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칼럼

소비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전통주 구매 가이드를 제시하자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20-12-31
  • 조회수 3103

 

 

 

 

 

전 세계에는 많은 종류의 술들이 있다. 그 중 와인은 모든 나라에서 마시고 있거나 생산을 하는 술이다. 그러기에 와인 제품수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 술을 다 마셔본 사람도 없다. 가까운 대형 마트에만 가도 최소 100여 가지의 와인이 있다. 소비자는 많은 와인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누구는 생산 지역을, 누구는 품종을 기준으로 선택을 한다. 최근에는 가심비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독특한 라벨에 이끌려 직관적으로 술을 고르기도 한다. 여러 상황 속에 술을 선택해야 하는 소비자들은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구매 가이드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소비자들은 대회에서 수상한 와인을 맛과 품질이 보장된 와인으로 신뢰하거나 전문가의 추천에 따라 술을 구매하려고 한다.

 

 

 

 

많은 와인 중에 내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출처 - 픽사베이

 

 

 

 

앞서 언급했듯이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와인을 고르는데 신뢰감을 준다. 대부분의 대회 입상 술들은 구간을 정해 금상, 은상, 동상으로 나눈 것들이 많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아시아 와인 트로피의 경우 그랜드 골드가 92점 이상, 골드는 85점 이상, 실버는 82점 이상으로 해서 선정을 한다. 국제적인 와인 대회인 인터네셔널 와인 첼린지(International Wine Challenge, IWC)의 경우도 금메달(95–100점), 은메달(90–94점), 동메달(85-89점)으로 점수의 폭만 다를 뿐 메달로 표시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소비자는 금메달이 좋은 와인이라 생각은 하지만 점수 구간을 정확히 모르는 아쉬움이 있다.

 

 

 

많은 대회의 경우 점수별로 메달을 주는 방식이다. / 출처 - 아시아 와인 트로피

 

 

 

 

 

와인을 고르는 다른 기준은 '와인 전문 평론가들의 점수' 또는 ‘와인 평가 매체의 점수’이다. 점수제를 하기 위해서는 점수를 주인 개인이나 매체의 인지도와 영향력 그리고 소비자들과의 신뢰가 필요하다.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로버트 파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100점을 최고로 해서 와인의 점수를 주는 ‘파커 포인트’로 많은 소비자에게 와인 선택의 길잡이를 해주었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그의 점수를 매우 신뢰한다. 그가 지정한 와인은 RP 포인트(로버트 파커 점수)로 90점이 넘으면 매우 좋은 와인이라 이야기를 한다.

 

 

 

 

로버트파커(좌), 로버트파커 포인트(우)

 

 

 

 

그가 주는 점수 기준은 50점부터 100점 만점으로 5점은 와인의 색, 15점은 와인의 향기, 20점은 와인의 맛 그리고 나머지 10점은 그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소들이 포함된다. 그가 최고의 점수를 줄 때에는 와인의 숙성 잠재력과 밸런스가 좋았을 때이다. 이밖에도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 루카 마로니(Luca Maroni) 등 유명 와인 평론가들이 각자의 이름으로 와인 점수를 제시하고 있다.

 

 

 

 

로버트파커의 점수와 특징

 

 

 

 

매체의 경우 와인스펙데이터(Wine Spectator : WS)가 있다. 와인스펙데이터도 와인에 등급을 제공하는 미국 잡지이다. 와인스펙데이터 역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한 100점 만점 방식을 사용한다. 이밖에도 디켄터(decanter), 와인 인수지에이트(wine enthusiast)등의 매체도 있다. 많은 와인 판매 업체에서는 한 명의 전문가나 한 매체의 점수를 적기 보다는 여러 개를 동시에 표시를 해서 소비자들의 구매 판단의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와인스펙데이터에서 제시한 2020년 와인 탑 100 리스트 중 일부 / 출처 - 와인스펙데이터

 

 

 

 

와인 판매처에서는 다양한 와인 점수를 구매의 기준으로 제시해 준다 / 출처 - https://www.klwines.com/

 

 

 

 

위스키에도 유명한 평론가가 있다. 주류(酒類)의 마이클 잭슨은 현대 맥주의 스타일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물이자, 위스키 평론가이다. 그 또한 0점에서 100점까지 위스키에 대한 평가점수를 만들어냈고 이 가운데 75점 이상이면 구입할 가치가 있는 위스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마이클 잭슨(좌), 위스키 평가점수(우)

 

 

 

 

우리는 전통주 제품의 관능평가를 점수로 제시하는 곳이 없었다. 전통주 평가와 관련된 행사는 농림부의 ‘우리술 품평회’와 조선비즈에서 진행하는 ‘대한민국 주류대상’이 있다. 두 행사 모두 순위나 입상된 제품을 발표 할뿐 제품별 점수를 발표하지 않는다. 점수제 표시는 순위로 상을 주는 형태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양조장들의 반발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통주 관능평가를 점수로 표시하려는 업체가 생겼다. 기존에 전통주에 대한 관능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시하던 업체에서 새롭게 전통주 점수제를 도입한 것이다. 우선 막걸리에 처음으로 점수제를 도입해 봤다. 와인스펙데이터처럼 6명의 전문가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해 기본 50점에 평가 점수를 더했다. ‘색과 탁도(5점)’ ‘향(10점)’ ‘맛(15점)’ ‘후미(5점)’ ‘종합평가(15점)’로 점수 구성을 했다. 아직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나 자료가 쌓이면 로버트 파커나 와인스펙데이터처럼 전통주 구입의 가이드로 도움이 될 것이다.

 

 

 

 

막걸리에 대한 점수제가 구입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출처 - 대동여주도

 

 

 

 

 

최근 들어 전통주는 역동적인 변화가 감지되며 다채로운 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시장이 세분화되며 더 다양한 술이 나오고 있고, 소비자들에게 구매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선 가이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전통주에는 마트나 매대에서 소비자에게 구매 가이드를 해줄 표시가 없다. 반면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할 전통주들에 대해 쉽고 직관적으로 알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접점에 있는 것이 전통주 점수가 아닐까 한다. 소비자가 쉽게 전통주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점수제의 활성화를 이야기해 본다.

 

 

 

 

 

 

 

다양한 막걸리를 TPO에 따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구매가이드가 필요하다.

 

 

 


 

 

글: 이대형 박사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농식품개발팀)

 

이대형박사는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연구사로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했습니다.