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우리명절엔 우리 와인을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2-10
  • 조회수 7946

 

 

어제는 한 주류품평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여 출품된 한국와인들을 심사했습니다. 금년부터 한국와인 분야가 따로 신설되어 예년까지 수입와인과 함께 심사를 했던 방식을 바꿔 한국와인에 맞는 심사기준을 새롭게 정비하고, 향미평가를 좀 더 한국와인에 맞춰 따로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소믈리에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국와인의 발전속도가 너무 빨라 무섭다고들 너스레를 떨며 얘기를 나눴습니다. 달라진 한국와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이런 한국와인의 품질향상을 피부로 느끼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어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손님들에게 와인을 소개하며 좋은 음식과 와인을 안내하던 시간이 그립습니다. 많이 제한되긴 하지만, 곧 다가올 명절에는 예년처럼 가족들과 좋은 음식, 좋은 술을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설과 추석처럼 한국와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도 없는 듯 합니다. 명절의 주인공은 가족, 좋은 음식, 그리고 어울리는 좋은 술이라서, 명절을 맞으면 항상 한국와인을 한두병씩 가지고 가 가족과 가까운 분들에게 소개하곤 합니다.명절음식은 한국와인과 아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한국와인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소위 ‘와인애호가’들에게도 이 때에는 쉽게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수 있을만큼 한국와인과 상성이 좋은 음식들이 가득합니다.

 

이번에는 명절에 마시기 좋은 한국와인들을 추천해 보려고 합니다.

 

잡채, , 산적과 어울리는 화이트와인들

어제 품평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던 얘기 중 하나가 ‘한국 화이트 와인은 이제 세계무대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였습니다. 산미가 좋고 향이 좋은 한국 화이트와인은 명절음식 중 각종 전, 산적, 무침 등의 음식과 잘 맞습니다. 추천 와인은 우리 포도 청수품종으로 만든 화이트와인들입니다. 경북 경산 비노캐슬 와이너리의 비노페스티바 청수와인, 경기 안산 그랑꼬또의 청수와인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 화이트와인으로 날카로운 산미, 레몬 라임의 조화로운 향이 우리 음식과 아주 잘 맞습니다. 경북 영천의 오계리 청수와인, 고도리 청수와인도 좋습니다. 얼마전 더술닷컴에서 청수와인 전국지도가 나왔는데 참고하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그랑꼬또 청수

 

 

어떤 명절음식과도 잘 맞아 온 가족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줄 스파클링 와인들

기름기가 많은 명절음식에 딱 맞는 스파클링와인을 소개합니다. 캠벨포도로 만들어서 단 향이 풍부하지만 마셔보면 아주 드라이한 맛의 반전매력 충북 영동 도란원의 미소 스파클링와인, 충주 사과로 자연 발효한 내추럴 와인으로 향이 풍부한 레돔 시드르, 레돔 사과 로제 스파클링(곧 출시), 강원도 개발품종인 청향 포도를 발효해 잘 숙성시킨 홍천 샤또 나드리의 너브내 스파클링와인은 명절음식들의 맛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가족들의 분위기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 줄 좋은 와인들입니다.

 

 

 

레돔 시드르

 

 

 

갈비, 불고기와 잘 어울리는 한국의 미디엄 드라이 레드와인들

간장, 고추장 양념이 많은 우리 명절음식에는 드라이하고 탄닌이 거친 수입 와인이 잘 맞지 않습니다. 강한 양념의 향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잘 어우러지는 와인으로, 미디엄 드라이 정도의 맛을 가진 우리나라 머루 와인들을 추천합니다. 오크통에 4년간 숙성시켜 출시되는 경북 상주 젤코바와이너리의 스페셜, 프리미엄 두 가지 와인 모두 갈비찜 등 짭조름한 명절음식과 잘 어울리고, 경북 김천 수도산 와이너리의 크라테 미디엄 드라이 (세미 스위트) 와인은 직화구이나 불고기와 잘 맞는 와인입니다. 색다른 진한 와인의 향취를 즐기시려면 충북 영동 산막와이너리의 비원 퓨어 와인과 강원 삼척 너와마을와이너리의 끌로너와와인도 추천합니다. ‘한국에 이런 와인이 ’하면서 깜짝 놀랄겁니다.

 

 

수도산 와이너리 크라테

 

 

 

 

 

나물, 비빔밥들과 잘 어울리는 와인들

명절음식에 나물이 빠질 수가 없죠. 우리 나물 음식과 어울리는 수입 와인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한국와인으로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미자의 쌉쌀한 맛이 무친 나물의 향을 더 맛있게 살려주는 경북 문경 오미로제 프리미어와인, 과숙한 키위가 지역 특산물인 경남 사천 오름주가의 7004S와인은 트레디셔널한 우리 한식과도 잘 맞 으면서도 글로벌한 음식들과도 잘 어울리는 대단한 와인들입니다. 참, 감의 신맛과 단맛이 잘 살아 있어 전세계 어떤 와인과도 차별되는 경북 청도의 감그린 와인도 이 대열에 빼면 안되는 와인이겠네요.

 

감그린

 

 

 

 

 

한국형 디저트와인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후식으로 먹는 우리 민족에겐 너무 단 디저트 와인이 잘 안어울리죠. 명절의 디저트로 먹는 한과, 약과 등의 음식이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기분을 돋궈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이런 한국형 디저트에 어울리는 한국형 디저트 와인을 추천합니다. 충북 단양의 매실을 발효해 만든 에델와이너리 미디엄, 스위트와인, 이방카 와인으로 잘 알려진 충북 영동 여포 와이너리의 여포의 꿈 화이트 와인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우리 디저트 와인입니다. 좀 더 독한 술을 원하시는 삼촌들에게는 충남 예산사과로 만든 예산사과와인의 추사40이나 추사백을 추천하고 싶네요.

 

 

 

 

 

 

추사40

 

 

 

 

 

가족간의 모임도 제한할 수 밖에 없는 시대이지만 우리 기분까지 제한받을 수는 없잖아요 명절에는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이 다가올 좋은 시간을 기대하며 맛있는 한국와인과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추신) 어떤 소믈리에는 명절 제사상에 항상 우리과일로 만든 한국와인을 올린다고 합니다.

 

 

 

 


 

글: 최정욱 소믈리에/ 최정욱와인연구소장, 오산대학교 겸임교수

 

 

최정욱 소믈리에는 최정욱와인연구소 소장으로, 와인에 대한 연구를 하며 오산대학교 외식사업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한국와인의 우수성과 대중성을 널리 알리고자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광명동굴’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했고, 아시아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을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