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막걸리의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방법
2020-12-30

 

 

 

 

최근 신문에 난 기사로 인해 소셜미디어가 시끄러웠다. 김치의 ISO 국제표준을 중국에서 등록을 해 한국의 김치 위상이 흔들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ISO 등재를 한 것은 중국식 절임 채소인 ‘파오차이’였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빠르게 반박자료를 만들었다 /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한국의 김치는 2001년 국제연합(UN)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산하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표준으로 등록된 상태다. 한국의 ‘김장문화’ 역시 2013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처음에는 김장문화가 아닌 ‘김치’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유네스코는 상업화를 우려해 음식 자체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 한다. 이에 문화재청은 전략을 바꿔 김치라는 식품이 아닌 김치를 담가 먹는 문화 자체를 후보에 올려 결국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나라들이 전통 식품에 있어 문화의 우월성 및 산업화를 위해 종주국을 강조하거나 세계 표준 등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려 한다.

 

 

 

 

김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이다.

 

 

 

 

과거 막걸리가 일본에서 붐이 불자 일본 양조장에서 자체 생산을 했다. 일본산 쌀과 물로 빚어 일본인 입맛에 맞는다는 점을 내내세웠다. 게다가 일본 막걸리는 고급스러운 유리병에 담겨 수출용 한국산 플라스틱 막걸리나 캔 막걸리를 주눅 들게 했다. 당시에도 일본이 한국 막걸리를 재빠르게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우리는 보따리 장사처럼 막걸리만 팔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이대로 가면 일본 업체에 막걸리 주도권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일본 겟께이간에서 출시된 ‘쿄(쿄토)의 막걸리’

 

 

 

 

 

2010년 전후, 일본의 막걸리 흥행을 회상해 보면 막걸리 업계의 대응이 부족했다. 당시 막걸리는 술이라는 공산품으로 수출에만 신경을 썼지 문화적인 부분을 일본 시장에 만들지 못했다. 국내 역시 프랜차이즈가 많이 생기고 매출은 증가했지만 막걸리라는 술이 가진 의미나 동반되는 문화(음식, 외식 등)와의 상생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바닥을 다지는 작업을 동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동력을 만들지 못해 기회를 잃은 것이다. 현재 막걸리 시장은 다양한 문화 사업이나 양조장 사업을 통해 바닥부터 단단해지고 있다. 그러한 문화 사업 중에 오랜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이 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이다.

 

 

 

 

막걸리의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 출처 – 통계청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술 관련 부분에는 그루지아(조지아)의 전통 크베브리 와인 양조법과 벨기에의 맥주 문화 단 2개만 등재되어 있다. 막걸리협회는 지난 2012년부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선행 조건으로 해당 국가의 국내 무형문화재 등록이 전제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무형문화재는 무형의 문화 산물로서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높은 것들을 말한다. 보통 형체가 없기 때문에 그 기능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가 지정 대상이 된다. 판소리, 씨름, 종묘제례, 강강술래들이 국가무형문화재들이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는 148개(12월1일 기준)다. 전통주 중에는 3가지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술이 익으면 문배나무의 향이 난다는 문배주, 진달래를 이용해서 만드는 면천두견주, 경주 교통의 최씨 가문에서 전해 오는 경주 교동법주 등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무형문화재를 지정할 수도 있는데, 서울 삼해주, 서울 송절주, 경기 계명주 등 31개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전통주 무형문화재 지도 / 출처 -더술닷컴

 

 

 

 

올 초 문화재청에서 ‘막걸리 빚기’에 대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조사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11월에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막걸리를 무형문화재로 등록을 한다는 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일까? 막걸리를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한국인의 정체성이 깃든 공동체 음식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 막걸리 이미지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상승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막걸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져 막걸리 소비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막걸리협회의 마지막 종착역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 등재이다. 김장문화는 등재하는데만 2년 넘게 걸렸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막걸리 빚기’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뒤에도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돼야 한다. ‘막걸리 빚기’가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는 문화가 아닌 지금 현재와 연결된 문화라는 것을 여러 사업으로 알려야 한다.

 

미래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막걸리 빚기’의 단독 등재가 어렵다면 북한과 함께 등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의 ‘비물질민족유산(남한에서는 무형문화유산 혹은 무형문화재와 비슷한 것)’에는 ‘막걸리 담그기, 감홍로 양조기술, 오갈피술 양조방법, 백화술 양조방법, 단군술 양조기술’ 등의 술 빚기가 등록되어 있다. 이러한 ‘막걸리 빚기’와 ‘막걸리 담그기’를 공동 등재하는 것이다. 씨름은 우리와 북한이 공동 등재한 대표적인 사례다. 남과 북이 공동 등재를 한다면 국제적인 공식석상에서 막걸리로 건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등재를 위한 교류협력방안 연구 / 출처- 송민선, 문화재, 50권 2호 p 94-115

 

 

 

북한 락원백화점 막걸리 사진 – 출처 : 통일 뉴스 2010.08.09

 

 

 

 

‘막걸리 빚기’의 유네스코 등재는 막걸리 산업 발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김장문화처럼 국가의 문화 가치를 상승시키고 막걸리 세계화를 위해서도 거쳐야 할 일이다. 조만간 있을 무형문화재 위원회의 결과를 기다리며 긴 호흡으로 ‘막걸리 빚기’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응원해 본다.

 

※ ‘막걸리 담그기’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찾지 못했기에 제조방법인지 문화인지 알 수 없지만 김치나 장과 유사하게 문화적인 부분으로 추정된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