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농익은 한국 내추럴 와인을 찾다 l 김혜준 X 고로먹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2-12-09
  • 조회수 1194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핫한 트렌드로 다가선 내추럴 와인의 열풍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아마도 우리의 생각보다 더 오래 그리고 깊이 있게 명확한 장르로 굳혀지지 않을까 예견해본다. 단순히 가벼운 사회현상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이들이 전문적으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이나 제초제나 첨가제 없이 농업을 꾸려가며 이 내추럴 와인 시장의 지반을 공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유럽에서 온 내추럴 와인들의 맛과 향 그리고 그들 특유의 개성 넘치는 뉘앙스를 즐기면서 생산자들의 철학과 꾸준한 움직임, 농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이라는 궁금증을 떠올렸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한국의 내추럴 와인들 중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두 곳의 와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역으로 분류를 하자면 경주와 충주의 떼루아를 고스란히 담은 와인이다.

 

 

 

 

 


와인은 명품과 예술로 통한다 남산애


 

모던 한식을 다루는 다이닝 레스토랑을 다니다 보면 그곳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과 전통주 라인업들의 너른 경계에 감탄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다녀온 레스토랑 주은의 소믈리에이자 2022년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된 김주용 소믈리에의 추천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한국 전통주와 와인들을 주은의 음식들과 아주 매끄럽다 못해 아름다운 페어링으로 구성을 하는데, 그 몇몇의 와인들 중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경주 예인화원의 와인 남산애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마다 첨가물 없이 오롯이 포도로만 담그시던 포도주를 떠올리며 그 맛을 재현하고자 한 손녀 고은혜 대표의 와인 남산애는 캠밸, 머루, MBA포도를 배합해 블렌딩한다. 그래서 더욱 검붉은 색감과 묵직한 바디감이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이지 않는 것일까? 11월에 늦게 수확한 포도를 한 번 더 건조하여 당도를 끌어 올렸다는데 자연스러운 단맛에 비해 딸기나 베리류의 농염함이 돋보이는 풍성한 향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무척 깔끔하게 끝나는 피니쉬는 음식과 페어링했을 때 그 빛이 발한다. 유난히 진한 붉은 빛의 컬러에 탄닌의 향이 강해 보르도나 메독 와인의 뉘앙스를 즐길 수 있는데 놀랍게도 예인화원의 와인들은 모두 내추럴 와인으로 분류된다. 남산애를 포함한 예인 화원의 와인들은 일교차가 큰 청정 고원 지대에서 재배되는 포도를 사용해 일체의 화학첨가제 및 보존재를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기존의 와인 제조 방식과 달리 압착과정이 없어 소량 생산만 가능하다는 희소성도 있다. 매년 와인을 담그는데 작황에 따라 머루와 캠밸, MBA포도의 비율을 조절하기에 매해 그 맛을 비교해 테이스팅하는 재미도 있다.

 

주변 지인들의, 특히 연배가 있으신 분들을 위한 데일리 와인으로 선물하면 좋겠다. 한국화의 대가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을 멋스럽게 케이스와 라벨 디자인에 입혔기에 품위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고은혜 대표는 채식주의자 와인 메이커인데 그의 와인들을 혀 끝에 맞대보면 확실히 육류의 매칭이 더 땡긴다는 점도 독특하다.

 

 

 

 


톡톡톡, 프랑스 농부가 건네는 인사 레돔 시드르


 

작은 알자스에서 생산하는 레돔의 와인과 시드르. 충주에서 운영 중인 내추럴 와인 양조장, 프랑스 북동부 출신의 양조 전문가 도미니크씨와 아내 신이현 대표가 함께 농업법인회사 작은 알자스를 이끌어 가고 있다. 도미니크씨의 고향인 알자스를 떠나 신이현 대표의 고향 충주를 작은 알자스로 만들고 있는 이 두 부부의 와인들은 이미 꽤 유명하다. 나 역시 살롱오에서 처음 접하고 그 후 마르쉐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만나고 있으니. 지역의 떼루아를 따지자면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에 위치하여 특유의 문화와 개성이 넘치는 와인을 만들고 있는 알자스. 얇고 긴 병에 담긴 달콤하고도 엣센셜한 화이트 와인이 유명한 이 지역에서 성장한 엔지니어 도미니크씨와 장편 소설가였던 신이현 대표가 프랑스에서 만난 것이 벌써 20여 년 전. 가족이 모두 포도 농사를 지어 와인을 만들거나 소를 키워 치즈를 만드는 환경에서 자라온 도미니크씨가 늦은 나이에 농업 학교에 진학을 하여 본격적으로 프랑스 포도 농가에서 일을 배웠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과 내추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아내의 고향 충주에서 작은 알자스를 만들게 되었다.

사과와 포도를 직접 농사지어 와인을 만드는 이 두 부부는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즉 제초제나 살균제 등과 같은 화학제를 사용하지 않고 땅을 보호하여 자생적으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장기간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을 통해 스스로 땅과 그 땅을 딛고 일어나는 식물과 나무들의 생존력이 강해지며 유기적인 상호작용이 펼쳐지는 것이다. 설탕이나 효모,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포도와 사과의 껍질에 붙어있는 야생 효모로만 발효를 하는 지라 여느 컨벤셔널 와인에 비해 시간도, 정성도 훨씬 많이 소요된다.

 

특히 레돔의 인기 제품인 시드르의 경우는 늦가을에 수확한 사과가 다음 해 봄에 우리들이 마실 수 있는 제품으로 완성이 된다. 시드르는 유럽에서 즐겨 마시는 사과로 만든 술로 스파클링이 살아 있는 아주 청량하고 달콤한 맛의 과일 발효주인 셈이다. 나라마다 이름이 다양하게 불리는데 영국에서는 사이더, 독일에서는 아펠바인, 스페인에서는 시드라, 프랑스에서는 시드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다.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 어려운 지역에서 즐겨 마시기 시작한 역사가 있다고 한다. 특히 사과로 유명한 충주에서 만든 만큼 레돔의 시드르는 그 향이 풍부하다. 특히 기포가 억세지 않아 식사의 처음 또는 간단한 샌드위치나 샐러드, 스낵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6도의 낮은 알코올 도수,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도 대중적으로 즐기기 좋은 와인이다. 늦가을에 착즙하고 겨울내발효, 봄 동안 숙성되어 우리에게 오기까지 생산자들의 노력을 떠올리게 되는 싱그러운 시르드는 차갑게 칠링해 먹을는 것이 좋다.

두 와인 모두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손쉽게 온라인 쇼핑이 가능하다. 겨울을 만끽하는 와인으로 다채로이 즐겨봄은 어떨까?

 

 

 

 


글: 김혜준 대표 (김혜준 컴퍼니)

김혜준 대표는 최근 푸드 비즈니스 업계에서 뛰어난 감각으로 푸드 콘텐츠 디렉팅과 레스토랑 브랜딩에 가장 주목받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대표적으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김대천 셰프의 '톡톡', 신창호 셰프의 '주옥' 등 국내 내로라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의 브랜딩을 담당했습니다.

일러스트: 고로 먹다

고로 먹다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이 만들거나 맛본 음식 및 디저트 등을 그림,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작가의 아이덴티티인 귀여운 고양이 그림체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의 음식 그림에 더불어 자세한 맛 표현 및 평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만 알기 아쉬운,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일러스트, 인스타툰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oro_page/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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