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장새별의 한국술 칵테일 이야기 '오더메이드 한국 술 칵테일'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1-10-28
  • 조회수 874

 

 

 

 

 

보통의 바에서는 그날의 기분이나 취향, 마시고 싶은 스타일을 말하면 바텐더들이 메뉴에 없는 칵테일까지 선택지를 넓혀 주기도, 때로는 기존 칵테일을 재량껏 트위스트한 한 잔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탄산이 있는 리프레싱할 만한 걸 마시고 싶어요. 산도가 있고, 많이 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도의 주문을 하면 바텐더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칵테일이 스치고, 손님과의 대화를 통해 좁혀 나간 답안지가 최종적으로 테이블에 오를 것이다.

이때, 그 선택지에서 한국 술은 자주 소외된다. 한국 술을 꽤 많이 취급하는 곳에서 조차 말이다. 업장의 탓도, 술의 문제도 아니다. 예상하건대, 아마 한국 술과 연결할 수 있는 재료 풍미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기존에 바에서 자주 다루는 술과 성격이 다른 특정 술을 위한 특정 재료를 준비하기에는 바에서 감당해야 하는 손실률이 높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 술 전문점이 늘어나고, 다수의 바가 한국 술을 다루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좀 더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전에 오더메이드 한국 술 칵테일의 재미를 가늠해 볼만한 곳이 있다. 한국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장생건강원>이다. 이곳에서 위의 예시처럼 주문했을 때 내가 받아 든 것은 라임을 곁들인 담솔 하이볼이었다. 특별한 재료의 조합이 필요한 칵테일은 아니지만, 주로 하이볼의 베이스가 되는 위스키에서 벗어난 한 잔이라는 점에서 의외인 동시에 장생건강원 다웠다.

또 다른 날은, 비슷하지만 탄산이 없는 사워 타입의 칵테일을 요청하자 그라주를 베이스로 파인애플, 참깨토닉, 릴렛을 배합한 한 잔을 만들어줬다. 그라주는 부안 뽕나무 잎을 먹고 자란 누에를 해풍으로 건조한 뒤 도정해 쌀과 함께 빚은 증류주인데, 칵테일에는 이 술이 가지고 있는 복분자 처럼 붉은 과실 계열의 향, 화사한 꽃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장생건강원은 현재 서울에서 가장 다양한 한국 술을 다루고 있는 바로, 취향에 따라 주문을 하면 높은 확률로 한국 술 베이스의 칵테일을 경험할 수 있다. 시그너처 칵테일의 다수가 한국 술로 만들어지기도 했을 뿐더러, 전통주 홍보대사인 서정현 오너 바텐더, 윤상엽 오너 바텐더를 필두로 한국 술에 대한 전직원의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얼마전 개최된 ‘2021 화요 칵테일 챔피언십’에서 이곳 장생건강원이 금은동을 휩쓸기도 했는데, 메뉴에는 없지만 커피를 좋아한다면 동상을 받은 안하늘 바텐더의 ‘Do dream’을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밤에 먹는 커피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디카페인 에프스레소와 화요 41, 오렌지 마멀레이드, 자스민 티와 셰리 와인을 배합한 후 다시 오렌지 잼과 디카페인 에스프레소, 생크림으로 만든 마멀레이드 크림을 얹어낸 칵테일로 오렌지 특유의 옅은 산미와 달콤함, 고소함이 화요 41의 강렬한 향을 부드럽게 감싸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글: 장새별 (F&B 전문 에디터)

먹고, 주로 마시는 선천적 애주가다. 블루리본서베이, 식품 신문사를 거쳐 미식 매거진 <바앤다이닝>에서 오래 일했다. 퇴사 후에도 레스토랑과 바를 찾아다니며 일과 취미의 경계가 허물어진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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