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탁PD의 우리술 로드] 강원도 원주 ‘모월’
2020-12-24

 

 

 

 

학창 시절엔 으레, 유난히 사이가 좋아서 꼭 붙어 다니는 무리가 있다. 그런 사이가 몇 년 지속되다 보면 삼국지의 도원결의쯤은 우스운 것으로 생각되기 시작되고, 종국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야, 우리 나중에 커서도 흩어지지 말고 꼭 같은 동네에 살자. 만일 결혼하게 되면 가족끼리도 다 친하게 지내고… 누가 아냐? 우리 자식들끼리 결혼도 하게 될지.”

“그래. 그럴 바엔 아예 같은 아파트 한 동에 모여 사는 게 좋겠다.”

“야, 그게 뭐냐? 아예 한 군데에 각자 집을 짓고 터널로 지하를 연결하자!”

“오오 그래! 그거 굿 아이디어다!”

 

물론 이런 무리들은 학교를 따라, 직장을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 보통이고, 변치 않는 우정에 기반한 집단거주계획은 몇 십 년 후의 술자리에서 한때의 치기를 떠올리는 안주쯤으로 소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라, 이 계획을 상당히 현실적인 수준까지 밀어붙이는 사람도 나오곤 한다. 원주 모월 양조장의 김원호 대표가 그런 케이스다.

 

 

‘모월 양조장’ 김원호 대표

 

 

 

원주천으로 흘러 드는 신촌계곡 자락에 조성된 모월 양조장은 원래 도라지 밭이었던 곳이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티가 나는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소주를 내리는 곳 특유의 알싸한 냄새가 감돌고, 아담한 공간 안에 깔끔하게 정돈된 기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여기까지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카페로 꾸며진 공간엔 빔프로젝터에서 노래방 기계까지, 소규모의 사람들이 하룻밤 떠들썩하게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다. 문제(?)는 이 공간이 정작 카페로 영업을 하는 시간보다 이 양조장의 조합원들이 친목을 다지는 공간으로 쓰여지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합원들은 대부분 김 대표의 학창시절 친구들이다.

 

“저희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거든요. 조합원 13 명 중에 저까지 11 명이 친구예요. 학교 때부터 정말 잘 노는 친구들이었어요. 요즘에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제 친구들은 35년 전에, 그 말이 나오기도 전부터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고 있었어요. 하하.”

 

술에 대한 애정 하나로 시작한 양조장 사업이 동업자들 간의 의견충돌로 좌초될 위기에 처했을 때, 그가 도움을 청했던 것도 누구보다 믿을 수 있었던 친구들이었고, 그들은 흔쾌히 자금을 마련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조합원이 되어 주었다. 돈이 남아 돌아서가 아니라 김 대표를 그만큼 믿고 신뢰했기 때문이었다.

 

“조합비를 내어 주면서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원호야. 이 돈이 없어도 되는 돈이어서가 아니라 너를 믿기 때문에 주는 거야. 망해도 상관은 없는데, 망하지 마!”

 

그렇게 만들어진 협동조합 때문에라도 친구들의 사이는 더욱 돈독 해졌고, 이제는 술을 내다 팔 시기가 되면 다 함께 모여 병을 세척하고 라벨을 붙이는 작업을 한 뒤 2층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그들의 입맛에 맞게, 그들이 마시고 싶은 대로 만든 술을 함께 마시면서 말이다. 여기까지만 봐도 김 대표는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한 사람이다. 하지만 대대로 원주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집안의 아들인 그가 이룬 꿈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저는 언제나 제 아버지의 쌀로 술을 빚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러다가 잘 되면 이웃집 아저씨네 쌀도 가져다가 쓰고요. 지금은 그것으로도 쌀이 부족해서 동네 농협에서 쌀을 사다 쓸 정도가 되었죠.”

 

현재 모월 양조장에서 술을 빚는데 사용되는 쌀은 원주 특산의 ‘토토미’다. 그 중에서도 삼광 품종의 멥쌀만을 사용해 두 번 발효하는 방식으로 원주를 빚는다. 찹쌀을 쓰지 않고 멥쌀을 쓰고, 비교적 짧은 편에 해당하는 이양주 방식 발효를 하는 이유는 단맛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찹쌀을 쓰고, 삼양주가 넘어가게 되면 자연적으로 생성된 단맛을 빼기 위해 엄청나게 긴 시간이 필요하다. 김 대표는 스스로 술꾼임을 숨기지 않는다. 조합원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이런 진정성을 지닌 양조장 대표를 매우 애정한다.) 그런 그들의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었고, 그렇기에 모월의 술은 드라이한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말하는 사실이지만, 입에 단 술은 음용성 면에서 앞설지 몰라도, 긴 밤 동안 오래도록 함께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음식과의 마리아주라는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단 술은 식사의 맨 앞이나 맨 뒤 말고는 적당한 순서를 배정받기 힘들다. 스테이크에 와인처럼, 양꼬치에 보드카처럼 메인 요리의 풍미를 뒷받침하며 식사 내내 식탁 한 켠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히 억제된 단 맛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타 전통주 양조장이 그 사실을 몰라서 드라이한 술을 만드는 것에 인색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영세한 우리 술 시장이라는 근원적인 한계가 있다. 우리 술을 찾는 사람들의 저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계층에게만 어필하는 술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모험이라는 이야기다. 김 대표도 모월의 술 맛을 잡아 가는 과정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유명 주점 대표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네 명이 주점에 오면 한 사람 정도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보통은 그 사람을 고려해서 술을 선택하게 될 텐데 술이 너무 안 달면 선택 받기가 힘들다고요. 저희 술은 술꾼들은 좋아할 만한데 일반인이 마시기에는 조금 낯설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모월의 술을 주점 협의회에 소속된 여러 주점에 소개하고 전파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도 그 대표님이었으니, ‘단 맛이 억제된 우리 술’의 매력은 그 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던 듯 하다. 무엇보다 그 분도 결국엔 술꾼이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렇게 드라이한 술맛은 초창기에 외국인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덕에 많은 외국인 셰프들이 자신의 요리와 모월 약주, 소주를 페어링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대중의 반응이 있기 전까지 양조장이 버텨나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원주천변에 자리잡은, 40년 전통의 숯불구이집으로 옮겨 본격적인 시음을 시작했다. 처음 맛을 본 것은 모월 제품의 원주가 되는 막걸리였다. 아직은 시판하고 있지 않고, 오로지 친구들끼리 마시기 위해 소량을 빚는 정도지만 내년 늦봄 정도에 닥나무 성분을 첨가해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라고 넌지시 귀띔해 주셨다. 20도짜리 원주를 희석해 도수를 절반으로 낮추고 숙성과정을 거친 막걸리의 맛은 경쾌했다. 낮지 않은 알콜 도수가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목울대를 울리며 넘어갔다. 이 대표의 의도대로 끈적함과 단맛이 최대한 억제된 술이어서 목넘김이 더 좋은 듯 했다. 마지막에 입 안에 남는 희미한 쓴 맛이 유일한 10퍼센트 알콜의 증거였다.  

 

“다음에 오시면 20도짜리 원주도 맛을 보여 드릴께요. 양조주가 진짜 잘 나오면 18도인데, 저도 믿겨지지가 않아서 여러 번 다시 측정을 해봤어요. 미숫가루를 농축한 것 같은 진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모월 청

 

 

 

다음으로 마신 술도 판매용은 아니었다. 아니, 시판하고는 있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버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다. 현재 모월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소주 2종과 청주(주세법상 약주) 2종이다. 그 중에서 16도짜리 청주는 ‘모월 청’이라는 이름으로 시판하고 있는데, 올해 봄에 만든 제품 중에서 신맛이 강하게 올라온 것들이 있어서 친구들끼리 마시려고 따로 빼 놓았다고 한다. 변질된 술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전적으로 술의 ‘정상’ 범주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발효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성분이 생겨난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술은 올해 2, 3월에 만든 것인데요, 발효를 마치고 숙성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유산균이 생겼을 수 있어요. 그러면 신 맛이 나게 되죠. 그런데 일반적으로 유산균이 생겨 버리면 알콜 도수가 높아지지 않는데, 이건 도수가 17-18도 나오거든요. 제 입장에서는, 그리고 이런 새콤한 술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 술은 숙성을 오래한 잘된 술인 거죠.”

 

‘사우어 버전’ 모월 청을 한 모금 입안에 머금자, 일반적인 청주의 맛…일 줄 알았냐 인마! 라는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분명히 청주의 향에서 출발한 건 맞는데, 혀에 닿자마자 침이 가득 고이게 만드는 새콤한 맛과 향으로 변화한다. 시작할 땐 도-미-솔의 메이저 코드였는데, 다음 마디에서 미와 솔에 샵을 붙인 어그먼트 코드로 넘어가는 피아노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낯설지가 않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마셔보는 맛인데도 말이다. 왜 그런지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 맛이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쌀로 빚은 샤르도네랄까. 문득 사우어 맥주를 처음 마셔봤던 때가 생각났다. ‘이게 무슨 맥주야?’라는 느낌과 ‘어… 그런데 이것 앞으로 계속 생각나겠는 걸’ 하는 생각이 교차하던 순간이.

 

“와아, 이건 전혀 새로운 경험이네요. 이대로 제품화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없던 ‘사우어 청주’라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어요. 처음부터 말씀하시지 않았다면 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이렇게 산미가 있는 청주는 회 중에서도 단 맛이 배어나는 숙성회 종류와 정말 잘 어울립니다. 참치의 기름기 많은 뱃살 부위 숙성회와 함께 먹으면 끈적이는 느낌을 싹 씻어 주기 때문에 찰떡궁합이죠.”

 

모월 로

 

이쯤에서 비매품은 그만 마시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모월의 제품을 마셔 볼 순서였다. 잔을 채운 것은 ‘모월 로’. 25도에 맞춰 생산되는 증류식 소주다. 증류주답게 무색 투명한 눈물을 잔 가장자리를 따라 흘리고 있는 액체를 털어 넣었을 때,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모월 로’만 단독으로 마셨다면 느끼지 못했을 부분이었다. 앞서 마셔본 모월 양조주들의 느낌은 대체로 가볍고 경쾌했는데, 소주에 이르자 캐릭터가 단정하고 침착한 느낌으로 변화했다. 게다가 단 맛은 양조주들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원주에 미량으로 존재하던 달콤함이 농축되어, 은은하지만 혀가 감지할 수 있는 레벨까지 증폭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역설적인 위험신호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대놓고 화려하고 찌르르한 맛이 아닌, 차분하면서도 단단한 느낌. 아, 이거 매일 마실 수 있는 녀석이구나. 이 편안함에 길이 들면 아예 옆에 끼고 사는 일이 생기겠구나. 그런데 김 대표는 이 술이 가진 편안함보다 단단함 쪽에 오히려 방점을 찍는다. 같은 도수를 유지하면서도 더 편안하고 순하게 만들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만들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블렌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모월 소주의 원주는 75도에 가깝다. 여기에 물을 섞어 25도와 41도의 두 가지 제품으로 만드는데, 25도 ‘모월 로’의 경우엔 증류 후에 두달 정도 탈기 과정을 거친 후 한 번에 도수를 25도로 끌어내려 조금만 더 숙성시킨 후 출시한다. 높은 도수를 지닌 술이 긴 숙성을 거쳐 더 매력적인 술이 된다면, 그보다 향이 덜한 25도 제품은 알콜 자체가 가지는 맛과 펀치감을 살려 만드는 쪽이 더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소신이다. 술의 본질이 어차피 알콜인데, 뜻도 출처도 불분명한 ‘알콜 부즈’(최근 술 관련 블로그 포스팅이나 기사에서 ‘알콜 냄새’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표현. 원래 ‘부즈 Booze’ 자체가 ‘술’이라는 뜻이므로 어법에 맞지 않는다.)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알콜의 느낌이 드러나는 것을 터부시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엔 나도 동의한다. 알콜도 분명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 느낌이 좋은가, 나쁜가, 술 전체의 밸런스에 도움이 되는가, 안 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자체를 지워버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술의 본성 자체를 부인하는 헛된 수고가 될 뿐이다.

 

 

모월 인

 

 

 

자, 이제 모월 양조장의 시그니처, ‘모월 인’을 맛볼 차례였다. 양조주를 마실 땐 체인지업 승부였는데, 모월 로에 이르러 갑자기 시속140km대의 바깥쪽 꽉 찬 직구가 들어왔다. 여러 모로 그 다음 잔인 ‘모월 인’이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모든 주종을 통털어 가장 우수한 술에게 주어지는 대통령상을 받은 주인공이 바로 ‘모월 인’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에겐 절친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과 사업체를 만드는 꿈, 그리고 아버지의 쌀로 술을 빚는 꿈에 이어 세 번째로 이루어진 꿈이었다.

 

“정말 제가 꿈을 꾸고 있나 싶었어요. 깨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그런 꿈 속에 있는 게 아닌가 싶었죠. 저는 사실 대통령상은 커녕 장려상 정도만 받아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상을 받고 나니까 이제 저희 술을 더 많은 분들이 드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두렵기도 해요. 지금까진 오로지 저희 입맛에 맞는 술을 만드는 데 집중했는데, 이제 더 많은 분들의 평가가 이어질 테니까요.”

 

하지만 김 대표의 두려움은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을 포함한 진정성 넘치는 술꾼 친구들의 입맛을 통과한 데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통령상까지 받은 ‘모월 인’의 술맛에 실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모월 인’은 75도의 원주를 일단 55도로 블렌딩해 안정시키고, 이를 다시 41도로 블렌딩하는 과정을 거친다. 물과 알콜의 경계를 단계별로 없애 나가는 것이다. 모두 합해 6개월 이상이 걸리는 숙성과정을 거치고 나면 비로소 모월 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술꾼들을 만날 준비가 완료된다.

 

 

 

(왼쪽부터) 모월 인, 모월 로, 모월 청, 모월 연

 

 

 

입 안에 머금은 ‘모월 인’은 ‘모월 로’가 가진 단단함을 넘어서는 견고함 위에 앞서 마신 양조주가 가졌던 경쾌함까지 되찾은 느낌이었다. 살짝 기름지게 느껴질 정도의 풍부함이 혀를 감싸고 코 안을 채웠다. 가장 근사한 향기를 가진 곡물이 쌀이라는 것을 묵묵히 웅변해 주는, 긴 피날레가 이어졌다. 코에서 가벼우면서도 화려하게 시작된 쾌조의 스타트를, 혀를 감싸는 풍부함이라는 주자가 이어받아, 은은한 곡물의 단맛과 식도를 타고 오르는 알콜의 펀치감이라는 마지막 주자에게 넘겨주는 계주팀의 경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문득 이 술을 탄생시킨 친구들의 모임에 한 번 끼어들어 잔을 기울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을 세척하고, 라벨을 붙이는 일을 거들겠다는 핑계를 대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마시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술을 탄생시킨 사람들은 분명 행복한 사람들일 것이기에, 외부에서 행복의 에너지를 수혈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한 보험으로라도 김원호 대표님과 친하게 지내고 볼 일이었다. 이래 저래 일찍 서울로 돌아가긴 그른 모양이다.

 

 


 

 

글 : 탁재형 PD

탁재형 PD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5년간 50개국을 취재하며, 세상의 넓음과 사람살이의 다양함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2002년 ‘KBS 월드넷’을 시작으로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 ‘EBS 다큐 프라임-안데스’ 등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으며 2013년부터 여행 부문 팟캐스트 부동의 1위인 ‘탁PD의 여행수다’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여행 산문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김영사(2016), 세계 음주 기행기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시공사(2020)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