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우리 술, 다양성에 다양성이 더해져야 한다 l 이대형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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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식당에서의 술 선택 기준은 단순했다. 그 식당에 있는 술이 선택의 기준이었다. 맥주나 소주 모두 2~3가지 제품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종류의 최대치였다. 대기업 주류들이 주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은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통주 역시 전통주 붐이 불 때를 제외하고는 식당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개수는 드물었다. 오히려 전통주를 취급하지 않는 식당들이 더 많았다. 

반면 수제 맥주나 와인을 판매하는 식당의 경우 술의 종류가 많게는 30~40가지, 적은 곳도 10가지가 넘는 식당들이 많다. 이러한 술들은 유통의 문제를 넘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다양한 술들을 구비한 것이다. 이것은 외국의 편의점이나 대형 할인점을 가도 비슷하다. 외국의 주류코너를 가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주류 종류에 놀랄 때가 많다. 다양한 술들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소비자의 기호가 반영된 다양한 술들을 마실 수 있을까 이야기 하고는 한다.

 

외국 마트의 끝을 모르는 술 진열장 (출처 이대형)

 

최근 다양한 소비문화를 반영하듯 거의 모든 주종에서 다양성이 중요시 이야기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술에 대한 적극적인 소비가 반영되면서 식당에서도 2~3가지 술 종류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일반 식당에서의 전통주 소비는 아직 크지 않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주류 기호를 맞추고자 하는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주류의 다양성 변화에 빠르게 반응한 곳은 전통주이다. 양조장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통주 시장도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섰다. 다양한 양조장들이 소비자의 기호를 맞춘 술들을 생산하면서 전통주의 종류가 많아졌다. 특히, 전통주의 소비도 과거와 다르게 식당이라는 한정된 곳을 벗어났다. 온라인 유통, 구독 서비스, 전통주 전문 주점, 전통주 바틀샵 등 그 소비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아직 전체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비하다. 그러기에 우리 술의 소비 확대 방법 중에 하나로 ‘우리 술의 다양성’이 지금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과거 우리 술의 다양성을 이야기하면 쌀이라는 기본 재료에 한약재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이 다였다. 최근에는 쌀 원료부터 다양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고양의 가와지 1호, 경기도의 참드림 등 쌀 품종을 강조한 제품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부재료 역시 기존 한약재를 넘어선 주니퍼베리와 건포도 등을 넣은 술뿐만 아니라 레몬, 바질, 대마씨(헴프씨드)가 들어간 막걸리를 비롯해서 망고가 첨가된 약주 등 다양한 부원료를 사용한 술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원료의 다양성은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게 만드는 역할을 해준다.

 

​(좌)가와지 1호쌀로 만든 막걸리 (배다리도가 제공), (우)바질이 들어간 막걸리 (상주주조 제공)

 

원료의 다양성이 과거 다양성의 전부였다면 지금은 원료를 넘어서 모든 분야의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양조장만의 맞춤형 미생물도 중요한 다양성 요소로 이야기되고 있다. 과거 단일 균을 이용한 제조법으로 많은 양조장들의 생산방법이 비슷비슷했고 맛도 비슷하게 느껴졌었다. 최근 누룩 또는 자체 균들을 보유한 양조장들이 생겨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미생물에 맞는 제조방법을 통해 술의 맛과 향이 차별화된 그 양조장만의 전통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가 생산의 다양성이었다면 이제는 소비의 다양성도 많아지고 있다. 전통주 전문 주점이 많아지면서 우리 술을 다양하게 주점에서 골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전문 주점이 아니라도 우리 술을 취급하는 식당들이 많아진 것도 다양성의 증가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동일한 술을 마시기보다 차별화된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이다. 이밖에도 전통주 바틀샵에서는 대형 할인점이나 슈퍼마켓에서 판매하지 않던 다양한 우리 술들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지금은 새벽 배송뿐만 아니라 스마트 오더라는 새로운 방식까지 더해져 소비자의 선택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다양한 컨셉의 전통주 보틀샵 (출처 한국전통민속주협회)

 

앞에서 이야기 한 모든 다양성의 증가는 하나하나의 개별 된 일들이 아니다. 다양한 원료, 부원료를 통한 전통주의 다양성에 다양한 미생물이 더해지면서 소비자 선택 폭은 넓어지고 있다. 그 결과로 온라인, 전통주 전문 주점, 바틀샵 등이 성장하고 다시 다양한 술들이 필요해 지면서 양조장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전통주는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술을 생산하는 양조장들이나 유통을 하는 곳들은 영세한 곳들이 많다. 현재 맥주나 소주를 생산, 판매하는 곳들과의 경쟁은 생각할 수 없다. 우리 술들이 지금 보다 더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술들은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제품이 많아져야 하고 이것만이 지금의 전통주들을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 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주의 발전을 위한 칼럼을 작성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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