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당신이 전통주 바틀샵을 찾는 이유 l 주봉석 사무국장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3-07-25
  • 조회수 622

 

 

근래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바틀샵(소매점)이 전국 각지에서 속속 오픈하여 성업 중이다. 3~4년 전만 해도 서너 곳에 불과하던 전통주 바틀샵은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 곳 이상을 헤아리고 있다. 이는 남들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가치 소비를 하는 MZ세대에게 전통주가 새롭게 조명받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홈술, 혼술, 프라이빗하게 모여 술을 즐기는 변화된 주류문화의 영향이기도 하다.

 

 

전통주의 핵심 소비자는 단연 MZ세대!

2010년대 중반만 해도 전통주와 지역특산주가 전체 주류 출고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3~0.4%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6년 이후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출고량은 크게 늘기 시작하여 2022년 기준 1.6%를 넘어서고 있다. 아직 전체 주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전통주 시장 자체만 본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놀라운 성장세를 견인한 주요 요인은 바로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에 한해 온라인쇼핑을 전면 허용한 정책이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에게 전통주가 노출되면서 전통주를 경험한 젊은 소비자들의 SNS를 통해 퍼져나갔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하면 원하는 곳까지 배송해 주는 편리한 시대에 왜 다소 불편한 오프라인 매장인 전통주 바틀샵을 찾아 방문할까? 거기에는 분명 온라인쇼핑이 채워주지 못하는 무언가가 전통주 바틀샵에 있기 때문이다.

 

 

전통주, 관심은 있는데 내게 맞는 술이 뭔지는 모르겠어요.

방송과 언론,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에서 전통주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제법 많아졌다. 일단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온라인쇼핑몰에서 다양한 전통주 제품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이 많은 제품 중에서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한두 번 구매도 해보았는데 딱히 내 취향을 저격하는 술은 아니었다. 사실 나의 술 취향이 어떤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경험들 다들 조금씩 해 보셨을 것이다. 물론 전통주에 경험이 풍부한 극소수의 소비자가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 해당하는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가까운 전통주 바틀샵을 방문해 보시길 추천한다. 주종별로 용도별로 가격대별로 다양한 제품을 아직은 AI 보다 경험과 정보가 많은 매장 주인이 추천해줄 것이다. 또한, 여러 제품을 시음해 보면서 본인의 술 취향도 재발견할 수 있다.

 

 

술은 아무래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깝지요.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지역특산주가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에 한해서 많은 경험이 있는 필자도 온라인쇼핑몰에 등록된 상품 소개 페이지를 보면서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술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비슷해서 이 제품이 저 제품 같다. 댓글을 읽어 보아도 남들은 좋다는데 내게 맞는 술인지 확신하기 힘들다. 이미 마셔본 술이 아닌 처음 구매하고자 하는 술은 아무래도 눈앞에서 보고 만져보고 마셔보아야 알 수 있는 경험재이다. 그래서일까? 제법 전통주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소비자도 새로운 술을 구매하고 싶을 때는 전통주 바틀샵을 찾는다. 온라인쇼핑몰보다 조금 비싸고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도 전통주 바틀샵을 방문하는 이유에는 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날로그적 속성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도 전통주 바틀샵을 방문해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도 나날이 늘고 있다. 그래서인지 전통주 바틀샵을 방문해서 술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고 있다. 국내 소비자도 그렇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전통주 바틀샵을 방문하며 하는 말, “한국에 이렇게 많은 술이 있는 줄 몰랐다!”

창피한 일이지만 세계인이 알고 있거나 경험한 한국술은 녹색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이거나 별별 저가 과일 맛 소주이다. 각기 다른 제법의 증류주, 약주, 청주, 과실주, 막걸리까지 다양한 제품이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식문화, 한국술의 풍성함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 곳이 바로 전통주 바틀샵이다. 유통 여건의 구조적인 문제로 전통주를 소량 판매하고 있는 시내, 공항 면세점보다 전통주 바틀샵은 많은 제품을 훨씬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전통주 바틀샵은 전통주 전문 주점과 함께 유통의 최전선에서 전통주와 지역특산주의 맛과 새로운 술 문화를 알리고 만들어가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통주 바틀샵에서 술을 경험하고 구매하는 문화가 활성화 되기 전까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던 곳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전통주 갤러리가 유일하지 않았나싶다.. 어떻게보면 전통주 바틀샵은 전통주 갤러리의 일부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이제 전통주를 알리는 주요한 채널로 전통주 바틀샵을 주목하며 지원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나쁜 술, 좋은 술은 있을 수 없다. 나에게 맞는 술이라면 그게 어떤 술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다만, 굳어진 미각을 깨우는 다양한 맛의 한국술을 경험해본다면 당신의 술문화가 조금은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글 주봉석(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 한국술보틀숍 대표)

전통주 업계에 발을 딛기 전 18년 간 문화콘텐츠 제작 프로듀서로 활동하였습니다. 그 업력을 살려 전통주를 문화콘텐츠 관점에서 바라보며 10여 년간 다양한 행사, 프로모션, 제품 브랜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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