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크래프트 술을 찾아서….떠먹는 막걸리의 용인 술샘
2018-07-26

술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죽양대로 2298-1
주종 : 탁주 약주청주 증류주
전화 : 070-4218-5225
http://www.sulseam.com

 

 

지난 4월, 도쿄의 패션 중심지 중 하나인 롯폰기(六本木)힐스에서는 독특한 이름의 행사가 하나 열렸다. 새하얀 벚꽃이 휘날리던 시기에 진행된 이 행사의 이름은 크래프트 사케 위크(Craft Sake Week). 일본의 축구 영웅인 나가타 히데토시(中田英寿)가 100여 곳의 일본 청주 양조장과 함께 자발적으로 기획한 이벤트로 매일매일 달라지는 주제를 통해 약 10일간 다양한 사케(일본식 청주 日本酒)를 세련된 공간에서 즐겨보자는 행사였다. 대상자는 롯폰기힐스를 즐겨 찾는 트랜디 세터, 그리고 패션 리더들이다. 결국, 일본 내 중 장년층의 전유물인 사케 문화를 젋게 이끌어 내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이벤트 명이 크래프트 사케인 이유는 기존의 틀을 깬 제품이 많았기 때문인데, 도수를 낮추고 탄산을 가미한 스파클링 사케, 발효된 쌀을 이용한 다양한 쌀 주스, 발효 시 물 대신 술을 넣어 귀하게 양조했다는 귀양주(貴醸酒), 합숙근무라는 특수한 근무환경으로 여성출입을 금기 시 하던 전통을 뒤집은 여성 공장장이 빚은 제품 등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케도 많이 등장했다.

이렇게 새로워진 사케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던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사고를 전달해주고, 호기심을 이끌며 문화까지 선도한다. 더불어 기존에 사케를 기피 시 했던 소비층까지 스펙트럼을 넓혀주었다.

 

전통방식의 술은 산업적으로 어렵다는 편견. 그것에 도전한 신규 양조장 ‘용인 술샘’

 

사실 한국의 술도 이렇게 변하고 있다. 늘 막걸리가 청량감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며, 숙성도 스테인리스 통에서 옹기, 오크통, 백자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재료도 단순한 쌀에서 밀, 머루, 오미자, 조, 콩, 죽 떡 등 다양하게 넓혀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방식이 상당부분 전통방식에서 기인 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도전은 대기업이 아닌 설립연수 10년 이내의 소규모 신규 양조장이 맡았다는 것이다. 이유는 고문헌에 근거한 전통방식으로는 술의 상품성이 없다는 견해가 시장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부가 가치 제품이 나올 수도 없었고, 덕분에 한국의 술은 늘 저가로밖에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고문헌에 근거한 술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맛이 기성제품과 너무 달랐기에 그 문화를 알리자고 양조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곳은 지역의 농산물과 감미료를 넣지 않은 무첨가 위주의 고부가 가치 술을 만들었다. 언젠가는 소비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뚝심을 가지고 말이다. 오늘 소개하는 양조장이 바로 전통을 살려 고정관념을 깬 술, 요즘 말로 크래프트 술을 만드는 곳,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해도 내 길을 걷는 양조장 ‘용인 술샘’이다.

 

 

파스텔 톤의 멋진 건물. 양조장 건물도 크래프트 스타일

 

용인 술샘은 수도권인 용인에 위치하고 있다. 영동고속도로 양지IC. 에버랜드하고도 20분 내외의 거리이며 유명한 순대촌인 백암 순대하고도 가까이 있다. 설립한 지는 이제 막 5년. 아직은 어리지만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양조장의 첫인상은 전혀 양조장 같지 않았다는 것. 파스텔 톤의 양조장 건물은 숲 속에 있는 팬시한 카페 건물을 연상시킬 정도로 멋진 색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봄볕에 몸을 맡기고 싶을 정도의 벤치와 나무, 그리고 잔디가 함께 한 트랜디한 공간이다. 건물의 구조를 살펴보면 지하 1층이 양조장, 1층은 카페, 2층이 체험장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체험과 견학, 그리고 커피한잔도 가능한 공간이다.

 

 

비 온 뒤의 숲의 향. 그 맛을 추구해 양조장 열어

 

이곳에서 술을 빚는 사람은 기아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의 신인건 대표. 공학도 그는 할머니가 그리도 술을 많이 빚어줬다고 한다. 그 기억을 되살려 10여 년 전 방배동에 위치한 가양주연구소에서 술 빚기를 연마하였고, 그 중 뜻있는 5명이 모여 2012년도에 양조장을 설립, 2015년에 이곳 용인 양지면에 양조장을 이전하게 된다. 산업화되지 않은 수제 전통주다 보니 처음에는 무조건 다 손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술의 원료인 떡이나, 쌀을 씻을 때 등 모든 작업의 효율이 무척 더뎠다. 그러다가 답답해서 자신이 술 빚는 기계를 만들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의 재능이 빛난 순간이었다. 신인건 대표에게 의외의 질문을 하나 던졌다. 추구하는 술 맛이 있는지. 어떠한 맛을 염두에 두고 술을 빚는지 물어본 것이다. 문학적인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가 엔지니어 출신이기에 정감 어린 표현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의외의 대답이 하나 돌아왔다. 그가 추구하는 맛은 바로 ‘비 온 뒤 숲의 향’. 문헌에 있는 전통주를 만들어보니 기존의 기성제품과 다른 ‘비 온 뒤 숲의 향’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 맛을 추구하기 위해 그는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빨간색 막걸리 붉은 원숭이. 화려하지만 차분한 맛

 

과정만 본다는 이곳은 독특한 술을 빚고 있다. 떡으로 발효시킨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조선시대의 홍주를 복원한 빨간 막걸리 ‘붉은 원숭이’. 그리고 고기의 잡내를 없애주고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누룩소금 등이 대표적이다.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는 알코올도수 8% 정도로 크리미한 식감과 생술 특유의 산미가 살아있다. 빨간 막걸리 ‘붉은 원숭이’는 마치 색소를 잔뜩 쓴 색감을 가지고 있지만, 문헌에 근거한 붉은 누룩 ‘홍국’을 사용해 발효한 술로 토마토와 같은 향미와 살짝 짠맛도 있는 개성 넘치는 맛이다. 최근에는 용인 백옥 쌀을 이용해 무첨가 약주 ‘감사’와 그것을 상압 동증류기를 통해 만든 알코올도수 54도 증류식 소주 ‘미르’도 출시했다. 신기한 것은 신인건 대표가 추구하는 술 맛을 알게 된 이후로는 모든 술 맛이 ‘비온 뒤 숲의 향’ 느껴졌다는 것. 뭐든지 알고 나면 생각도 바뀌는 법. 개인적이 기는 하지만 술에도 그것이 적용된 것이다. 덕분에 2017년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되었다. 양지IC 교차로 2분. 시음부터 이화주 빚기, 양조장 견학 등 다양한 체험이 있어 이곳이 매력적인 이유는 상시적인 시음체험이 가능하기 때문. 영동고속도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릴 수 있는 위치적 장점 도 있다. 바로 양지IC 교차로에서 나가면 바로이다. 방문하면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와 빨간 막걸리 ‘붉은 원숭이’, 무첨가 약주 ‘감사’, 그리고 54도짜리 증류식 소주 ‘미르’도 시음해 볼 수 있다. 운이 좋아 신인건 대표가 있다면 지하 1층의 양조장 견학을 통해 술에 대한 그의 철학도 들어볼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예약을 통해 방문하는 것. 직접 이화주에 들어가는 떡도 빚어보고, 누룩도 만들어 본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재발견이 가능하다. 오는 길에는 앞서 설명했듯 에버랜드도 있고 백암순대도 있다. 특히 백암순대는 차로 10분 내외에 있어 이 주변에서 꼭 가봐야 하는 코스 중 하나다. 재래시장을 좋아한다면 백암 오일장에 맞춰가는 것도 추천한다.

 

술빚기의 다양한 생각과 시도, 우리의 삶 속에도 적용할 것 있어

 

고교 윤리시험에 단골로 등장한 근대 철학의 창시자 데카르트는 늘 모든 것을 의심해 왔다고 한다. 주관적이란 이유로 개인의 경험도 진리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나름의 진리에 도달한다. 이렇게 의심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 그래서 너무나도 유명한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란 말을 남겼다. 의심을 하는 자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근대 철학에 의심의 대표적 단어 ‘왜?’ 라는 사상을 넣었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부터 칸트, 헤겔까지 철학은 물론 과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결국, 근본에 대한 질문과 그것을 알기 위한 의심이 서양의 문명과 철학을 여기까지 발전시킨 것이다.

한국의 술은 일제 강점기와 근 현대에 걸쳐 너무나도 획일적으로 만 발전해 왔다. 집에서 술 빚기를 금지했으며, 주요 원료인 쌀로도 술을 못빚게 했다. 덕분에 발전한 것이 싸고 많이 취할 수 있는 주류가 대세를 이룰 수 밖에 없었다. 산업적으로는 훌륭했지만, 다양성이 사라지는 문화적 쇠퇴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근 현대의 압축성장을 통해 사라진 문화에 대해 더욱 ‘왜’라는 질문을 달아야 한다. 왜 사라졌으며,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말이다.

 

 

‘비 온 뒤 숲의 향’이 느껴지는 술의 양조장, 그 해답을 전통을 통해 해결한 용인 술샘, 그래서 다양한 문헌 속 전통주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곳, 저가의 술로만 승부하지 않는 뚝심 하나로 일궈나가는 이곳의 모습 속에 어쩌면 잃어버렸던 술의 가치는 발견할 수는 없을까?

 

술 빚기 하나만으로도 철학이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본래의 한국 술 문화. 만약 의심 많은 데카르트가 살아있다면 술의 가치는 취하는 것이 아닌 빚는 이의 철학과 그것과의 소통 이라 말해주지 않았을는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