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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갤러리 [칼럼] 전통주 어디에서 배울 수 있나요?
2019-12-06

사진: 정용일 <한겨레21> 기자

 

 

일제강점기 이전에 술은 집에서 만들어 먹던 김치, 된장과 같은 발효 음식이었다. 조상께 올리는 제주(祭酒)나 절기마다 빚던 계절주 등 다양한 술들이 가정에서 만들어졌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가양주(家釀酒) 문화다. 근현대 통계(조선주조사)를 보면 1909년 ‘주세’’(酒稅法)이 생기기 이전엔 가양주 제조장은 무려 15만5832개였다. 주류 제조자는 전국 총가구의 약 7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많은 집이 직접 술을 빚어 마신 것이다. 하지만 오로지 세금 징수가 목적인 주세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전통은 무너져 갔다. 집에서 가양주를 빚어 마시는 일이 금지된 것이다. 대형 양조장만 남는 상황이 초래됐다. 집집마다 달랐던 술맛, 그 찬란한 개성도 사라져 갔다.

해방 후에도 가양주 제조는 세금 징수와 쌀 낭비 등의 이유로 금지됐다. 결국 암암리에 밀주(密酒)가 퍼졌다. 맥주병 등에 밀주를 넣어 파는 술집도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쫓고 쫓기는 추격 신이 서울 시내에 펼쳐지기도 했다. 쫓는 자는 세무서 직원. 그들이 밀주 단속 나오면 온 동네가 술을 숨기느냐 술렁거렸다. 정성스럽게 만든 술을 빼앗기는 것도 억울하지만, 벌금 무려 10만원이었다. 당시 짜장면 한 그릇이 150원 정도였으니 벌금은 서민이 부담하기에 매우 컸다. 그만큼 밀주를 엄하게 단속을 한 것이다. 하지만 쌀 생산량이 늘고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6년께 가양주(자가 양조) 제조가 허용됐다. 가양주를 만드는 이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다. 술 잘 빚는 이나 집안 어른께 어깨너머로 배운 이가 많다.

이런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통주 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하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훈련기관’이고, 다른 하나는 양조장 창업예정자나 주류업체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인력 양성기관’이다. 현재 교육훈련기관은 16곳, 전문인력 양성기관은 6곳이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교육기관을 거친 이들이 많아지면서 양조자들은 다른 이가 만든 술맛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가양주의 품질을 겨루는 전국 가양주 선발대회들이 생겨났다. 대회 때마다 참가 인원은 최소 150명을 넘으니 그 열기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과거 양조장은 대를 잇는 가업이거나 지역 유지들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규모 양조장이나 지역특산주 전문 양조장 등 다양한 형태의 양조장을 만들 수 있다. 최근 전통주 교육을 받고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느는 추세다. 직접 키운 쌀을 이용해 지역특산주를 만들기 위해 교육을 받기도 하고, 귀농 시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 부부가 교육을 받기도 한다. 퇴직 후 노후 대비를 위한 생계수단이나 취미 차원에서 교육받는 이도 있다.

최근 특징은 교육생의 나이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양조장을 물려받는 2세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전통주에 관심 있는 20~30대 청년들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뜻이 맞는 이들끼리 의기투합해 ‘청년 창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전통주 마케팅 회사, 전통주 전문 주점 등 새로운 창업 아이템이 우리 술에 스며들고 있다.

물론 늘어나는 전통주 교육기관이 술 소비를 조장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통주 문화는 폭음을 경계한다. 한 모금 술에 세상을 논하면 시를 지었던 우리 조상처럼 풍류를 즐기는 문화다. 이번 겨울, 전통주 교육기관에 똑똑 문 두드려 보면 어떨까. 매서운 겨울이 몇 모금의 알코올로 따스해진다.

 

 

 

 

글: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전통주갤러리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