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장새별의 한국술 칵테일 이야기 이토록 힙한 경주법주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2-02-17
  • 조회수 1392

 

 

 

 

여행을 가면 그 지역만의 색이 담긴 음식을 먹고 싶은 게 여행자의 심리지만, 그와 별개로 갈 만한 바가 있는지도 꼭 찾아본다. 반대로 바 하나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데, 이번에 찾은 경주의 바 <프렙>이 그렇다. 서울에서 생활해도 종종 이름이 들려오는 지방의 바들이 있는데, 그 이름이 속한 도시로 경주를 들어본 바가 없었다. 대충 검색을 해봐도 이렇다 할 바를 찾기 어려운, 불모지에 가까운 경주에서. 서울에서만 10년을 활동한 바텐더는 어떤 모습의 바를 보여줄까? 손님은 있으려나? 이런 글에서 ‘기대 반, 걱정 반’ 부분은 대부분 걱정이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그 지역의 색을 경험하고 싶은 여행자의 심리와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던 지역민들의 심리를 모두 충족시켜주며, 지난해 11월 말 오픈한 경주 프렙은 매일 밤 거의 만석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뉴판 맨 앞을 차지하고 있는 ‘경주 법주 사워’는 주문량에서도 앞자리를 다툰다.

경주 법주는 국내산 쌀을 정미 비율 70%로 도정 후 술을 빚어 100일 동안 저온에서 발효 및 숙성을 거쳐 만든 맑은 술이다. 맑은 빛깔만큼 무겁지 않은 누룩 향, 깔끔한 맛으로 차례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경북 지역에서는 젊은 층에게 꽤나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박조아 바텐더는 여기에 도라지를 인퓨징한(재료를 술에 담가 그 맛을 뽑아내는 것) 위스키를 섞어 칵테일의 베이스를 만들었다. 도라지와 위스키의 풍미로 여리여리한 경주 법주가 칵테일 속에서 뒷 힘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과하주, 외국의 포트 와인이나 셰리 와인처럼 일종의 주정강화로 술의 보관 기간을 늘린 똑똑한 방법이기도 하다. 주정 강화는 발효 중인 술이나 발효가 끝난 술에 도수가 높은 술을 첨가하는 방식이다.

 

 

 

 

 

 

 

이 술을 베이스로 신라봉 시럽, 레몬 주스, 달걀 흰자를 넣고 셰이킹을 하면 경주 법주 사워가 완성된다. 부드러운 달걀 거품, 기분 좋은 산미와 과하지 않은 달콤함을 즐기고 나면 은은하게 도라지 향이 코 끝을 스친다. 도라지는 의식하지 않는 이상 경주 법주 향이라고 느낄 정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다.

 

 

 

 

 

 

 

내가 방문했던 가오픈 기간이 지난 후에는, 식용 3D 프린팅으로 거품 위에 신라의 미소를 캐릭터를 그려내면서 손님들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는 후문이다. 수학여행의 추억을 넘어 2030에게 새로운 여행지로 각인되고 있는 경주에서, 이토록 힙한 경주 법주. 통창으로 봉황대가 보이는 뷰까지, 경주 여행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글: 장새별 (F&B 전문 에디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다. 블루리본서베이, 식품 신문사를 거쳐 미식 매거진 <바앤다이닝>에서 오래 일했다. 퇴사 후에도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다니며 일과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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