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정성껏 잘 빚은 술 어떻게 잘 팔까? l 주봉석 사무국장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3-08-25
  • 조회수 706

 

전통주와 지역특산주가 소비자에게 새롭게 조명받으며 전체 주류 대비 전통주 출고금액은 1.6%를 넘어섰다. 가까운 5년 전 0.4%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세다. 그만큼 신생 양조장은 늘어났고 또 그만큼 새로운 술은 연일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술이 다 잘 팔리고 있을까? (사)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직을 수행하며 한국술보틀숍이라는 전통주 전문 소매점을 운영하는 필자의 경험으로 보자면 상위 20%의 술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그 말인즉, 나머지 80% 업체의 술들은 긴 생명력을 가지고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글은 ‘정성껏 잘 빚은 술’인데 판매에 고전하고 있는 신생 또는 소규모 양조장 관계자께 드리는 고언이다.

 

양조장 대표님이 종종 묻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술은 어떤 술인가요?”

그러면 필자는 대답합니다. “맛 좋은 술인데 이윤이 좋은 술이요.” 그리고 덧붙입니다. “단 한 줄로 술을 설명할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가 있고 패키지 디자인이 멋진 술이라면 더 좋지요.” 첫 번째 대답은 제품과 가격정책에 대한 것이고, 덧붙인 답변은 제품 브랜딩에 대한 것이다. 답변이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시는가? 하지만 어찌합니까, 이런 기본을 간과한 제품들이 이전에도, 지금도, 또 앞으로도 시장에 나와 매대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가 쓸쓸히 스러져 가고 있다.

 

수많은 술이 있고 그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너무나 명확한 사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빚어낸 술. 얼마나 예뻐 보이고 기특해 보이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같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애지중지 자식 같은 술이 시장에 나와 수많은 양조장에서 빚어낸 술들과 함께 나란히 진열된다는, 너무나 명확한 사실을 간혹 잊으신 양조장들이 있다. 내가 출시한 술은 동종의 다른 제품과 자연히 비교되고 경쟁하게 된다. 그 경쟁에서 그 어렵다는 소비자의 최초의 선택을 받고, 이어서 두 번, 세 번까지 선택받아 제품에 대한 ‘찐 고객’을 만들 자신이 있는가?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서두에 말하지 않았는가? 상위 20%의 스테디셀러 술이 전체 매출의 80%를 점유하고 있고 그 술들이 ‘찐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 먼저 가격정책에 관해 얘기해 보자고요.

술을 만드는 환경과 여건이 서로 다를 테니 제품의 공급가와 소비자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양조장의 선택이다. 다행히 지역특산주 면허를 획득하여 자사몰, 또는 대형 플랫폼이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에 만족한다면 그것도 양조장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직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제품의 가격정책은 제품이 얼마나 널리 유통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술을 판매하는 도소매 유통채널들은 이윤이 좋은 제품 판매에 힘을 싣는다. 만약 지금에 만족 못 하고 제품 판매를 높이고 싶다면 바이어와 제품 판매처에 높은 이윤이라는 당근을 주자. 높은 이윤을 줄 수 있는 생산 구조를 만들자. 같은 조건이라면 이윤이 높은 제품이 잘 팔린다.

 

소비자가 듣고 싶은 언어로 간결하게 제품을 홍보하자.

아직도 많은 양조장이 제품을 소개할 때 ‘목 넘김이 좋고, 숙취가 없으며,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라고 제품을 홍보한다. 또는 검증할 수 없는 술의 오랜 역사를 내세우기도 한다. 좋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양조장이 제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서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통주의 핵심 소비자가 누구인가이다. 바로 MZ세대이다. MZ세대는 비주얼과 감성의 세대이다. 따라서 제품을 짧고 간결하고 알릴 수 있는 캐치프레이즈로 소개하고, 한 컷의 스토리가 담긴 사진, 또는 영상, 카피라이팅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동일한 조건의 술이라면 단연, 패키지 디자인이 예쁜 제품이 선택받는다.

전통주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2022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1,629억원으로 2021년 941억원과 비교하면 73%나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주류 출고액에 비하면 아직 1.6%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 의미는 일반 소비자의 최소 90% 이상이 전통주 제품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해당 술에 경험이 없을 때 선택을 좌우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앞서 적은 제품의 맛, 가격, 효과적인 마케팅과 함께 제품의 패키지가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예쁘고 멋있는 패키지 디자인의 술이 선택받는다. 그래야 인스타그래머블하다. 필자가 보기에 10년 전에 비해 전통주 패키지 디자인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양조장의 제품 패키지 디자인은 실망스럽다. 부디 술 빚는 정성만큼 패키지 디자인에도 정성을 기울이시길 당부한다.

 

짧은 칼럼을 통해 ‘내가 빚은 술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팔까’에 대한 모든 것을 담기엔 부족하다. 양조장의 상황과 여건이 서로 다르므로 단순하게 일반화할 수도 없다. 다만, 술을 빚어 시장에 내놓을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판매될 수 있을까 고민하시는 양조장 관계자께 현장의 작은 목소리를 전해 드리고자 적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스테디셀러 제품은 브랜딩 관점에서 접근한 제품들이었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의 필자 전우성님의 글을 소개하며 칼럼을 마친다.

 

 

“브랜딩은 단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행위가 아닌,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사람들이게 보여야 하는지,

우리를 어떤 모습으로 그들에게 기억시킬 것이고,

또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무엇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의 마음속에 무엇으로 러브마크를 찍을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의 필자 전우성님의 글

 

 

글 : 주봉석(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 한국술보틀숍 대표)

전통주 업계에 발을 딛기 전 18년간 문화콘텐츠 제작 프로듀서로 활동하였습니다. 그 업력을 살려 전통주를 문화콘텐츠 관점에서 바라보며 10여 년간 다양한 행사, 프로모션, 제품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술맛, 패키지 디자인, 스토리텔링, 가격정책 등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농업회사법인(주)제이엘의 고운달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신제품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밀양클래식술도가의 스톰탁주

 

 

“양조의 모티브가 첫 눈 밟는 느낌을 주고 싶었답니다.”라고 말하면 술맛이 연상되고 모든 것이 설명되는 농업회사법인(주)술샘의 서설

 

 

제품뿐만 아니라 양조장과 양조인에 대한 브랜딩의 모범 사례를 보여 주는 농업회사법인(주)홀리워터의 마크홀리 막걸리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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