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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칼럼:: 전통주의 종량세 전환에 대한 고민l 이대형 박사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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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에 있어 해결하지 못하던 오래된 문제가 하나 있다. 비단 전통주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종량세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정, 탁주(막걸리), 맥주가 종량세를 나머지는 종가세를 채택하고 있다. 사실 탁주와 맥주도 2020년 전까지는 종가세였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주세가 처음부터 종가세였던 것도 아니다. 1949년 10월 21일 주세법 제정 당시에는 종량세였으나 1967년 11월 주정, 탁주, 약주를 제외하고 종가세로 전환된 이후 1972년부터 2020년까지 모든 주류(주정 제외)가 종가세 과세체계를 갖추었다.

 

 

1967년 당시 종가세로의 주세 전환 이유를 적은 주세법 제·개정 이유는 “고급주에 대한 중과를 위주로 세율을 인상 조절함”이다. 당시 술들에 있어 고급주류는 탁주, 약주를 제외한 술들이었다. 그렇기에 처음 주세 전환에는 탁주, 약주가 빠져 있었다. 또한, 종량세를 종가세로 전환할 때의 주요 이유는 세수 증대에 있었다. 당시에도 술의 금액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찬반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1967년 81억 원이었던 주세 금액이 68년 111억 원으로 약 30억 원 증가했다. 당시 주세의 종가세 전환 이유인 세수 증대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물론 지금 목표로 하는 종량세로의 전환 목적은 세수의 증대는 아니다. 과거부터 종량세 전환에 있어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소비가 많은 희석식 소주의 세수 증대는 최소화 하리라는 것이 정부나 대부분 전문가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현재 전환의 목적은 고급 제품 개발을 저해하며 수입 주류와의 과세형평 위배의 소지 등의 이유를 들어 개정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주세법에서 설명하는 종가세 전환 이유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러한 종량세 전환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회의원에 의해 주세법 새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우선 증류주에 있어 종량세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 부분의 주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법안의 내용이 실제 이루어진다면 수입 농산물을 사용해도 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주세법에 따르면 50% 주세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은 전통주뿐이다. 물론 이러한 부분도 모든 생산량이 아니고 100㎘까지만 주세 50% 감면을 받는다. 하지만 법안에서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은 3,000㎘까지 주세 50% 감면 혜택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결국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많은 양의 술이 주세 감면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주류 산업 발전을 위한 주세법 개편 방안 간담회 (출처 : 고용진 의원)

 

2020년에는 업체 간의 의견이 합의된 맥주와 막걸리가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게 되었다. 반면 다른 주종들은 업계 안의 다양한 의견으로 종량세로의 전환 시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9년 탁주와 맥주의 종량세 전환 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대중적인 희석식 소주의 세 부담을 늘리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증류주는 21도 이하는 947.52원/L, 21도 초과 시 1도 1리터당 45.12원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내용대로면 희석식 소주는 세 부담 변동이 없지만 나머지 주종인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고가 증류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 40도 기준으로 세금이 최대 72.44%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증류식 소주들도 가격이 낮아진 위스키나 코냑 또는 다양한 고급 증류주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종량세와 별도로 ‘기준 판매율’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내년 1월 1일 적용 예정). 기준 판매율은 일종의 할인율로, 개별소비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제조장 반출 가격에 기준 판매 비율을 곱하면, 계산한 금액만큼 과세표준에서 제외된다. 그만큼 소주·위스키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수입 주류와 국내 주류 간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현행 주세법을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있었다.

수입 주류는 수입 신고가, 국산 주류는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등을 더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하는데 이런 구조 탓에 국산 주류의 세금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주세법을 고쳐 국산 증류주에만 기준 판매율을 적용하여 국내 증류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수입 주류와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준 판매율만을 적용하게 되면 종량세를 건들지 않고도 우리가 이야기하는 수입 주류와의 과세 형평성 문제를 약간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종량세 전환의 한 가지 이유는 그대로 남는다. 증류주의 고급 제품 개발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판매비율 관련 시나리오(출처 : "세법 바꿔 소주·위스키 출고가 최대 20%↓ …입법 '시동', KBS뉴스, 2023년 11월 7일

 

이번에도 증류주의 종량세 전환에 있어 기준이 되는 것은 희석식 소주의 가격을 높이지 않는 것이다. 그로 인해 수입 주류들의 가격은 낮아질 것이 분명하다.

전통주에 있어 증류주들은 종량세 전환 시 이익만이 있을까? 시장의 변화에 따른 증류식 소주의 실은 없을까? 전통주 안에서 증류주는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저도수의 증류주도 있지만 고도수의 증류주를 생산하는 양조장들도 있다. 또한, 대량생산을 하는 증류주 업체들도 있지만 지역특산주로 작은 양을 생산하는 증류주 업체들도 있다. 이들에게 종량세로 전환 시 득이 될지 실이 될지에 대한 정확하고 수치화된 내용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많은 주류 관계자가 종량세의 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종량세 전환이 고품질의 술을 만드는 데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술 소비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에 수입 주류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가 증가하면 분명 다른 주류의 소비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수입 주류들과의 경쟁은 어떻게 할 것이며 우리 전통주 증류주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한 그 부분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 ‘종량세’로의 전환보다 ‘기준 판매율’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 판매율’도 결국은 ‘종량세’로 가기 위한 하나의 단계가 될 수도 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술 전체적으로 ‘종량세’로의 전환은 시대의 흐름이 될 수도 있다. 이때 우리 전통주는 어떠한 정책적인 부분을 이야기해야 하고, 요구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준비해야 한다.

지금보다 조금 더 수치화되고 전략적인 부분이 필요해 보인다. 종량세 전환 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통주도 나름의 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종량세 전환은 단순한 기대의 부분이 아닌 통계와 전략의 부분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인삼연구팀)

이대형 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통주의 발전을 위한 칼럼을 작성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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