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소식

[탁PD의 우리술 로드] 충주 ‘레돔’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2-10
  • 조회수 77

 

 

 

 

 

 

 

닫혀 있는 양조장 문 앞에서 주변 사진을 찍으며 기다린지 15분쯤 되었을까. 먼저 도착한 쪽은 프랑스인 남편이었다. 악수를 청할 타이밍을 엿보며 쭈뼛거리는 나를 뒤로 하고, 양조장 문을 열고 이것 저것 기물을 정리하는 데 열심이다. 껑충하니 큰 키에 밥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곱슬머리와 수염. 그리고 약간은 꿈꾸는 듯한 표정. 딱 봐도 뭔가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밀고 나가는 사람이라는 아우라가 풍겨 온다. 도미니크 에어케. 한국에 온지는 4년이 조금 넘었다. 2003년에 결혼한 한국인 부인과 함께 충주에서 프랑스 식 사과 와인, 시드르(Cidre)를 만들고 있다. 그의 아내가 도착한 것은 조금 뒤였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죠. 2층에 불을 피울 테니 얼른 올라오세요.”

 

 

남편과는 180도 다른, 살갑고 활달한 인삿말이 옥타브 높은 대구 사투리에 실려온다. <숨어있기 좋은 방>(1994)이라는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는 신이현 작가다. 둘은 90년대 후반, 파리의 친구 집들이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컴퓨터 엔지니어이기도 했던 도미니크는 한때 신 작가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직장에 다니기도 했는데, 그 때 깨달았다고 한다. 도저히 매일같이 출근해 반복되는 일상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프랑스로 돌아간 뒤 다시 입학한 것이 농업대학이었다. 원래 어머니 쪽 집안이 대대로 농업에 종사하며 와이너리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서, 그 일을 잇고자 했던 것이다. 그가 새로운 농부 인생의 출발지로 삼은 것은, 고향인 알자스가 아닌 한국의 충주였다. 이미 와인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프랑스 보다는, 이제 막 내추럴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져 가고 있는 한국에 오히려 기회가 더 많다고 봤던 것이다.

 

 

“프랑스에선 이미 너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종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판매도 쉽지 않고, 농사를 지을 땅을 사는 데도 많은 돈이 들죠. 양조용 과일을 키우는 방법도 지역별로 이미 다 정해져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바꾸기가 힘들어요. 굉장히 많은 규제가 따르죠. 그에 비해 한국에서는 제가 원하는 방법을 과감하게 시험할 수가 있었고, 양조용으로 쓸 유기농 과일도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일단은 사과 위주로 술을 만들고 있는데, 차차 포도 와인도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본인의 술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도미니크는 나직하지만 힘있게 말을 술술 풀어 놓았다.

 

그래도 시드르(현지 발음으로는 ‘씨드흐’에 가깝다)라니.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프랑스의 토속 술을 주력 상품으로 삼은 패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영어로 말할 줄 아는 표현이 많아질 무렵부터 깨우치게 되는 씁쓸한 진실이 하나 있다. 어떤 영단어들은 오로지 한국에서만 그 의미로 통용되며, 외국에선 전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사이다’는 그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과일향이 첨가된 탄산음료를 마시고 싶을 때, 가장 높은 확률로 성공을 가져다 주는 표현은 ‘스프라잇’이다. 코카콜라 컴퍼니에서 팔고 있는 ‘사이다’의 이름이다. 영어권에서 ‘사이다’를 달라고 고집하면, 탄산감이 있는 사과 와인을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몇몇 제품들이 수입되어서, 편의점에서도 ‘사이다’ 옆에 진열된 ‘사이더’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이다’가 탄산음료를 의미하게 된 것은 1905년 한 일본인이 인천 쪽에 ‘인천탄산수제조소’를 세우고 여기서 나온 상품에 ‘사이다’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부터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고뿌가 없으면…’으로 시작되는 문장은 다 나름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이 ‘사이더’를 프랑스 식으로 읽으면 시드르가 된다. 하지만 그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사과 와인은 유럽에서 포도 와인과 경쟁하며, 때로는 서로 보완하며 발전해 온, 오랜 역사가 있는 술이다. 높은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을 필요로 하는 포도에 비해 사과는 좀 더 높은 위도에서도 잘 자랐기에, 영국 일대와 프랑스 북부에선 이 술이 흔했다. 프랑스에선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시드르가 포도 와인보다 더 대중적이었다. 프랑스 시드르는 영국의 사이더와 만드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영국에선 원료의 35%이상이 사과인 경우 사이더라는 이름을 쓸 수 있지만, 프랑스에선 오로지 사과 100%로 만들었을 때에만 시드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것이다. 몇 갈래로 나뉘는 시드르의 종류 중에서도 도미니크와 신 작가가 만들고 있는 스타일은, ‘시드르 뻬띠앙’ (Cidre Pétiant)이라는 장르다. 발효 중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탄산을 최대한 보존해 샴페인과 흡사한 질감을 살리는 방식이다. 도미니크의 설명이 이어졌다.

 

 

“최대한 프랑스의 전통적인 방법을 지켜서, 자연적으로 느리게 발효되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래도 한국은 프랑스에 비해 사과 종류가 많아서 행복해요. 가장 많이 쓰는 것은 후지 품종인데, 이 사과는 당도가 높은 대신 신 맛과 쓴 맛이 부족해요. 그래서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름 품종인 러브레드를 섞어서 쓰고 있습니다.”

 

 

 

 

 

 

 

 

 

눈 앞에 놓여진 레돔 시드르는 도미니크와 신 작가 부부가 한국에서 보낸 지난 4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긴 타임캡슐이기도 하다. 침착한 황금빛의 술은 속에 옅은 안개를 안고 있다. 술 좀 마셔본 사람들은 반길 만한 안개다. 술의 원 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을 풍부하게 품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레돔 시드르를 만드는 첫 단계는 잘 익은 사과를 강판에 가는 것이다. 믹서에 갈면 시간이야 절약되겠지만, 사과 꼭지와 씨앗이 모두 술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로 인해 맛이 무거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택한 방식이다. 과즙을 짜낼 때도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고, 중력에 의해 과육과 과즙이 분리될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수고를 들이기에, 과즙 안에는 풍부한 향과 맛을 품은 안개가 머물러 있게 된다.

 

 

레돔 시드르는 풍성한 과일향과 더불어, 벨기에 식 에일 맥주와 흡사한 건초의 향도 느낄 수 있다. 오로지 사과 껍질에 붙어 있는 자연 효모로만 발효하고, 이 친구들이 신나서 방구를 뿡뿡 뀌어 대며 오래도록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의 작업환경을 맞춰 주었기에 풍겨나오는 향이다. 이렇게 자연 효모를 이용하는 스파클링 발효 방식을 프랑스에서는 ‘뻿낫’(Pét Nat)이라 부른다. ‘자연의 방귀’라는 뜻이다. 겉절이에 비해 익은 김치가 가지는 매력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결코 싫어할 수 없는 냄새. 절로 군침이 돌았다.

 

 

입에 넣자 보드라운 거품이 혀와 입천장을 쓸고 간다. 입 안에 들어온 순간부터 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한 모금을 삼키고 나자 코와 입 안이 풍성한 향으로 꽉 차오른다. 소박하지만 견실한, 농부들의 잔칫상 같은 느낌이다. 자기들끼리는 별로 차린 것이 없다고 겸손해 하지만, 도회지 사람의 눈엔 풍성하기 이를 데 없어서 얄미운, 그런 느낌의 향이 코 뒤편을 가득 채웠다가 스윽 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혀 끝에 남는 것은 아주 희미하지만 기분 좋은 단맛. 맛 자체라기 보다, 한 때 달았던 어떤 것에 대한 기억 같은 것이 아련하게 머물러 있다.

 

 

“한 모금 마시고 나니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친절하면서도 어딘지 그리운 향이예요.”

 

 

“아무래도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여 만들다 보니까 그런 시간의 맛까지 들어가는 모양이네요.”

 

 

“발효 기간이 그 때 그 때 다른데 그 해의 날씨에 따라 3-4개월 걸려요. 12월에 얻은 과즙을 저온 장기 발효해서 3월이나 4월에 병에 넣죠. 그렇게 하고 한두 달 기다려서 불순물을 제거해요.”

 

 

술에 대해 설명하고 평가할 땐 부부의 호흡이 척척 잘 맞는다. 레돔 시드르는 전통 샴페인과 마친가지로, 병 속에서 발효와 후숙성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병을 거꾸로 세워 병 목부분에 효모 찌꺼기가 모이도록 하고, 그 부분만 급속냉동한 뒤 코르크를 열어 찌꺼기를 제거한다. 병 속의 자연 탄산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프랑스에서 써온 방법이다. 예전엔 찌꺼기가 잘 내려오도록, 날마다 병을 일정한 각도만큼 돌려주는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는데, 요즘엔 자동으로 그 일을 해주는 기계가 보급되어 그나마 일손을 덜었다. 하지만 병을 열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다시 코르크를 막고 철사를 감는 작업은 여전히 도미니크와 신 작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해서 한 해에 생산하는 양이 3,500병. 한 병 한 병에 일련번호를 붙여 작품으로 취급해도 어색하지 않을 수고로움이다.

 

 

 

 

 

 

 

 

 

 

 

 

다음 마셔 볼 차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캠벨 포도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시드르와 마찬가지로, 일체의 설탕이나 인공 효모를 넣지 않고 양조했다. 검붉은 캠벨 포도가 주원료지만, 와인의 색은 로제에 가깝다. 건강하고 짙은 구리빛이다. 동(銅)으로 만든 증류기를 설치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그 표면에 흐르는, 매끈하고 정열적인 반짝임이 느껴진다. 잔 바닥에선 끊임없이 고운 거품이 올라온다. 약간의 황홀함이 어린 표정을 지으며, 신 작가가 말했다.

 

 

“이 색과 반짝임, 은근한 버블이 정말 좋아요. 저도 사실은 완성품을 마실 기회가 잘 없거든요. 새침하면서도 우아한 맛이죠. 마시고 나면 그날 밤에 이 색과 맛이 떠올라요.”

 

 

솔직히 말해서, 본인이 만든 술을 마시며 그렇게까지 아련한 표정을 짓는 양조장 주인은 처음 봤다. 워낙 생산량이 적기에, 스스로 생산한 술병을 따는 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상시에는 탱크 갈이를 할 때 바닥에 고여 있던 찌꺼기 술을 모아 두었다가 아쉬움을 달랜다고 했다. 이렇게 취재를 위한 시음이 있는 날이면, 오히려 찾아온 손님보다 더 신나는 표정이 되는 것을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이 술 한 병에 도미니크의 어떤 노력이 들어갔는지 알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뻥 따서 마실 수가 없더라고요. 저도 사실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예요.”

 

 

그토록 좋아하는 시드르와 와인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마시고 싶을 때 기세 좋게 병마개를 따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양조장 주인의 고충이 느껴졌다.

 

 

레돔의 캠벨 스파클링은 7.5도다. 일반 와인에 비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도수다. 하지만 마지막에 살짝 비터함이 올라오며 피니쉬가 너무 가벼워지는 것을 막아준다. 시드르와 마찬가지로, 어떤 부분이 탁 치고 나온다기 보다 입 안을 친절하게 구르며 뒤에 가서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소박함과 풍성함의 조합이 레돔의 전체적인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미니크는 이 와인의 맛이 지금의 상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올해는 포도가 익을 때 날이 습했기 때문에 약간 더 시고 짠 맛이 생겼어요. 하지만 이 와인은 아직 젊어요. 맛이 계속 변해갈 거예요. 보존료인 이산화황을 쓰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이 맛이 마음에 든다면 지금 상태에서 빨리 마셔야 해요.”

 

 

“그렇다면 내추럴 와인에서는 그 때 그 때 맛이 변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네요 ”

 

 

“그렇죠. 그것이 내추럴 와인의 법칙이예요. 해마다, 병마다 약간씩 다르죠. 그런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같은 품질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맛은 달라질 수 있어요.”

 

 

설탕과 농축 과즙, 이산화황을 사용하면 해마다 동일한 맛의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것도 하나의 미덕이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은 다른 방향에서 매력을 찾는다. 의외성과 불규칙함이 바로 그것이다. 매일의 날씨가 달라지는 것처럼, 모든 병이 미묘하게 다를 수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순간, 공장에서 찍어낸 사기그릇을 넘어서는 조선 막사발의 세계가 열린다. 작년의 와인, 그리고 내년의 시드르가 더욱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마지막으로 맛을 본 것은 MBA품종의 포도와 머루를 블렌딩해 발효시킨 스틸와인이었다. 올해 2월부터 판매 라인업에 추가될 예정인데, 앞으로 레돔의 술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카테고리인 듯 했다. 코르크를 보호하도록 감싸놓은 부분의 재질부터 특이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은박지나 철사가 아니라 촛농같은 왁스로 봉인되어 있었다. 중세 유럽의 로맨틱함이 느껴졌다.

 

 

“플라스틱 같은 거 너무 많이 쓰는 게 싫어서 왁스로 봉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하면 향을 훨씬 더오래 보존할 수 있죠. 일은 좀 더 많아졌지만, 아무래도 제 마음에 더 드는 것은 이런 쪽이니까요.”

이 술은 코 끝에서부터 분명한 개성이 느껴졌다. 시드르에서부터 과일향에 실린 효모향이 일정한 캐릭터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 와인에 와서는 그 특징이 더 분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껏 마셔본 와인 중에서 가장 맥주와 비슷한 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 람빅 맥주와 과일즙을 섞어 만드는 벨기에의 ‘크릭’(Kriek)과도 유사하게 느껴지는 향이었다.

 

 

“재미있네요. 와인인데 우리의 ‘장’(醬)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신 작가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와인은 오크통을 쓰지 않고, 플라스틱 탱크에서 1년을 보내고 나서 옹기 항아리로 옮겨 담아 숙성시킨 거예요. 오크통을 쓰면 와인의 맛이 전부 비슷해지잖아요. 그게 싫어서 항아리를 써 봤는데, 과일 고유의 맛이 그대로 남아 있고 효모향도 느껴져서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그래서 도미니크가 항아리 숙성방식을 아주 좋아해요.”

 

 

 

 

 

 

 

 

 

 

“여기에 쓰이는 항아리는 이웃에 있는 옹기 공방에서 특별히 만들어 주셨어요. 이 와인은 마개를 따고 하루 정도 지나면 더 많은 향이 올라와요. 블랙체리 같은 느낌도 나고요, 머루에서 나온 탄닌 때문에 적절한 무게감도 느껴지고요.”

 

 

입 안에 머금은 항아리 숙성 MBA 머루 와인에선, 포도 자체에서 우러난 탄닌의 맛과 농축된 잼,그리고 이제 막 익기 시작한 나박김치의 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레돔의 시선이 바로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10년 후, 혹은 그보다 훨씬 더 먼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향이었다. 문득 오롯이 부부의 힘만으로 이 모든 수고를 감당해 내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조금만  타협하면, 좀 더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오가닉과 내추럴. 이 두 가지 면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요. 특별히 그것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

 

 

“그렇게 하는 게 더 나으니까요. (Because It’s better.)”

 

 

도미니크의 대답은 간단했다.

 

 

“땅에 아무런 비료를 뿌리지 않는 것처럼, 제 술에도 아무런 인공적인 것을 넣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하면 와인이 계속 살아 있죠. 그러면서 계속 바뀌어 가요. 안정된 상태로 두기는 더 힘들지만, 그것이 저희 방식의 매력이예요.”

 

 

코로나가 잦아들 때쯤 되면, 레돔에서 자신들의 시드르를 증류한 깔바도스(Calvados 프랑스 식 사과 증류주)가 나올 예정이다. 당분간 프랑스는 가지 못하더라도, 그 때까지 충주를 내 마음속 프랑스, 작은 알자스로 삼기로 했다. 올해의 사과가 영글어갈 무렵, 안주거리라도 좀 챙겨서 다시 찾아와야지. 그런 생각을 하니 양쪽 귀 밑의 침샘이 찌르르 울렸다.

 

 

 

 

 

 

 

 

 

 


글 : 탁재형 PD

 

 

탁재형 PD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5년간 50개국을 취재하며, 세상의 넓음과 사람살이의 다양함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2002년 ‘KBS 월드넷’을 시작으로 ‘도전! 지구탐험대’, ‘세계테마기행’, ‘EBS 다큐 프라임-안데스’ 등 해외 관련 다큐멘터리를 주로 제작했으며 2013년부터 여행 부문 팟캐스트 부동의 1위인 ‘탁PD의 여행수다’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여행 산문집 『비가 오지 않으면 좋겠어』김영사(2016), 세계 음주 기행기 『일은 핑계고 술 마시러 왔는데요 』시공사(2020)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