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장새별의 한국술 시음기] 아담40&이브30
2020-12-18

 

 

 

나는 증류주 예찬론자다. 술의 정점에는 증류주가 있다고 믿고, 편한 자리에서는 신의 물방울이 왜 와인이냐며 맥락 없이 떠들기도 한다. 특히 발효, 증류, 숙성. 이 세가지 과정을 모두 거친 것에 홀랑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더 솔직해지자면, 위에서 말한 증류주의 주연 자리는 오랫동안 위스키의 것이었다. 한국 증류주에 눈 길이 간 건 약 6년 전. 처음 마시자 마자 나의 음주 라이프에서 공동 주연의 자리를 꽤 차버린 슈퍼 신예들. 사실은 무명의 세월이 길었던 술들을 그제야 발견한 것 뿐이었지만. 그게 더 억울했는지, 한 동안 한국 술 전문점을 떠돌아다니며 몇 병 씩 해치우는 공부 아닌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진짜 신예들이 나오고 있다. 재료도 쌀에서 벗어나 사과, 거봉, 유자 등 지역 과일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니 증류주 애호가로서 반갑다. 그중 도깨비양조장은 양조장도, 술도 신상이다. 지난해 막걸리를 출시했고, 올해 하반기 단양 사과를 증류한 아담과 이브(각각 알코올 도수 40%, 30%)를 출시했다. 굉장한 속도감이다. 발효와 증류, 숙성까지 최소 1년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출시한 술은 아닐테지만, 몇몇 양조장이 원하는 주질을 얻지 못해 몇 년째 증류주 출시를 미뤄오고 있는 것을 아는 입장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술을 오픈하고 바로 코를 가져다 댔다. 알코올 향이 살짝 튀어 올랐다. 그렇지만 누가 증류주를 병째 마신단 말인가. 투명한 시음 잔에 따라 몇 번 스왈링을 하자 술은 금세 안정을 찾았다. 혀를 적실 정도의 소량만 맛을 보기도, 한 모금 꿀꺽 삼켜 보기도 했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했다.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감압증류인가 하고 양조장에 전화를 걸어봤을 정도다. 주로 상압증류는 향이 풍부하면서 거친 느낌, 감압증류는 깔끔한 결과물을 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상압증류가 맞았지만 말이다. 단양 사과를 발효한 뒤 증류 후 자기에서 7개월 이상 숙성을 거쳐 만든다고.

 

 

출처: 도깨비양조장 인스타그램 @dokkaebi_brewery

 

 

 

마실수록 잔향에서 사과의 흔적이 느껴졌다. 상온에 오래 두고 마시면 그 단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술만큼은 원샷을 외치며 털어 넣기 보다는, 천천히 음미 해보길 추천한다. 충분히 시음을 한 후에도 병에 가득 남아 있는 술들이 눈에 밟혔다. 더 마시기에는 도수가 부담스럽다. 이럴 때 술꾼은 피하지 않는다. 또 다른 답을 찾을 뿐. 요즘은 편의점에서 술과 섞어 마실만한 음료들이 많다. 사과향이 가미된 탄산수, 진저 에일 두 가지를 골라 술과 3:1 비율로 배합했다. 탄산수는 알코올의 드라이한 맛을 배가 시키고, 진저 에일의 단맛은 사과 향을 도드라지게 했다. 평소 취향은 드라이한 걸 즐김에도, 이번 만큼은 후자의 혼합이 훨씬 좋았다. 게으른 애주가는 머릿속으로 새우류의 요리를 페어링해 봤다. 랍스타처럼 크기가 크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일수록 잘 어울릴 것 같다.

 


 

글: 장새별 (F&B 전문 에디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다. 블루리본서베이, 식품 신문사를 거쳐 미식 매거진 <바앤다이닝>에서 오래 일했다. 퇴사 후에도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 다니며 일과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