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여름철 막걸리 온도, 산도, 탄산, 그 이상|백웅재 작가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8-12
  • 조회수 1228

 

 

 

 

날이 덥다. 이열치열이란 말도 있긴 하지만 역시 찌는 듯한 더위에는 즉각적으로 열기를 식혀줄 무언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잠시라도 이 열기를 잊게 해줄 그런 것. 이런 욕구에 즉효약으로 우리에게는 막걸리가 있었다. 막걸리는 시원함을 줄 뿐 아니라 속이 든든하게 해주기도 해서 여름철 들일 하고 새참으로 제격이었고 등산 후에 맥주보다 막걸리가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래에는 이 든든함이 꼭 미덕으로 평가받고 있지는 않지만.

 

 

 

 

인스타그램 @sool.holic

 

 

 

 

시원한 느낌을 받기 위해서 우선 중요한 것은 온도다. 본래 한주는 생주라서 냉장보관을 하는데,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서는 향미 성분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온에서 조금 두었다가 마시는 게 좋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목적은 당장 더위를 이길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니 냉장고에서 0도 가까이 두었다가 바로 꺼내서 마시는 것으로 하자. 실은 0도보다 더 낮게 보관해도 에탄올이 들어있는 술은 얼지 않는다. 하지만 냉동온도를 조절 못하면 병이 파손되거나 할 수도 있고 0도보나 몇 도 더 낮은 것의 감각적 효용이 그다지 크지 않으니 냉동까지는 필요 없을 것이다.

 

 

같은 온도라고 다 비슷한 느낌은 아니다. 역시 탄산이 강렬한 것이 청량감도 강하다. 여름철 술로는 청주도, 소주도 아닌 막걸리가 활약하는 이유 중 하나다. 생막걸리는 병입 후에도 후 발효하는 성질이 강하다. 더운 여름에는 특히나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같은 술이라도 탄산이 가장 충만한 계절이 여름이고, 그래서 여름이 막걸리를 마시기에 최고의 계절이기도 하다.

 

 

 

 

(좌) 인스타그램 @anabolic_drink, (우) 인스타그램 @juhwadam

 

 

 

 

거기에 또 중요한 것은 산미다. 너무 달기만 한 술은 금방 물리기도 하고, 어딘가 묵직한 기분이 들어서 청량감을 반감시킨다. 술의 밸런스를 이야기할 때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는 것이 단 맛과 신맛의 밸런스다. 밸런스가 좋거나 혹은 산미 쪽으로 중심이 좀 더 가있는 술들을 마시면 시원함을 더 느낄 수 있다.

 

 

이제까지 말한 기준으로는 막걸리 중에서도 주로 스파클링 막걸리가 해당된다. 필자가 한주 전문점을 운영하던 시절, 손님이 많은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놓은 홀이라도 여기저기 뛰어다니다 보면 절로 땀이 나곤 했다. 하물며 불의 열기가 가득한 주방은 어떠랴. 이렇게 더위에 절여진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마감 정리하며 주방 스태프들과 함께 마시는 복순도가 한 잔은 정말 천상의 맛이었다. 당시는 스파클링 막걸리라면 복순도가 말고 선택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스파클링 막걸리가 출시되고 있다. 탄산이 아니더라도 상큼한 산미로 더위를 식혀주는 술도 물론 있다. 양주의 별산 막걸리 같은 술이 대표적이다. 이 술은 막걸리 만들기에 금기라고 하는 식초를 넣어서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술이다. 짱짱한 산미에 과일향이 특징이라 여름에는 그만인 술.

 

 

 

 

(좌) 인스타그램 @yoursool, (우) 인스타그램 @luv_.food

 

 

 

 

사실 여름철에 찬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는 꼭 권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시원함을 느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양평의 허니문은 벌꿀 술이다. 벌꿀 술 답게 솔직한 단맛이고 산미는 약하며 탄산은 전무하다. 하지만 이런 술도 작은 잔에 얼음 한 알 넣고 온더락스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더위가 차츰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술에는 진피(말린 귤껍질) 성분이 들어 있어서 상큼한 감귤의 향과 약간은 씁쓸한 시트러스의 맛이 녹아있는 탓에 달되 청량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급하게 찬 것을 많이 들이키지 않아서 몸에 무리가 없고 배도 안 부른 방법으로, 필자의 여름철 비장의 혼술법이기도 하다.

 

 

여름철 더위를 식히기에 좋기로는 일단은 시원하고 청량한 술 막걸리다. 거기에 향과 오미의 미묘함을 잘 표현하는 술들이 있고, 그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면 ‘여름에 마시기 좋은 술’의 지평은 한없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글: 백웅재 작가 / 한주 전문점 ‘얼터렉티브 마켓’(Alteractive Market)’ 대표

 

 

백웅재 작가는 주문진에서 한주(韓酒) 전문점 ‘얼터렉티브 마켓’을 운영하며 사라져 가는 우리술과 먹거리를 찾아, 다양한 한주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허수자’라는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전국의 맛집과 한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저서로는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 따비(2016), 『우리 술 한주 기행』 창비(2020)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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