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발전의 전위대(前衛隊), 전통주 전문점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02-17
  • 조회수 2175

 

 

 

 

우리 조상 때부터 마셔왔던 술 그리고 우리 농민들이 직접 지은 농산물로 만들어진 술을 모두 아우르는 통칭인 전통주. 이 전통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전문점을 ‘전통주 전문점’이라고 보통 칭한다. 이들은 아무래도 전통주 중에서 일반인의 선호도가 독보적으로 높은 탁주(막걸리)를 많이 취급하며 그 외에 약주(한국식 청주), 증류식 소주, 과실주(한국 와인 포함) 등 전통주로 볼 수 있는 모든 유형의 술을 각자 업장의 개성과 안주 스타일에 맞게 리스트업하여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전통주 전문점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90% 이상이 서울에 집중하여 몰려 있었고, 그 외 지역은 광역시 정도의 대도시쯤 되어야 극소수의 업장이 존재할 수 있었다. 전통주라는 분야가 워낙 마이너하고 이를 찾는 고객들이 적고, 특히 지역 시장에서는 더더욱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전통주 양조장에서 양질의 술이 꾸준히 늘어나고 전통주 관련 정부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고 그 외 다양한 경로에서 전통주를 콘텐츠로 다루는 채널들이 늘어나면서 2021년 현재 전통주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는 중이다. 심지어 전통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전통주가 핫하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 상전벽해의 시기에 있으며 이에 따라 요 몇 년 사이 이미 다양한 스타일의 전통주 전문점들이 소재하던 수도권에서도 계속적으로 새로운 업장들이 창업을 하는 붐이 일고 있으며 이젠 대도시가 아닌 지방과 읍 단위에서도 전통주에 애정이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전통주 전문점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중이다.

 

 

 

 

 

전통주가 핫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박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급격히 늘고 있는 전국의 신생 전통주 양조장들의 대다수가 아직 판로가 부족하여 적자인 상황이고 전통주 전문점들이 많이 늘었다고는 하나 아직 일반인들이 일상으로 찾기엔 그 수가 부족하다. 그렇다고 일반 업장에서 쉽게 다양한 전통주를 접하기엔 유통망에 한계가 있으며 일반 외식업장들의 전통주에 대한 인식이나 정보는 아직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전통주전문점협의회의 다양한 행사 장면 <출처 : 이승훈 페이스북>

 

 

이렇게 전통주 업계에 있어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전통주 전문점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전통주 전문점은 맥주, 소주 등 일부 다른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정체성상 대부분의 주류 판매를 전통주에 집중한다. 월평균 매출 3,000만 원 업장에서 주류 매출이 1,500만 원 정도라고 가정하면 주류매입액은 대략 500만 원으로 월매출 1,000만 원 수준의 소형 양조장 0.5개를 지탱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다시 말해 전통주 전문점 2곳이 새로 생겨나면 전통주 양조장 1곳이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여건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통주 전문점이 다양한 지역에 생겨나면서 그 지역의 전통주 홍보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에서 운영 중인 전통주 갤러리는 단 한곳, 서울 강남구에 위치해 있다. 1년 정부 예산 5억 원 정도가 소요되고 있으며 이를 부산, 광주 등의 지역으로도 확대하는 게 전통주 업계의 꿈이나, 예산의 부족으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통주 전문점은 여태 일체의 정부 예산 지원도 없이 수백여 곳이 전국 각지에 자생적으로 생겨나 최소 20여 종에서 많게는 300여 종에 이르는 전국의 가치 있는 엄선된 전통주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며 지역의 주민들에게 더 나아가 지역의 외식업장들에게 전통주의 매력을 마치 종교처럼 설파하고 있는 중이다. 규모 있는 전통주 전문점의 경우 1년 방문 인원이 전통주 갤러리보다 많다. 이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기는 매우 힘들 듯싶다.

 

 

 

사실 전통주 전문점이라는 아이템은 긴 시간으로 볼 때 다소 과도기적인 콘셉트일 수도 있다. 와인이 본격적으로 수입되고 애호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초기를 회상하면 유사점이 많다. 당시 와인 동호회가 생겨나고 마치 지금의 전통주처럼 새로운 이들이 와인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전국에 수많은 와인바가 생겨났었다. 지금 생각하면 음식이 중심이 아닌 술이 중심이 된 와인바의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지만 당시에는 아무튼 열풍이 불었고 이는 많은 이들이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고 체득하는데 크게 공헌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와인이 점점 더 대중화되고 다양한 경로가 개척되며 무엇보다 이태리, 프랑스 등 서양음식을 취급하는 주류 외식업장들의 와인리스트가 충실해지는 성숙단계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와인바의 경쟁력 그래프는 떨어지는 시기가 왔다. 거기다 대형마트, 백화점, 바틀샵 그리고 이젠 심지어 편의점까지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자체적으로 와인을 구입하여 소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와인바는 그 중간 단계에서 충실한 역할을 했고 이젠 특색 있는 와인바만이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데 지금의 전통주 업계에 있어 전통주 전문점이 바로 그 동일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전통주 전문점은 현재 전통주가 더 발전하고 진흥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존재이며 전통주 업계에서는 그 역할에 비해 다소 저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전통주 전문점은 소비자와 전통주 양조장과의 가교와 전위대 역할을 하며 전통주를 알려나가는 중이다. 코로나 시국에서 전쟁을 치르듯 본인 업장의 생존을 걱정하며 전통주 양조장의 생존을 함께 도모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명절에도 많은 전통주 전문점들이 생존을 위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전통주를 소개하고 싶은 맘에 위의 표와 같이 문을 열고 있을 예정이다. 전통주 전문점에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길 바란다. 전통주전문점도 어엿한 전통주 업계의 주요한 일원이다.

 

 

 

 

 

 


이승훈 대표/ 전통주전문점 ‘백곰막걸리&양조장’ 대표

현재 압구정과 명동에 위치한 ‘백곰막걸리’를 운영 중입니다. 식자재 MD와 HACCP 심사관을 거쳐, 외식창업의 꿈을 꾸고 2013년 사단법인 막걸리협회 초대 사무국장을 맡았습니다. 그후 국내 전통주 양조의 부흥을 위해 300종 이상의 전통주를 판매하는 전통주전문점 ‘백곰막걸리&양조장’을 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