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전통주 칼럼:: 막걸리의 추억과 현재 그리고 미래 l 김혜준 대표x고로 먹다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2-11-04
  • 조회수 429

얼마 전부터 어머니께서 복순도가의 탁주를 3일에 한 병씩 즐겨 드시기 시작했다. 손막걸리는 몇번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울산역에서 구입한 탁주를 맛보시고 매료되신 것이다. 천연의 유산균을 드시는 거라며 일상에 즐거운 루틴으로 막걸리를 즐기시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다. 그 덕분에 나는 온라인을 통해 막걸리를 정기적으로 구매하기에 이르렀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만나게 되는 전통주와 막걸리들을 살펴보며 내 머릿속에서 굳어 있는 막걸리의 이미지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레트로 그 자체가 되어버린 하얀 플라스틱 막걸리병을 벗어나 투명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플라스틱 병부터 고급스러운 유리병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보틀의 디자인과 브랜딩 요소까지 덧입혀져 막걸리를 소비하는 세대의 폭을 한없이 넓혀가고 있다.

대학시절 돈이 없어 막걸리를 마시던 선배들의 술자리에서 인심 쓰듯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낸 그 달콤한 막사의 추억에서 이제는 국가행사 만찬 건배주로 우아하게 등장하는 스파클링 막걸리,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 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막걸리까지 차근 차근 다양화의 길을 걷고 있는 막걸리 시장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양조장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술의 기법과 재료의 차별성,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로컬화 전략과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 등 전천후로 발전하고 있는 이 막걸리 시장에서는 과연 MZ라 불리우는 세대들은 어떤 포인트로 막걸리 시장에 진입하게 될까? 새로운 막걸리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한 접근성을 기본으로, 주요한 포인트를 막걸리 특유의 묵직한 바디감과 누룩의 향에 집중해 보았다. 알코올 도수부터 5%, 9%, 15%로 카테고리를 크게 나누고 개성이 분명한 제품들로 3종의 라인업을 정했다.

 

 

 

 

시향가 우주멜론미 5%

 

 

곡성 지역의 스파클링 막걸리로 센스있는 네이밍이 우선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팝업에서 맛 본 시향가의 토란막걸리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우주멜론미도 주인공이 되는 재료의 맛과 향이 명징했다. 곡성의 머스크 멜론과 신동진쌀, 찹쌀 그리고 누룩이 함께 더해져 만들어 진 이 우주멜론미는 장장 3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완성된 젊은 감각의 스파클링 막걸리이다.

멜론 과즙과 산미, 당도와 화사함이 성근 탄산을 만나 더욱 펑키하게 느껴진다. 마치 일본 음료 츄하이 소다맛에 근접한 대중성으로 느껴질 만큼 무척 익숙하고도 청량했다. 라벨에 그려진 젊은 느낌의 일러스트처럼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음료로써 접근이 충분히 가능한 맛이었다.

 

 

 

 

 

호랑이배꼽 에피소드 9%

 

 

평택에 위치한 호랑이배꼽 양조장을 방송 촬영 차 외국인 셰프와 함께 방문한 기억이 있다. 평택의 햅쌀과 암반수로 빚어 로컬 농산물이 가진 로컬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는 곳이다. 호랑이배꼽 막걸리와 소주도 무척 좋았던 제품이었는데 이번 에피소드는 병의 디자인이나 라벨부터 새로운 시도의 스테이지에 올라선 느낌이 들었다. 앞서 소개한 우주멜론미가 삼양주 기법으로 만들었다면 에피소드는 와인 기법으로 빚어냄을 자랑한다. 익히지 않은 생쌀로 긴시간 동안 천천히 발효, 숙성한 내추럴 막걸리라고 설명한다. 

세련된 맛의 구심점을 바탕으로 사과와 유자, 꿀, 로즈마리의 향이 묘하게 어우러져 자칫 무겁기 쉬운 막걸리의 바디감을 라이트하고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디저트 코스에 매칭을 해도 좋을 정도의 적당한 탄산감과 우아한 당도가 인상적이다. 호랑이배꼽 양조장에서는 하이볼 잔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토닉이나 탄산수를 1:1로 섞어주고 로스마리나 애플민트로 가니쉬를 올리면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가이드를 전하기도 한다.

 

 

 

 

 

 

옹근달 양조장 옹근달 본 막걸리 15%

 

강화도의 해풍과 맑은 물로 재배한 강화섬쌀과 옹근달 양조장에서 앉은뱅이 통밀로 꾹꾹 디뎌 띄운 자가누룩으로 5번 빚어 만든 오양주인 옹근달 막걸리는 벽향주를 모티브로 재해석한 막걸리이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과 묵직하게 눌러주는 뉘앙스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 첫인상이었고 누룩의 진한 풍미가 실키하게 이어진다.

이것이야 말로 탁주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전할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생각했다. 독주를 좋아하는 군더더기 없는 젊은 술꾼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맛이 아닐까? 진한 젓갈로 담근 김치도 꽤 잘 어울릴 것 같은 농도와 도수이기도 하지만 되려 크리미한 쌀 젤라또를 먹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곡류를 꼭꼭 씹었을 때 느껴지는 단맛이 주는 막걸리 본연의 특징이 무척 우아하게 전달되었다.

 

 

 

 

 

 

 

 

 

글: 김혜준 대표 (김혜준 컴퍼니)

김혜준 대표는 최근 푸드 비즈니스 업계에서 뛰어난 감각으로 푸드 콘텐츠 디렉팅과 레스토랑 브랜딩에 가장 주목받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대표적으로,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김대천 셰프의 '톡톡', 신창호 셰프의 '주옥' 등 국내 내로라하는 다이닝 레스토랑의 브랜딩을 담당했습니다.

일러스트: 고로 먹다

고로 먹다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이 만들거나 맛본 음식 및 디저트 등을 그림, 사진과 함께 소개합니다. 작가의 아이덴티티인 귀여운 고양이 그림체와 사실감 넘치는 표현의 음식 그림에 더불어 자세한 맛 표현 및 평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만 알기 아쉬운,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겼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일러스트, 인스타툰은 아래 주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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