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칼럼
술술 Talk
[장새별의 한국술 시음기] 추사 47
2020-12-30

 

 

 

 

 

한마디로 호감이다.

 

‘추사 47’ 패키지를 받아 들자마자 큰 호감이 일었다. 붉은 사과를 그래픽으로 담아낸 레이블. 어찌보면 하트 모양 같기도, 그러나 누가 봐도 사과를 형상화 한 것이 분명한 세련된 레이블이 마음에 쏙 들었다. 첫인상이란 그렇다. 아무리 본인이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국 외적인 것에서 느껴지는 것이 첫인상 아니던가. 우리가 TPO에 맞춰 옷 매무새를 가다듬듯, 한국술도 ‘프리미엄’이라는 단어가 붙으려면 응당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9만9천원’이라는 가격, ‘한정판’이라는 패키지에 걸맞은 옷을. 추사 47 뚜껑에는 레드 컬러와 조화를 이루는 남색을 입히고 양조장의 사과 심볼을 황금색으로 그려 넣었다. 한마디로 제대로 차려 입었다는 얘기다. 듣자 하니 롯데칠성에서 디자인과 유통을 맡았다고 한다. 안 그래도 올 한해 칠성몰에서 구매 욕구 자극하는 자사 디자인 제품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더니 이번 추사 47 한정판 패키지는 대기업의 올바른 재능 발휘의 예시로 자리잡을 것 같다.

 

 

 

 

 

 

 

 

메이커인 정제민 대표의 친필 싸인과 병입 넘버가 기입된 브로셔도 호감도 상승에 한 몫을 했다. 몇 번째 병입 제품이냐가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한국술에서도 이런 쇼잉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왠지 더 소장하고 싶지 않은가! 아마 메이커의 자신감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맛. 시음잔을 부러 준비할 필요 없이 브랜디잔 두 개가 동봉되어 왔다. 작정한 게 분명하다. 누군가 내 술자리를 위해 이렇게 성심을 다 해주다니, 맛도 보기 전에 자꾸만 대책 없이 높아지는 애정을 진정시켰다.

 

 

 

 

 

 

 

 

뚜껑을 따자마자 사과 향이 진동했다. 바깥 온도가 낮은 계절이라 술병이 차게 도착했는데도 말이다. 잔에 따른 후 손의 체온으로 온도를 높였다. 달콤한 사과향 끝에 오크통에서 묻어왔을 바닐라 향이 퍼졌다. 추사 47은 사과와 효모를 발효한 후, 오크통에서 2500일 이상 숙성했다. 이후 어떠한 인공적인 과정 없이 병입한 캐스크 스트렝스다. 알코올 도수가 47이다 보니 코를 찌르듯 올라오기 때문에 향을 맡을 때에는 깊게 숨을 들이켜기 보다는, 맛을 보며 느껴지는 향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매력적이다. 혀에서는 부드럽게 감기고, 목 끝에서는 고도주 특유의 타는 듯한 타격감이 있다. 주당들을 설레게 하는 온갖 조건들, 그리고 그 설레는 마음에 보답하는 맛이었다.

 

글을 쓰면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시음을 마쳤으면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쓰면서도 계속 맛을 봤다. 정확히는 절로 손이 갔다. 기준 없이 들러붙는 프리미엄이라는 단어에 염증이 생긴 상태에서 만난, 진짜 프리미엄 증류주의 등장. 메이커에게 감사의 메일이라도 한 줄 쓸 참이다.

 

 


 

 

글: 장새별 (F&B 전문 에디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다. 블루리본서베이, 식품 신문사를 거쳐 미식 매거진 <바앤다이닝>에서 오래 일했다. 퇴사 후에도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 다니며 일과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