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디테일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1-28
  • 조회수 1213

 

 

 

 

최근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할 일이 많았다. 시음을 하면서 과거에 비해 관능적으로 품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전통주들은 트렌드에 맞춘 술들을 개발하고 원료나 부원료 등을 다양화 하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병 디자인이나 라벨이 촌스럽다한 부분도 자신만의 특징을 강조한 제품들이 생기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양한 전통주들이 시선을 끈다 (출처: 이대형 박사)

 

 

하지만 이러한 술들 중에서 맛은 좋지만 품질관리가 아쉬운 술들을 발견 할 때가 있다. 병마개 수축필름(일명 루땡)의 모양이 일정하지 않거나 라벨이 기울어진 제품들이다. 어떠한 술은 양이 정확하게 담기지 않아 병 입구까지 차있는 제품을 본적도 있다. 이런 제품은 여름에 술이 병 밖으로 흘러나올 위험성도 있다. 같은 제품이면서 라벨의 높이가 달라 같이 진열하면 라벨이 파도를 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런 품질관리의 문제가 술을 마시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품관리 입장에서는 불량 제품이 되는 것이다.

 

 

하나의 라벨만 위치가 잘못되어도 눈에 잘 보일 것이다 (출처: 픽사베이)

 

 

이러한 품질관리는 규모가 있고 자동화된 양조장은 잘 되는 편이다. 아쉽게도 수작업을 대부분으로 하는 작은 양조장이나 전통주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제품에서 이런 문제들을 접할 수 있다. 전통주 양조장들은 품질관리(QC)를 책임질 전문 인력을 두기에 어려움이 있다. 양조장 대표 혼자 또는 최소의 인원이 술의 생산부터 배송까지 모든 일을 책임진다. 적은 인원과 수작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많은 제품 중에 하나의 불량일지 모르지만 제품을 받은 소비자는 100% 불량인 제품을 받는 것이다.

 

 

많은 귤 중 다른 색 하나지만 내가 받는다면 나에게는 100%이다 (출처: 픽사베이)

 

 

 

과거 외국 양조장 견학을 갈 일이 있었다. 비슷한 제조 방법을 사용하고 비교적 가까이 위치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소규모 양조장도 제품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라벨, 박스, 병의 디자인 등 작은 부분까지 세밀하고, 세심한 배려가 있는 품질 관리를 보면서 이러한 부분은 우리가 벤치마킹을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했다.

 

 

일본 술들의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는 모습은 벤치마킹 할 부분이다 (출처: 이대형 박사)

 

 

품질관리와 함께 관심을 가진 하나는 양조장의 정리, 정돈이다. 우리는 훌륭한 식당이라고 이야기 할 때 음식의 맛도 중요하지만 청결한 식당을 이야기 한다. 식사를 하기도 전에 화장실을 가서 깨끗한 환경을 보면 왠지 모르게 그 식당의 음식에 신뢰가 간다. 거기에 더해 테이블, 냅킨, 젓가락, 휴지만 봐도 식당의 상태를 알 수 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말도 있듯이 사소한 것부터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식당의 음식도 그만큼 관리를 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깨끗한 테이블 세팅은 식당의 믿음을 가게 한다 (출처: 픽사베이)

 

 

세계 여러 나라의 양조장을 가보면 입구부터 시작해서 견학로 또는 주변 환경 관리가 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양조장은 과거보다는 좋아졌지만 정리정돈이 안 되어 있는 양조장들을 볼 수 있다. 관광객이 있어서가 아니라 양조장의 위생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기에 정리정돈은 필수이다. 양조장의 주변 환경이 잘 정리되어 있다면 술 자체의 품질도 신뢰가 갈 것이다.

 

 

정리, 정돈된 양조장은 품질도 신뢰가 간다 (출처: 이대형)

 

 

그동안 전통주는 맛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기호식품이기에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맛을 넘어서야 한다. 전통주 제품 전체의 품질관리나 양조장 환경도 신경을 써야한다. 소비자들은 품질이나 위생 등 많은 부분에서 눈높이가 향상되어 있다. 과거처럼 전통 또는 영세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못쓰는 것이 통용되지 않는다.

 

 

작은 차이가 나중에 큰 차이의 결과를 불러온다. 바로 디테일의 힘이다. 우리가 쉽게 간과하기 쉬운 일을 한 번만 더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제품은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디테일은 단순히 꼼꼼 했냐 그렇지 않았냐의 문제가 아니다. 디테일은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의 문제이다. 왜 작고 사소한 부분에 더 많은 지적을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양조장 스스로 알아야 할 때이다.

 

 

 

 

전통주의 발전을 위해서 이제는 디테일에도 신경 써야 할 때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