전통주전문점들이 계속 출연함에도 이 수치는 거시지표에 가려져 버린 것이다.

 

 

 

 

 

(사진 : 한국가양주연구소 2020 한국 술 산업 현황 자료)

 

 

 

막걸리의 유행을 계기로, 점진적으로 소비자들이 막걸리만이 아닌 더 다양한 전통주의 매력에 눈을 떴다. 전국 여기저기서 활발하게 새로운 전통주들이 출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컨텐츠를 기반으로 전국각지에 ‘전통주전문점’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기존의 ‘팔도막걸리전문점’도 ‘전통주전문점’으로 진화해 나갔다. 과거 막걸리 유행때와의 차이점은 서울 등 대도시에서만이 아닌 지방으로도 그 확산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 2016년부터는 주점과 양조장을 겸할 수 있는 소규모주류제조(일명 하우스막걸리) 면허도 생기면서 더욱 다양한 형태의 전통주와 양조장 그리고 주점들이 나타났다. 그 때부턴  고객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기자들이 먼저 “요즘, 전통주 핫하잖아요”라는 말을 쉽게 할 정도로 마이너 중의 마이너였던 우리 전통주가 세간의 주목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2020년 현재 ‘전통주전문점들’은 외식업에 있어 IMF보다 더 악재라는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업장들이 오픈하고 있으며, 기존 업장들도 전년에 비해 매출 기록을 경신한 곳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통주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일반주점과 식당에서 심지어 이자카야 같은 곳에서도 전통주 구색을 갖추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지금의 상황은 마치 과거 와인이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며 와인바 형태의 전문점 유행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다가선 모습과 유사하다.

 

 

 

 

 

(사진 : 전통주와 전통주전문점의 다양한 모습)

 

 

전통주전문점은 지금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안주에 있어서도 시작은 민속주점 스타일 두부김치, 모듬전 등이 주류였다면 현재는 한식, 양식, 일식 등을 두루 관통하며 이를 전통주와 매칭해내고 있으며 심지어는 고급 파인다이닝 스타일의 전통주전문점도 생겨나고 미슐랭가이드에도 등재되는 곳도 있다. 바람이자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은 막걸리 유행이 몇 년 불다 꺼졌을 때 침체기에 빠진 과거를 반복하지 말고 유행이 아닌 주류 문화의 한 부분으로써 외식업의 당연한 한 카테고리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왕도는 없을 것이다. 제품력 있는 전통주들이 계속 나타나주고 이에 어울리는 안주와 업장 분위기를 부단한 노력으로 혁신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전통주전문점은 전통주 발전의 가장 최전선에 서있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하며 전통주 업계인들도 이를 좀 더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승훈 대표/ 전통주전문점 ‘백곰막걸리’ 대표

이승훈 대표는 식품MD와 축산물HACCP 심사관을 거쳐, 2013년 사단법인 한국막걸리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역임했습니다. 2016년부터 전통주 유통 및 홍보를 돕기 위해 압구정 로데오에서 백곰막걸리를 오픈하여 300여종의 전통주를 다루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